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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작은 조각들 1. 구월의 마지막 날오전에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군자란 잎사귀 가운데로 보이는 저것은 무얼까?넓고 기다란 군자란 잎사귀들을 한껏 양쪽으로 잡아당기고 살펴보니 세상에나 꽃송이다. 올봄 4월 초에 이렇게 꽃을 피웠었는데 가을에 또 꽃대를 올리다니.그나마 제대로 올리지도 못하고 잎사귀들 안에서 저렇게 피우다니.일산에 살 때도 간혹 일 년에 두 번 꽃을 피울 때가 있었지만저렇게 꽃대도 제대로 밀어 올리지 못하고 잎사귀 안에서 피어나긴 또 처음이다.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있는 수업 들으러 평생학습관으로 가는 길.메타세쿼이아 나무들에 단풍이 들고 있다. 이번 분기엔 월요일과 수요일에 1시부터 3시까지 2시간씩 색연필 일러스트 수업을 듣고 있다.프랑스자수 수업은 매주 월요일 10시부.. 2026. 10. 3.
초가을 번개 또 셋이서 만났다.우리 넷 중 가장 젊은 H는 아직 현역에 몸 담고 있는 선생님이기 때문이다.방학 때엔 잠깐 번개를 할 수 있겠다. 알고 보니 선생님이 방학 때 마냥 쉬는 것이 아니라이런저런 교육받으러 다니기 바쁘긴 하더구먼. 우리 동네 새로 조성되는 체육공원 밑으로 한적한 느낌의 골목에 맛집이 있었다.지도 찍어보니 우리 집과 가까운 곳이어서 걸어서 갔다.등잔 밑이 어둡다고 웬일인지 이쪽 방향은 항상 빼놓고 산책을 했네. 바로 옆엔 자그마한 놀이터 딸린 공원이 있고.메뉴는 굴림만두 들어간 만두전골과 돌솥비빔밥과 돈가스 등이 있었다. 점심 먹고 N언니 동생 가게에 가서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떨다동생네 농막이 있는 밭에 가보기로 하였다.한 차로 이동하는데 뜨개질 고수인 N언니 차에 이런 책이 있었다.스웨.. 2026. 9. 30.
푸른 여름 지나 가을, 모나밸리 문득 모나밸리에 가본 지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난 김에 모나밸리에 가보았다. 와보지 않은 사이에 모나밸리엔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이탈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인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Federica Del Proposto)의 작품 시리즈 `로맨틱 데이트(Romantic Date)· Giving Love (고백)· Talking Love (사랑한다 말하기)· Writing Love (사랑의 편지) 충남 아산의 복합 문화공간인 모나밸리에선 이탈리아 비주얼 아티스트 특별전 빝 국제아트페어(MONAF)가 개최되었으며,해당 일러스트는 작가 페데리카 델 프로포스토가 모나밸리 전시를 위해 공식적으로 선보인 대형 윈도우 글라스 설치 작품(Glass Installation)이라고 한다. 이사하고 모나밸리에서 멀어.. 2026. 9. 30.
새드 엔딩 오늘도 거침없이 망설이지 않고 길을 나섰다.보랏빛 환상적인 맥문동 꽃물결을 꼭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한 번 보고 나면 다시는 그 풍경을 보고 싶다는 갈증이 들지 않을 것 같았기에. 하지만 또다시 내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허무했던가. 아니 한숨 한 번 크게 쉬며 체념했던가.올해 그 보랏빛 물결을 보지 못했기에 내년을 또 기약하려나.지금 같아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내년이 되면 또 변덕이 나서 다시 보러 올 수도 있으리라. 맥문동에 실망한 내 마음을 위로해 주듯이 정말 뜬금없이 꽃무릇을 보게 되었다.아주 헛걸음은 아니라고 내 마음을 쓰담쓰담해 주듯이. 어느새 맥문동 꽃은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었다.조금은 추레해진 꽃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의아심이 들었다.내가 너무 늦게 개화기를 벗어나 .. 2026. 9. 22.
여름의 마지막 발버둥 더위는 계속 되고 9월 17일친정에 갈 때나 집으로 돌아올 때면 항상 오전의 시간을 이용한다.그 시간이 비교적 도로 상황이 한갓진 시간이기도 하고,목적지에 도착한 후에 하루를 길게 알차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굳이 더 따지자면 차로 붐비는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 우선이다. 친정에 도착하자마자 엄마 모시고 추어탕집에 가는 것이 언제나 첫 번째로 하는 일이다.추어탕집은 그새 더 유명해진 것인지 예전 한적하던 곳까지 차가 빼곡히 들어차 있어 겨우 주차했다. 저녁 먹으러 갈 때는 친정집에서 더 가깝기도 하고아직 더운 한낮의 기운이 사그라드는 시간이라 엄마 운동도 될 겸 걸어서 갔다.걸어가며 보이는 꽃들과 풍경들과 그 외 다른 얘기들을 이러니 저러니 나눈다.나는 세상 예쁠 것 없다는 생각으로 늘 바라보게 되는 .. 2026. 9. 21.
초승달 초 승 달 손 종 수 저기, 인디고블루 바다에창백한 입술 한 조각 헤엄쳐간다그때 그, 뜨거운 레몬 맛이야 달에 관한 명상 류 시 화 완전해야만 빛나는 것은아니다너는 너의 안에 언제나 빛날 수 있는너를 가지고 있다겉으로 보이는 너보다더 큰 너를 달을 보라완전하지 않을 때에도 매 순간 빛나는 달을 저 달이 자라서 한가위 보름달이 되겠지~~~ 2026. 9. 16.
[아산 둘레길] - 궁평저수지 둘레길 - 9월 11일 금요일 무더위가 물러가고 날이 선선해지자 제법 많은 회원들이 나온 날이었다. 전형적인 가을 하늘, 파랗게 높은 하늘. 궁평저수지 주차장은 조금 있으면 개최될 황톳길걷기축제 때문에 재정비 공사가 한창이어서저수지 공터에다 주차하는데 어디선가 썩은 냄새가 심하게 풍겨왔다.여름 무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죽은 물고기들이 썩는 냄새라고 한다.주로 떡붕어가 많이 죽는다고 하는데 그 죽은 물고기들을 관리요원이 건져내고 있는 것 같았다. 황톳길가로 군데군데 군락을 이뤄 `물봉선'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흑진주 하나씩 품고 있다가 감싸고 있는 잎을 펼치면 붉은 별 위에 흑진주 한 알 올려놓은 듯하다. 깎아 놓은 지층 단면이 신비롭다며 한 번 보라고 하셨다. 독버섯 가능성 높으므로.. 2026. 9. 14.
9월은 목수국 분홍으로 물들어가는 때 모처럼 신정호주변에서 저녁을 먹고 신정호를 한 바퀴 돌았다.둘이서 이런저런 일상들, 주로 남편의 회사 생활 이야기를 미주알고주알.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구는 어떻게 행동하는지 얘기하면칭찬했다가 함께 분개했다가......그러다 내 이야기도 틈틈이 이러쿵저러쿵 쫑알쫑알....... 9월은 목수국 분홍으로 물들어가는 때 벌써 낙엽이 떨어져 뒹굴며 낙엽 마르는 냄새가 솔솔 풍겨 가을 분위기를 물씬 나게 한다.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오랜만에 신정호를 걷는 우리에게 선물처럼붉은 노을이 펼쳐져 연신 호수 건너편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붉은 칸나 너머 붉은 노을, 붉은 노을 밑으론 붉은 호수. 그야말로 불바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 반대편은 아직 환한 낮. 2026. 9. 11.
다시 또 보랏빛 물결을 꿈꾸며 장항 송림산림욕장은 고속도로와 국도를 달려 1시간 40여 분이 걸리는 곳이었다.운전하는 남편 옆에 앉아 갈 때는 그리 멀지 않게 느껴지던 곳이었는데직접 운전하고 가려니 꽤 먼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언가를 보겠다고 직접 운전해서 나선 것은 공주시 유구읍 색동정원의 수국과 이 서천군 장항읍 송림산림욕장의 맥문동이다. 하지만 주차장에 차를 대고 송림숲으로 걸어가며 먼발치에서부터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아직도 내가 꿈꾸는 보랏빛 세상이 아니었다.내가 이런 상태를 보려고 먼 곳에서부터 달려온 게 아닌데 말이다. 어느 곳은 제법 볼만하게 피기도 하였다. 밀물 때인가 하는 나의 생각은 맞았다. 나는 이런 오솔길이 참 좋더라.나 홀로 생각에 잠겨 자박자박 느리게 걷는 이 시간이 .. 2026.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