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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첫눈 오던 날

by 눈부신햇살* 2023. 11. 20.

11월 17일

 

오전 10시 무렵 주차장 지붕과 바닥이 젖어 있어 비가 오나 보다 생각했는데

헬스장 유리창 너머 희끗희끗 눈발이 흩날렸다.

"눈 온다!." 

나도 모르게 나온 외마디 감탄사.

그러나 다시 비로 바뀌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차 더러워지겠다는 생각.

 

그러다 다시 오후엔 한 차례 희끗희끗 날리더니

 

마트에 장 보러 갔다 올 때쯤엔 이렇게 개었다.

마트 주차장이 만차여서 아래위로 빈 곳 찾아 돌아다니다 간신히 주차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쓱데이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신정호에 가보았다.

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고 얇은 옷차림이었던 나는 얼마 못 걷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오리들은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커튼을 걷다가 깜짝 놀랐다.

온통 하얀 세상이 되었네.

11월 중에 이렇게 첫눈이 오는 것도 드문데 첫눈이 이렇게 푸짐하게 오다니......

 

 

오늘은 시골 시댁에서 도라지 캐기로 한 날,

이렇게 눈이 많이 와 땅이 얼지 않았을까? 과연 캘 수나 있을까?

여러 가지 먹거리 준비를 해서 시골집으로 간다.

 

가는 길에 보는 설화산에도 예쁘게 눈꽃이 피었다.

 

 

 

공주시 정안면 쪽에도 눈이 소복이 쌓였다.

 

 

 

 

11월 4일, 불과 2주 전엔 이런 단풍 든 풍경을 보면서 시골집에 내려갔었는데......

 

하지만 논산에 가면 늘 그렇듯이 눈이 아산과 공주보다 훨씬 덜 와서 눈 온 흔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내린 진눈깨비가 땅을 적셔주어서 땅을 파헤치기엔 좋은 역할을 해주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약도라지 캐고 다듬어 즙 낸다고 네 집의 일부 몇 명이 모여 고된 노동을 했다.

평소에 하지 않던 농사일은 어찌나 강도가 세던지

남편 가라사대 도라지 캐다가 돌아버리겠다고 더 이상 농사짓지 말라는 농담을 하게 만들었다.

 

캐고, 흙 털어 씻고, 뇌두 잘라내고 깨끗이 다듬어 즙 짜러 보내야 하는 과정을 거친 

도라지 10상자는 우리의 겨울을 건강하게 만들어 줄려나.

내년엔 또 이 힘든 노동을 잊어버리고 다시 달려들어 도라지를 캐려나......

 

 

또 어떤 날

2024년 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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