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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가 주는 힐링 이따금 방문하는 소독원이나 정수기 코디로부터 집이 참 깔끔하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조금 전에 다녀간 소독원 역시 집안 이곳저곳에 소독약을 뿌리고 나서 집이 참 깔끔하다, 거실 벽을 이렇게 액자로 꾸미는 것도 참 좋아 보인다, 그중 큰아들의 결혼사진은 마치 연예인 화보 같다는 기분 째지는 덕담도 덥석 안겨준다. 사진 속의 남자는 우리나라 사람 같은데 여자가 외국인이어서 인상적이라나. 아마도 그래서 더 신기하게 와닿았겠지. 얼마 전에 다녀간 시누이는 집안이 참 심플하다는 평을 했다. 언니는 물건 많은 것을 싫어하나 보다고. 빙고! 나는 물건 많은 것을 어수선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자잘한 물건들로 집안 이곳저곳을 장식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 뱃속에서 나왔어도 성격은 제각각이어서 내 밑의 .. 2024. 2. 26.
남서향에 타워형 요즘 아파트들은 죄다 높다랗게 올라가 35층에서 45층 가까이 짓는 게 예사롭다. 20층이나 25층이 최고층이었던 예전엔 5층에서 10층까지가 로열층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꼭대기층이 가장 로열층이며 따라서 분양가도 가장 세다고 한다. 층별로 천만 원 정도 분양가 차이가 났는데 희한하게도 6층에서부터 10층까지는 금액이 똑같았다. 조망권을 생각한다면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가격의 10층이 더 나은데 우리가 원하는 동 라인의 6층 이상은 이미 다 계약되었다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6층을 분양받게 되었다. 실은 저층을 선호하는 편인데 조망권을 생각하자니 엉뚱하게도 억울한 생각이 들지 뭔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1단지와 2단지로 갈라지는 대단지 아파트이며 1단지는 35층, 2단지는 37층이 최고층이다. .. 2024. 2. 23.
눈 오는 날 분명 하트로 보였는데 찍어 놓고 보니까 아니다. 가는 겨울이 무에 그리 아쉬운지 또 눈을 푸지게 쏟아 놓았다. 나는 또 왜 눈만 오면 신이 나는지. 강아지처럼 신나게 쏘다니게 되는지 모르겠네. 2024. 2. 22.
봄은 어디만큼 왔을까 로컬푸드 코너가 있어 농산물을 살 때 주로 이용하는 하나로마트에 다녀오는 길, 이 고개를 넘을 때쯤이면 별 것 없는 것 같은 이 풍경에 나는 살짝 매료되곤 한다. 신호에 걸렸을 때 먼산에 눈 쌓인 풍경이 아름답다고 사진 한 장 냉큼 찍고 고개를 넘어서는 내리막길에선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거기 바로 신정호가 있기 때문이고, 계절마다 다른 풍경으로 펼쳐지는 호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늘은 어떤 풍경일까 자꾸만 그쪽으로 시선이 향하곤 한다. 매번 같은 듯 하지만 다른 풍경을 내려다보며 내려오는 내리막길의 재미다. 고개를 내려서는 많은 날들 중에 가장 내 시선과 마음을 잡아끄는 풍경은 맑은 햇살을 호수 가득 받아 안아 윤슬을 잔뜩 거느리고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는 수면이 펼쳐질 때이다... 2024. 2. 19.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 서울에 가서 세 자매가 친정집에 모여 놀던 날, 앨범을 들추다 오래된 사진 속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간간이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그중 엄마 칠순기념 제주도 여행. 보기 드물게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의 엄마가 지금보다 훨씬 젊고 곱다. 저때는 저때대로 우리 엄마가 벌써 칠순이라니, 믿기지 않았고 무척 연세가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엄마가 벌써 올해로 여든 하고도 두 해가 되었다. 저때로부터 1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시나브로 살이 빠져 골격만 남은 것 같은 지금의 모습은 뵐 때마다 안쓰러움을 불러일으킨다. 사진 속 엄마를 보며 "그때만 해도 우리 엄마 젊었네! 통통하셨었네!" 딸들의 감탄사가 난무한다. 예전엔 어디 가면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매번 듣게 되는 왜 이.. 2024. 2. 5.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 1. 방전 올겨울엔 눈이 자주 온다. 계속 봄날씨처럼 따뜻해서 이대로 그냥 봄이 되는 건가 싶었지만 어림없다는 듯이 요 며칠 강추위가 몰아쳤다. 이렇게 눈 쌓이고 꽁꽁 얼어붙은 추운 날 운동하러 갔다. 실내엔 온풍기도 켜져 있고, 운동으로 몸에 열이 올라 땀 흘리다 나오니 땀 흘린 위에다 외투 걸치기 찜찜한 마음에 운동 끝낸 후에 외투는 항상 그냥 들고 나오게 된다. 그러다 얇은 옷차림 속으로 확 들어오는 찬바람 때문에 감기에 걸렸었는지 한 열흘 가량 기침도 나고 몸살기가 도졌었다. 밤이면 심해지는 기침으로 병원에서 3일 치 약도 처방받고, 약국에서 따로 기침감기 약을 사다 먹기도 했지만 완전히 확 아픈 것도 아니고 안 아픈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감기 기운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아 몸이 개.. 2024. 1. 29.
부산 - 광안리의 아침 다음날 아침, 잠이 깨어 비몽사몽간에 무심코 바라보는 하늘이 붉었다. 얼른 시계를 바라보니 7시 반쯤 되었다. 어, 일출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어? 잔뜩 기대를 갖고 하늘을 계속 바라보게 되었다. 설마, 벌써 해가 떠서 구름 속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니겠지? 얼마쯤 기다리니 둥근 해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어, 나온다! 나온다! 철없는 어른인 내가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을지는...... 다만 역시나 유리창에 내 모습이 비쳐서 AI지우개로 지웠더니 사진이 조금 이상하다. 게다가 이곳은 연갈색으로 선팅한 창이라 자연 그대로의 색감을 즐길 수 없으니 밖에서 해돋이를 보았다면 몇 배는 더 감격적이었을 거라 생각 든다. 그건 부지런한 자들의 몫이겠지만...... 허접하기 짝이 없는 사진이지만 이마저.. 2024. 1. 23.
부산 - 광안리의 오후 광안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호텔에 들어섰더니 접수하는 안내데스크 뒤로 광안대교 위로 펼쳐지는 불꽃축제의 영상이 켜져 있었다. 연신 감탄하며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형편없어서 검색으로 다음 카페에서 한 장 퍼왔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저 사진은 드론 띄워 찍었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묵은 호텔에는 복도를 가운데 두고 시티뷰와 바다뷰로 갈라지는데 시티뷰가 바다뷰보다 4만 원 저렴하다고 한다. 바다뷰의 숙소는 그마저도 불꽃축제를 할 때는 숙박료가 엄청 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건물 6층 호텔 리셉션에서 밖을 바라볼 때는 새파란 하늘이었는데 잔뜩 기대하며 16층의 숙소로 올라와 바라본 풍경은 연갈색으로 선팅한 창 때문에 색깔이 달라져 무지하게 아쉬웠다. 게다가 창문을 열 수 없는 통창이며 밑에 자그마한 여닫.. 2024. 1. 23.
부산 - 바닷가의 아름다운 사찰 해동용궁사 부산에 가서 가장 처음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건물. 새 건물들에 둘러싸인 낡고 허름한 낮은 건물. 과연 우리나라 제2의 도시답게 마천루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어 고개를 뒤로 확 젖혀 바라보며 신기하다고 요란법석. 이번이 다섯 번째쯤 되는 부산 방문인데 저 건물은 처음 본다고 하니 태풍에 창문이 흔들려서 유명해진 건물이라고 악평을 한다. 내가 신기하게 생각하는 반원 모양 때문이라고 하네. 어쨌거나 외관은 획일적이지 않아 멋지다! 해동용궁사(海東龍宮寺) 옛날부터 숱한 신비와 변화를 간직하고 연류와 역사를 함께 해온 바다! 잔잔함의 평화로움이 있는가 하면 폭풍우를 동반한 성냄도 있다. 대개의 사찰이 산중(山中)에 있는 것과는 달리 해동용궁사는 이름 그대로 검푸른 바닷물이 바로 발아래 철썩대는 수상법당 (水上法堂).. 2024.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