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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멋지던 날 풍경(Landscape)이란 그 풍경을 바라보고 누리며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투영된 것(Mindscape)이라고 하지 않던가. - 김장훈 중에서 어제 책을 읽다가 이 구절을 발견하고 심히 공감했다. 저녁 무렵, 식사 준비를 하다가 또는 설거지를 하다가 주방창을 자주 내다보게 된다. 오늘은 또 하늘이 어떤 풍경을 내게 선물해 주려나. 오늘 하루 선물 받은 풍경에 감탄하지만 늘 그 감탄만큼 사진에 담기지 않는 함정이 있다. 3월 중순 어느 날, 신정호 둘레를 걷다가 등나무 터널 밑에 수두룩하게 깔려 있는 바둑알 같은 것을 보았다. 이게 뭐람? 콩꼬투리 같은 껍질에서 빠져나온 이 단단한 열매들은 등나무의 씨앗들이었다. 매끈매끈 예뻐서 세 알 주워왔다. 마당도 없는데 뭐 어쩌겠다고? 그냥 관상용이다. 식탁 위에.. 2024. 3. 26.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지난해 3월에 갔었던 백운호수에 올해도 가게 되었다. 역시나 3월 초와 3월 하순에 들어 있는 아들들의 생일 축하날이다. 3월이 언제나 내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편이 인터넷 들여다보며 고르고 고른 숲 속에 있는 한정식 집은 벚나무로 둘러 싸여 있어서 벚꽃 필 때 가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산자락 넓은 부지를 수목원처럼 가꿔놓았던데 작은아들 왈 "엄청 부자네요."ㅎㅎ 주차 안내하시는 분이 큰아들 부부에게 "국제부부?" 하고 물으면서 벚꽃 필 때 다시 한번 오라고 하지만 그러기엔 큰아들네에서도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도 너무 멀다. 큰아들이 작은아들에게 들러 함께 이곳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 2시간, 우리가 이곳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 1시간 20분 정도. 다음 달엔 남편의 생일이 들어 있는.. 2024. 3. 25.
산수유 핀 외암마을 어느 블로거가 구례와 이천 대신 아쉬운 대로 외암리마을에서 산수유 꽃을 구경한다고 하여 그렇다면 나도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인 것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네, 하는 생각을 갖고 냉큼 달려가 보았다, 오늘 오후에도 비 예보가 있고, 토요일과 일요일엔 일정이 짜여 있고, 월요일과 화요일에도 또다시 비 예보가 있으니 혹시라도 그 비에 꽃잎 떨어질까 봐 그리하여 행여나 산수유 꽃의 절정을 놓칠까 봐 더욱 서둘러 꽃구경을 가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산수유가 활짝 피어있을 무렵의 외암마을은 처음인 것 같다. 먼 산 바라보며, 마을 어느 곳에 산수유가 노랗게 피어있나 둘레둘레 살피며 걷다가 어느 순간 깜짝 놀랐다. "아유, 깜짝이야!" 두터운 돌담장 위에 보호색으로 위장한 것처럼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다.. 2024. 3. 22.
헛된 소비 이곳 행정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헬스장을 이용하려면 행정복지센터 2층 한편에 있는 주민자치 사무실에 가서 등록하면 되던 것을 올해부터 시스템을 바꿔 온라인으로 아산 평생학습관 홈페이지에서 등록하게끔 했다. 그동안은 운동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사무실에 가서 등록하고 당장 그날부터 운동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3개월 단위로 나누어 분기별로 이용 신청을 해야 한다. 등록한 마지막 달 중순쯤에 다음 분기 이용 신청을 미리 하라고 알림 문자가 온다. 그 주어진 신청 기간 내에 신청하고 기다렸다가 당첨되었다는 문자가 오면 돈을 계좌이체 하는 방식이다. 헬스장 이용 신청을 하려고 아산 평생학습관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다른 여러 강좌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아산 평생학습관에 솔깃한 여러 강좌들이 있다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 2024. 3. 19.
산수유 매화 피는 봄 드디어 산수유가 활짝 피어났다. 나는 이곳에 오기 전에 항상 봄을 맨 먼저 알리는 꽃은 매화로만 알았는데 이 호숫가에서는 항상 산수유가 먼저 피어난다. 지난가을 무지막지하게 가지를 쳐낸 모과나무에도 연둣빛 물이 올랐다. 겨울은 갈색으로 보내다가 봄이 되면 모과나무 수피의 얼룩무늬가 도드라지며 연둣빛을 띄기 시작한다는 것도 이 호숫가에서 알게 되었다. 호수를 돌다가 이 부분을 지날 때면 이제 유심히 보게 되는 장소가 되었다. 저기 멀리 타워크레인이 보이네. 왼편으론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다. 역시나 지난가을 반듯하게 칼각으로 싹 쳐냈던 회양목에도 연둣빛 꽃이 피어난다. 자세히 보아야 꽃이 핀 줄 알게 된다. 시골집에 갔더니 광대나물이 분홍분홍하게 피어 조금은 센 봄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광대 복.. 2024. 3. 19.
산다는 것의 쓸쓸함 일요일 오전 9시 30분쯤 집을 나섰다. 수도권의 작은시누이 집에 도착하니 11시쯤. 언덕배기의 8층이라 체감상 10층쯤 되는 것 같은 집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왼편 멀리 유적지 하나가 눈에 뜨인다. 서원이라고 한다. 이런 뷰도 참 좋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계절 따라 달라지는 고풍스러운 풍경을 내려다보는 기분도 색다를 것 같다. 시누이네 냉장고가 우리 것과 똑같다고 얘기하며 바라보는데 그 옆에 걸린 푸른 빛나는 사진 액자 하나. 커다란 새떼 사진에 시선과 마음이 확 쏠렸다. 내 눈은 커다래지고 자꾸 질문이 튀어나간다. - 직접 찍었어요? 샀어요? 멀리서 보면 파란색 일색이어서 무엇인가 볼품없는 것을 가려놓은 것 같기도 한 무신경하게 걸린 듯한 액자였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그 모든 풍경이 구분된다... 2024. 3. 18.
예산 - 짧은 여행의 끝 예당호 예당호에 전망대가 생겼다고 해서 전망대에 올라 예당저수지를 조망해 보려는 요량으로 예당호에 가다가 호수 가운데 공중에 까만 점들을 마구 찍어놓은 듯한 새들의 커다란 무리를 발견했다. 맨 처음 그것은 마치 여름날 하루살이 떼 같았고, 그렇지만 이 계절에 곤충의 무리가 하늘을 점령할 리도 없고, 그것이 이렇게 먼발치에서 스치며 바라보는 내 육안에 뜨일 리도 없으니, 하늘에 점점이 떠있는 저것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생각하다가 아마도 새떼들인가 보다 짐작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크고 넓게 까맣게 하늘을 메우고 있었다. 궁금해서 새떼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충남 서천군 금강호 상공에서 가창오리 떼가 군무를 하고 있다. 가창오리는 100~1000마리가 들어가는 가상의 원을 그린 후 전체 가창오리 무리.. 2024. 3. 11.
서천 - 마량리 동백나무 숲 이정표에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을 발견했다. 지금 동백나무 꽃철인가? 그럴 것 같기도 한데 한 번 가보자. 1,000짜리 입장권을 끊으면서 매표소 직원에게 물었다. - 동백꽃이 피어 있어요? - 지금 조금씩 피어나고 있어요. 어디, 어디에? 어디에 동백꽃이 피었어? 조기 있다! 애걔......ㅠㅠ 그렇지만 5백여 년 수령이라는 동백나무줄기들은 참 감탄스럽도록 멋지다. 서천 팔경 중의 한 곳인 서면 마량리 동백나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는 5백여 년 수령의 동백나무 85주가 8,265㎡에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동백나무 숲에 가면 3월 하순부터 5월 초순까지 푸른 잎 사이에 수줍은 듯 피어있는 붉은 동백꽃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으며, 정상에 있는 동백정에 올라가면 서해의 푸른 바다와 낙.. 2024. 3. 9.
군산 - 짧은 여행 몇 년 전 초겨울에 와서 코로나로 인해 내부 개방하지 않는다고 하여 들어가 보지 않았던 일본식 가옥을 구경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이번에도 내부는 개방 되지 않아 아쉬움의 한숨이 폭 나왔지만, 아쉬운 대로 가옥 외관과 정원만 둘러보게 되었다. 동그란 창문의 창살이 특이하다. 방범 겸 멋 내기이겠지? 한때 지대한 관심을 갖고 유튜브로 집에 대한 동영상을 꽤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알고리즘으로 어떤 일본 고택에 사는 유튜버의 동영상이 떴다. 그 고택의 여주인은 아침이면 유리창 달린 `ㄴ' 자 모양의 긴 복도의 무슨 재질인지 가늠이 안 되는(아마도 나무에 회색칠을 했을까) 창 덧문을 주르륵 열었다가 하루를 마감하는 어스름 저녁이 오면 그 창 덧문들을 모조리 닫으며 하루를 끝내는 것이었다. 그 문들은 .. 2024. 3.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