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기장 같은 블로그를 뒤져보니 작년엔 9월 25일에 이렇게 밤을 털었다고 기록돼 있다.
시동생이 장대를 휘두르고 남편과 나는 밤송이를 벌리고 밤을 꺼내고 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라 퍽 재미있었다.
게다가 운동엔 젬병이라 늘 몸치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게 듣고 산 운동 신경 제로인
나는 헬스를 10년 정도 하고 나니 이제 몸 쓰는 일들이 모두 재미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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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들과의 단톡방에 올린다고 찍은 일하는 증명 사진 속에서 이 상황이 재밌어 크게 웃었더니
내 카톡 프사를 본 친구와 동생이 놀렸다.
"너는 밤 까는 것이 그리 재밌디?"
"언니, 엄청 재밌어하는 표정이던데?"
올해는 추석에 모인 식구들이 모두 달려들어 밤을 털어 다섯 집으로 나누어 가졌다.
1차로 밤을 한 번 삶아 먹는데 어찌나 열매가 실하게 굵고 단지
밤나무를 심은 어머님의 혜안(?)을 찬탄하고 또 찬탄하였다.
고작 밤나무 한 그루에서 이렇게 많은 밤을 수확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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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밤은 모조리 생밤으로 까서 냉동실에 저장하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시골집에서 가져온 대추도 있으니 약밥을 만들었다.
집에 있는 온갖 견과류, 잣, 호박씨, 호두, 건포도까지 넣고
대추씨 넣고 끓여 우린 물로 흑설탕 간장물을 만들어 전기밥솥에 안쳤다.
내가 좋아하는 계핏가루를 무려 한 숟갈 가량 넣고 만들었는데
남편과 저녁 식사로 먹는데 너무 맛있어서 연신 맛있다 맛있다 감탄하면서 먹었다.ㅎㅎ
나머지는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한 번씩 꺼내 먹을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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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진으로 보니 어째 밥이 좀 질어 보인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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