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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어디만큼 왔을까 로컬푸드 코너가 있어 농산물을 살 때 주로 이용하는 하나로마트에 다녀오는 길, 이 고개를 넘을 때쯤이면 별 것 없는 것 같은 이 풍경에 나는 살짝 매료되곤 한다. 신호에 걸렸을 때 먼산에 눈 쌓인 풍경이 아름답다고 사진 한 장 냉큼 찍고 고개를 넘어서는 내리막길에선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거기 바로 신정호가 있기 때문이고, 계절마다 다른 풍경으로 펼쳐지는 호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늘은 어떤 풍경일까 자꾸만 그쪽으로 시선이 향하곤 한다. 매번 같은 듯 하지만 다른 풍경을 내려다보며 내려오는 내리막길의 재미다. 고개를 내려서는 많은 날들 중에 가장 내 시선과 마음을 잡아끄는 풍경은 맑은 햇살을 호수 가득 받아 안아 윤슬을 잔뜩 거느리고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는 수면이 펼쳐질 때이다... 2024. 2. 19.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 서울에 가서 세 자매가 친정집에 모여 놀던 날, 앨범을 들추다 오래된 사진 속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간간이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그중 엄마 칠순기념 제주도 여행. 보기 드물게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의 엄마가 지금보다 훨씬 젊고 곱다. 저때는 저때대로 우리 엄마가 벌써 칠순이라니, 믿기지 않았고 무척 연세가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엄마가 벌써 올해로 여든 하고도 두 해가 되었다. 저때로부터 1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시나브로 살이 빠져 골격만 남은 것 같은 지금의 모습은 뵐 때마다 안쓰러움을 불러일으킨다. 사진 속 엄마를 보며 "그때만 해도 우리 엄마 젊었네! 통통하셨었네!" 딸들의 감탄사가 난무한다. 예전엔 어디 가면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매번 듣게 되는 왜 이.. 2024. 2. 5.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 1. 방전 올겨울엔 눈이 자주 온다. 계속 봄날씨처럼 따뜻해서 이대로 그냥 봄이 되는 건가 싶었지만 어림없다는 듯이 요 며칠 강추위가 몰아쳤다. 이렇게 눈 쌓이고 꽁꽁 얼어붙은 추운 날 운동하러 갔다. 실내엔 온풍기도 켜져 있고, 운동으로 몸에 열이 올라 땀 흘리다 나오니 땀 흘린 위에다 외투 걸치기 찜찜한 마음에 운동 끝낸 후에 외투는 항상 그냥 들고 나오게 된다. 그러다 얇은 옷차림 속으로 확 들어오는 찬바람 때문에 감기에 걸렸었는지 한 열흘 가량 기침도 나고 몸살기가 도졌었다. 밤이면 심해지는 기침으로 병원에서 3일 치 약도 처방받고, 약국에서 따로 기침감기 약을 사다 먹기도 했지만 완전히 확 아픈 것도 아니고 안 아픈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감기 기운이 말끔히 사라지지 않아 몸이 개.. 2024. 1. 29.
부산 - 광안리의 아침 다음날 아침, 잠이 깨어 비몽사몽간에 무심코 바라보는 하늘이 붉었다. 얼른 시계를 바라보니 7시 반쯤 되었다. 어, 일출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어? 잔뜩 기대를 갖고 하늘을 계속 바라보게 되었다. 설마, 벌써 해가 떠서 구름 속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니겠지? 얼마쯤 기다리니 둥근 해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어, 나온다! 나온다! 철없는 어른인 내가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을지는...... 다만 역시나 유리창에 내 모습이 비쳐서 AI지우개로 지웠더니 사진이 조금 이상하다. 게다가 이곳은 연갈색으로 선팅한 창이라 자연 그대로의 색감을 즐길 수 없으니 밖에서 해돋이를 보았다면 몇 배는 더 감격적이었을 거라 생각 든다. 그건 부지런한 자들의 몫이겠지만...... 허접하기 짝이 없는 사진이지만 이마저.. 2024. 1. 23.
부산 - 광안리의 오후 광안리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호텔에 들어섰더니 접수하는 안내데스크 뒤로 광안대교 위로 펼쳐지는 불꽃축제의 영상이 켜져 있었다. 연신 감탄하며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형편없어서 검색으로 다음 카페에서 한 장 퍼왔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저 사진은 드론 띄워 찍었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묵은 호텔에는 복도를 가운데 두고 시티뷰와 바다뷰로 갈라지는데 시티뷰가 바다뷰보다 4만 원 저렴하다고 한다. 바다뷰의 숙소는 그마저도 불꽃축제를 할 때는 숙박료가 엄청 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건물 6층 호텔 리셉션에서 밖을 바라볼 때는 새파란 하늘이었는데 잔뜩 기대하며 16층의 숙소로 올라와 바라본 풍경은 연갈색으로 선팅한 창 때문에 색깔이 달라져 무지하게 아쉬웠다. 게다가 창문을 열 수 없는 통창이며 밑에 자그마한 여닫.. 2024. 1. 23.
부산 - 바닷가의 아름다운 사찰 해동용궁사 부산에 가서 가장 처음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건물. 새 건물들에 둘러싸인 낡고 허름한 낮은 건물. 과연 우리나라 제2의 도시답게 마천루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어 고개를 뒤로 확 젖혀 바라보며 신기하다고 요란법석. 이번이 다섯 번째쯤 되는 부산 방문인데 저 건물은 처음 본다고 하니 태풍에 창문이 흔들려서 유명해진 건물이라고 악평을 한다. 내가 신기하게 생각하는 반원 모양 때문이라고 하네. 어쨌거나 외관은 획일적이지 않아 멋지다! 해동용궁사(海東龍宮寺) 옛날부터 숱한 신비와 변화를 간직하고 연류와 역사를 함께 해온 바다! 잔잔함의 평화로움이 있는가 하면 폭풍우를 동반한 성냄도 있다. 대개의 사찰이 산중(山中)에 있는 것과는 달리 해동용궁사는 이름 그대로 검푸른 바닷물이 바로 발아래 철썩대는 수상법당 (水上法堂).. 2024. 1. 19.
신정호 사진 공모전 수상작 지난해 가을 11월에 개최했던 사진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들을 `생태학습관'에서 전시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동안 무심히 지나쳐 다니다가 사진 보러 가면서 보니 그 공간에 `미디어아트와 라이브스케치'로 그새 다른 이름이 걸려 있었다. 최우수작은 없고 우수작 2점부터 시작해 장려작과 입선작까지 모두 15점이 수상했다고 한다. 우수작 - 신정호의 가을 · 엄재록 우수작 - 하늘을 닮은 신정호수 · 김영수 출처 : 아산시, ‘신정호수공원 사계 사진 공모전’ 수상작 발표-온주신문 - http://www.onjoo.kr/34806 신정호 사진 공모전에서 입상한 작품들은 이렇게 신정호 홈페이지에서 활용하고 있다. 사진 : 갈대와 석양 · 최인석 사진 : 신정호 봄의 향연 · 박병찬 실제로 보러 가서 찍으니 건물 .. 2024. 1. 18.
얼떨결에 점심 지난 금요일, 운동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점심 사주겠단다. 집에서 만날 보는데 또 밖에서 웬 점심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런 경우 십중팔구 누구와의 점심 약속이 틀어진 경우다. 뭐, 주로 외근을 하니까 밖에서 남편 혼자 점심 먹는 것이 잦은 일이지만 집 근처이고 이왕 약속이 틀어졌으니 마눌에게 밥 한 끼 사주고 싶었나 보다. 코다리와 중국음식 중에 고르다가 전에 갔던 중식당의 대표 메뉴를 먹어보자에 마음을 맞췄다. 이번엔 딱 창가로 앉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신정호가 멀어 보였다. 초록 논뷰일 때나 황금벌판뷰일 때 참 좋겠다는 생각이 변함없이 들었다. 여기까지 사진 찍었을 때 아이들처럼 그런다고 벌써 못마땅한 티를 내던 남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나온 우육면까지 찍을 때.. 2024. 1. 15.
이름 뒤에 숨은 사랑 아시마는 요즘 들어 외국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평생 임신한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을 했다. 기다림은 끝도 없고, 언제나 버겁고, 끊임없이 남과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다. 한때는 평범했었던 삶에 이제는 불룩하게 괄호가 하나 삽입되었고, 이 괄호 속에는 끝나지 않는 책임이 들어 있었다. 이를 통해 이전의 삶은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 그 삶은 오히려 더 복잡하고 힘든 무엇인가로 대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외국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임신했을 때처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호기심과, 그리고 동정심과 이해심이 묘하게 뒤섞인 감정을 자아내는 어떤 것이라고, 아시마는 생각하였다. - p.71 외국 생활 10년 만에 그들은 고아가 되었다. 아쇼크의 부모님은 두 분 다 암으로 돌아가셨고, 아시마의 어머니는 신장 질.. 2024.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