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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추석을 며칠 앞두고

by 눈부신햇살* 2023. 9. 25.

 

마트에 갔다가 단호박을 한 개 사 왔다.
며칠을 미루다 드디어 토요일 점심으로 호박죽을 쒔다.
찹쌀가루는 친정엄마가 만들어 준 것이 늘 냉동실 한편에 있고,
콩 역시 여러 종류의 콩이 항상 냉동실에 있다.
콩 좋아한다고 몇 번 말했더니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께서 이따금 콩을 주신다.
엄마는 햇완두콩과 강낭콩이 나오는 철이면 자루로 사다가 까서 냉동실에 얼렸다가 주시고,
어머니는 농사지은 약콩(쥐눈이콩)과 검정콩, 
어쩌다 완두콩과 강낭콩을 주실 때도 있다.
약콩과 검정콩으로는 이따금 콩자반을 만들어 먹는다.
 
밥에 넣어 먹는 콩 중에는 햇완두콩이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집에 넘쳐나는 게 콩이고, 내가 콩을 좋아하다 보니 밥 지을 때마다 콩을 듬뿍 넣는다.
독립하기 전의 작은 아들이 어느 날 볼멘소리로 말했었다.
"저는 이다음에 밥에 콩은 안 넣을 거예요."
 
아무튼 냉동실에 있는 콩 중에 검정콩과 강낭콩이 섞여 있어서
따로 삶은 다음에 헹궈 함께 호박죽에 넣었더니 강낭콩은 포근포근 참 맛있는데
검정콩은 다음엘랑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호박죽과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팥이 있었으면 팥을 넣었을 텐데 아쉽게도 팥은 없다.
가을엔 호박죽이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맛있었다.
 
 

 

보랏빛 블루세이지가 곱게 피었고,

 

저 보라색 꽃은 잉글리쉬 라벤더를 더 닮았지만 

숙근 사루비아의 일종인 `블루세이지'라고 한다.

`숙근'이란 오래 되어 묵은 뿌리라는 뜻이고,

파란색 꽃을 피우는 샐비어를 `블루세이지'라 한다네.

문자 그대로 숙근초는 겨울이 되면 줄기와 잎은 죽지만 땅 아래 뿌리는 살아남아서

종자 없이도 매해 생장을 다시 하는 초화류를 말한다고.

흔히 말하는 다년초가 숙근초인 것이다.


 

연잎에도 단풍이 들고,
 
 

들판의 벼는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칡꽃은 아무도 모르게 잎새 밑에 숨어서 피었다가 시들고 있고,
 
 

하늘엔 그새 조금 토실해진 반달이 떠있었다.
22일 초여드레 달.

 
 

 

 초아흐레 달은 달무리가 졌다.
달무리 지는 다음 날에는 비가 온댔나. 
 
 

 어머님께서 나박김치가 드시고 싶다고 하신다길래 나박김치를 담갔다.
담그는 김에 넉넉히 담가 3통으로 나눴다.
어머님, 우리, 작은 아들.
큰아들 부부는 며느리 할머니도 뵙고, 집안 행사에도 참석할 겸
겸사겸사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2주 예정으로 튀니지에 갔다.
터키항공으로 튀르기예 이스탄불을 경유하여 간다고 한다.
 
 

아다는 새로 바꾼 사료의 어떤 성분이 몸에 잘 맞지 않았는지 방광 결석으로 고생했다.
그리고 또 이어 잘 놀라는 성격 탓에 침대에서 자다가
깜짝 놀라 떨어져 다리 골절을 당해 깁스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다 혼자 펫호텔에 맡겨졌다.
고양기가 골절을 당하다니 못 믿을 일이다.

 

울랑프는 씩씩하고 대범한 성격이긴 하지만 식구들이 복작대다가 
혼자서 빈 집을 지키려면 얼마나 썰렁할꼬.
이게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하겠지......
이틀에 한번 펫시터가 와서 30분 동안 관리해 줄 거라고 한다.
우리한테 맡기고 가라고 했지만 고양이가 예민한 성격이라 적응하는데 스트레스가 크다고 한다.

 
 
 

아무튼 2주 동안 잘 지내고 있으렴. 아다, 울랑프야!
 
나는 또 시골집에 가져갈 배추겉절이를 한 통 담그고 이런저런 추석 준비를 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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