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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늦가을의 신정호 코로나 감염 후유증으로 자주 급피로감을 느끼게 되어 올가을엔 신정호에 매우 드물게 가게 된다. 오랜만에 집에서 주말을 맞게 된 날, 피자로 점심을 먹고난 후 신정호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루꼴라 피자와 크림 파스타, 탄산수를 주문했다. 맛은 그럭저럭. 비용은 52,000원 발생(굳이 기록하는 이유는 이때의 물가가 어땠나 궁금할 것 같아서.....ㅎㅎ). 크림 파스타에서 들깨수제비 맛이 나는 걸 보니 들깻가루를 넣었나? 그리고 화덕피자라서 오른편 창문 밖으로 장작이 잔뜩 쌓여 있는데 보기만 하여도 따뜻해지는 것은 그것이 불타오를 때를 상상하게 되기 때문일까? 억새들의 하얀 단발머리가 멋졌다. 억새의 필체 신 형 식 손 흔들고 있는 것만 보면 눈물이 난다고 한발 늦게 눈물이 난다고 편지를 씁니다 이미 마음.. 2023. 11. 29.
흐뭇함과 즐거움이 차오르던 날들 또다시 오랜만에 친구들과 뭉쳐서 인사동에 갔다. 평일의 인사동도 붐볐다. 주말이면 차가 통제되어 걷기에 수월했지만 평일이라 이따금 차도 지나다녔다. 11월 하순, 인사동의 회화나무들은 아직도 잎을 달고 있었다. 이제는 경인미술관 앞의 개성만두집 `궁'을 잘 찾을 수 있다. 수도약국 옆길로 들어가 왼쪽으로 꺾으면 나타난다. 주말에 오면 항상 긴 줄이 늘어서 있어서 평일이라 줄 서지 않을 것을 기대하며 찾아왔음에도 우리의 생각을 비웃듯이 열두 시 막 지난 시간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11시 반에 오픈하는 것 같은데 벌써 긴 줄이라니 일부는 오픈런을 하였을까? 개성만두집 `궁'은 이제 보니 미슐랭도 인정한 맛집이다. 대를 이어서 운영하는 가게인가 보다. 담백한 것 좋아하는 나지만 그렇게까지 맛있다 못 느끼는.. 2023. 11. 27.
첫눈 오던 날 11월 17일 오전 10시 무렵 주차장 지붕과 바닥이 젖어 있어 비가 오나 보다 생각했는데 헬스장 유리창 너머 희끗희끗 눈발이 흩날렸다. "눈 온다!." 나도 모르게 나온 외마디 감탄사. 그러나 다시 비로 바뀌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차 더러워지겠다는 생각. 그러다 다시 오후엔 한 차례 희끗희끗 날리더니 마트에 장 보러 갔다 올 때쯤엔 이렇게 개었다. 마트 주차장이 만차여서 아래위로 빈 곳 찾아 돌아다니다 간신히 주차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쓱데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신정호에 가보았다. 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고 얇은 옷차림이었던 나는 얼마 못 걷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오리들은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커튼을 걷다가 깜짝 놀랐다. 온통 하얀 세상이 되었네. 11.. 2023. 11. 20.
장태산 메타세쿼이아를 보러 갔었네 작년 11월 중순쯤 신정호를 돌며 이렇게 찬란하게 빛나는 주황색 메타세쿼이아의 단풍을 보았던 터라 장태산을 가득 메운 수많은 메타세쿼이아들은 얼마나 더 찬란하고 눈부시게 황홀함의 극치를 보여줄지 기대하며 11월 둘째 주가 절정일 거라는 어느 정보통을 철썩 같이 믿고 사람 몰리지 않는 시각에 얼른 보고 오자며 길을 떠났다. 10시에 출발한 우리는 1시간 30분쯤 걸려 도착한 대전에서 장태산이 아직 한참 먼 곳에서부터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을 발견했다. 설마, 이 많은 차들이 다 장태산으로?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은 진리더라. 한없이 길게 늘어선 차량 뒤에 줄 서서 그 짧은 거리를 느리게 느리게 한 30분가량 걸려 주차장 쪽으로 나아가면서 이따가는 더 밀릴 것 같으므로 점심은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솟아오르.. 2023. 11. 15.
잠시 길을 잃다 짧아서 더욱 찬란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가을이 눈 깜짝하면 지나가버리고 말 것 같은 조바심이 들던 날, 헬스장을 가지 않고 산길에 오르기로 하였다. 그 전날 저녁에 내일은 운동 가지 말고 산에나 가야겠다고 하니 당신처럼 나이보다 젊고 이쁜 사람은 인적 드문 산길은 위험하니 그냥 운동이나 가란다. 평소에 퉁명스러운 편이고, 공감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이 내게 점수 따고 사랑받는 방법인 립서비스를 날리는 것이었다. 아닌 줄 백 번 천 번 알아도 저절로 미소 짓다 못해 큰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말. 서로가 다소 낯간지러워져 마주 보며 웃게 되는 말...... 신정호 주변 주차장 중에서 산과 가장 가까운 잔디공원 야외음악당 한켠에 주차를 하고 산길로 접어든다. 잔디공원엔 주황색이 들어간 복장의 어림잡아.. 2023. 11. 12.
가버린 시월 하순 어느 날엔 분리배출하러 가는데 어디선가 향긋한 꽃향기가 솔솔 풍겨왔다. 어디서 날아오는 걸까? 무슨 꽃향기일까? 두리번두리번. 노란 산국무리가 분리배출장 너머 야산 주변으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산국의 향기가 이리 진하고 향기로웠나. 그 많은 꽃송이 중에서 몇 송이쯤 꺾어도 표 안 날 것 같아 조금 꺾어왔다. 지나칠 때마다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며 감탄하게 만드는 산국 향기. 햇살 좋은 날, 해바라기도 하고 운동도 할 겸 슬렁슬렁 산책을 나갔더니 하천가엔 고마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물을 정화시키는 데엔 고만이어서 `고마운 이'가 줄어들어 `고만이' 고마리가 되었다는 유래도 있고, 꽃의 크기가 작아 고만고만하다는 `고만이'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고. 언제 이렇게 잎을 다 떨구어버렸을까. 인디언 달력에서 수.. 2023. 11. 10.
울릉도⑤ - 행남 해안 산책로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 산책로이며, 도동항에서 저동 촛대바위까지 실로 변화무쌍하다. 기암절벽과 천연동굴의 곁을 따라, 때로는 바위와 바위사이를 잇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울릉도의 포구와 해안을 발끝으로 디뎌 누린다. 또한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 팀이 꼽은 울릉 1 경이자 곰돌이레이스 미션을 펼친 장소이다. 강호동의 표현대로 "조명을 켠 듯 눈부시게 맑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따라 걷는다. 산책로 중간에는 쉼표처럼 도동등대도 자리한다. 도동여객선 터미널에서 도동등재까지의 행남코스는 왕복 2시간, 저동 촛대바위 코스는 왕복 3시간 정도 걸린다. 출처 : 울릉도 관광안내 소책자 우리는 도동항에서 저동 촛대바위가 아닌 역방향으로 저동 촛대바위에서 행남등대까지만 걸었다. 하루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인지라 시간도.. 2023. 11. 8.
울릉도④ - 태하향목 대풍감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을 타러 왔다. 총 연장 304m의 레일과 39˚에 이르는 가파른 경사로를 20인승 카 2대가 동시 운행하며 분당 50m의 속도로 약 6분 정도 소요된다. 처음엔 급경사의 모노레일 철길을 보고 모두들 겁을 집어 먹었다. 롤러코스터처럼 뒤로 확 젖혀지며 올라가는 것인 줄 지레짐작했던 것이다. 뜻밖에도 수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올라가길래 평온심을 유지하게 되었다. 1인 4천 원의 이용료를 보고서 나는 이건 편도 이용권이다, 남편은 아니다 왕복 이용권이다, 티격태격했더니 저녁 내기를 하잔다. 당장 함께 탑승한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나, 졌다. 저녁은 내가 사기로. 왜 케이블카 이용료보다 훨씬 싼 거지? 동백꽃 필 때 장관이겠네. 울릉군의 군목(郡木)인 후박나무와 군화(郡花)인 동백(꽃)나무가.. 2023. 11. 8.
울릉도③ - 나리분지 · 송곳봉 · 코끼리바위 관음도에서 내려와 섬목에서 천부항 쪽으로 가는 길 중간 어디쯤에 해중전망대가 있었다. 바다에 설치된 '천부해중전망대'는 수심 6m 바닷속을 관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1인당 4천 원짜리 입장권을 끊고, 오징어 조형물 음수대를 지나, 바다에 있는 천부해중전망대로 걸어간다. 해중전망대로 가는 다리 위에 서면 송곳봉과 코끼리바위 엉덩이가 보인다. 송곳봉엔 구멍이 4개 나있다고 한다. 우리가 달려왔던 방향. 10여 년 전 제주에 갔을 때 배를 타고 잠수함 있는 데까지 가서 잠수함으로 옮겨 타고 바닷속을 본 적이 있다. 잠수함을 타고 문섬을 한 바퀴 도는 줄 알았더니 바다 깊숙이 가라앉자 잠수부가 물고기를 몰아다 주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 나름 거금인 1인당 5만 원이었기에 4인 20만 .. 2023.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