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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린 시월 하순 어느 날엔 분리배출하러 가는데 어디선가 향긋한 꽃향기가 솔솔 풍겨왔다. 어디서 날아오는 걸까? 무슨 꽃향기일까? 두리번두리번. 노란 산국무리가 분리배출장 너머 야산 주변으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산국의 향기가 이리 진하고 향기로웠나. 그 많은 꽃송이 중에서 몇 송이쯤 꺾어도 표 안 날 것 같아 조금 꺾어왔다. 지나칠 때마다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며 감탄하게 만드는 산국 향기. 햇살 좋은 날, 해바라기도 하고 운동도 할 겸 슬렁슬렁 산책을 나갔더니 하천가엔 고마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물을 정화시키는 데엔 고만이어서 `고마운 이'가 줄어들어 `고만이' 고마리가 되었다는 유래도 있고, 꽃의 크기가 작아 고만고만하다는 `고만이'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고. 언제 이렇게 잎을 다 떨구어버렸을까. 인디언 달력에서 수.. 2023. 11. 10.
울릉도⑤ - 행남 해안 산책로 우리나라 최고의 해안 산책로이며, 도동항에서 저동 촛대바위까지 실로 변화무쌍하다. 기암절벽과 천연동굴의 곁을 따라, 때로는 바위와 바위사이를 잇는 무지개다리를 건너 울릉도의 포구와 해안을 발끝으로 디뎌 누린다. 또한 KBS 해피선데이 1박 2일 팀이 꼽은 울릉 1 경이자 곰돌이레이스 미션을 펼친 장소이다. 강호동의 표현대로 "조명을 켠 듯 눈부시게 맑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따라 걷는다. 산책로 중간에는 쉼표처럼 도동등대도 자리한다. 도동여객선 터미널에서 도동등재까지의 행남코스는 왕복 2시간, 저동 촛대바위 코스는 왕복 3시간 정도 걸린다. 출처 : 울릉도 관광안내 소책자 우리는 도동항에서 저동 촛대바위가 아닌 역방향으로 저동 촛대바위에서 행남등대까지만 걸었다. 하루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인지라 시간도.. 2023. 11. 8.
울릉도④ - 태하향목 대풍감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을 타러 왔다. 총 연장 304m의 레일과 39˚에 이르는 가파른 경사로를 20인승 카 2대가 동시 운행하며 분당 50m의 속도로 약 6분 정도 소요된다. 처음엔 급경사의 모노레일 철길을 보고 모두들 겁을 집어 먹었다. 롤러코스터처럼 뒤로 확 젖혀지며 올라가는 것인 줄 지레짐작했던 것이다. 뜻밖에도 수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올라가길래 평온심을 유지하게 되었다. 1인 4천 원의 이용료를 보고서 나는 이건 편도 이용권이다, 남편은 아니다 왕복 이용권이다, 티격태격했더니 저녁 내기를 하잔다. 당장 함께 탑승한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나, 졌다. 저녁은 내가 사기로. 왜 케이블카 이용료보다 훨씬 싼 거지? 동백꽃 필 때 장관이겠네. 울릉군의 군목(郡木)인 후박나무와 군화(郡花)인 동백(꽃)나무가.. 2023. 11. 8.
울릉도③ - 나리분지 · 송곳봉 · 코끼리바위 관음도에서 내려와 섬목에서 천부항 쪽으로 가는 길 중간 어디쯤에 해중전망대가 있었다. 바다에 설치된 '천부해중전망대'는 수심 6m 바닷속을 관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1인당 4천 원짜리 입장권을 끊고, 오징어 조형물 음수대를 지나, 바다에 있는 천부해중전망대로 걸어간다. 해중전망대로 가는 다리 위에 서면 송곳봉과 코끼리바위 엉덩이가 보인다. 송곳봉엔 구멍이 4개 나있다고 한다. 우리가 달려왔던 방향. 10여 년 전 제주에 갔을 때 배를 타고 잠수함 있는 데까지 가서 잠수함으로 옮겨 타고 바닷속을 본 적이 있다. 잠수함을 타고 문섬을 한 바퀴 도는 줄 알았더니 바다 깊숙이 가라앉자 잠수부가 물고기를 몰아다 주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 나름 거금인 1인당 5만 원이었기에 4인 20만 .. 2023. 11. 7.
울릉도② - 관음도 • 삼선암 울릉도 여행 2박 3일 중에 유일하게 온전히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하루를 울릉도 구경을 할 수 있는 날. 숙소에서 제공하는 간단한 조식을 먹고 산뜻한 마음으로 출발~ 가장 먼저 울릉도 3대 비경 중 하나라는 관음도에 갔다. 삼선암, 코끼리바위, 관음도 쌍굴을 3대 비경으로 꼽는다는데 관음도 쌍굴을 본 것이 아니라 관음도를 걸어서 돌며 해안 풍경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관음도 쌍굴은 배를 타고 관람해야 할 듯. 저동항에서 관음도로 가는 길에 보이던 `북저바위', 북저바위 왼편으론 죽도가 보이지만 아쉽게도 한 프레임에 담을 수가 없다. 관음도는 1인당 4천 원짜리 입장권을 끊은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탑승 인원 제한 8명 엄수하면서 건물 7층 높이의 매표소 정상으로 올라간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하나가 고장 났.. 2023. 11. 6.
울릉도① - 독도전망대 지난해 어느 날 동서들끼리 앉아 담소를 나누는데 10월 말쯤이나 11월 초에 울릉도에 가면 참 좋다고 아래 동서가 추천했다. 그림 같은 하늘이 펼쳐져 울릉도가 무척 아름다워 보인다나. 그 유혹적인 말에 솔깃해졌고 딱 그맘때에 맞춰 울릉도를 향해 떠나게 되었다. 차를 주차해 놓고 배를 타러 간다. 저기 우리가 타고 갈 쾌속선이 보인다. 울릉도에 가는 배는 포항, 후포항, 묵호, 이곳 강릉항 모두 4 군데서 출항한다고 한다. 그중 차를 싣고 갈 수 있는 배는 후포항과 포항인데 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빨리 갈 수 있는 쾌속선을 타는데 강릉항에서 저동항까지 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돌아올 때는 평일이어서 저 요금에서 만 원 정도 적은 75,900원. 미리 가서 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배를 타고 출.. 2023. 11. 4.
강릉에 들러 강릉에 도착해 인터넷으로 검색해 20년 된 로컬맛집이라는 곳에서 여행 중이니까 든든히 먹어야 한다며 갈비구이를 먹고 예약해 둔 숙소에 도착했다. 들어가기 전 잠깐이나마 밤바다를 거닐자고 해서 경포대 바닷가로 나왔다. 둥근달이 밤바다 위로 휘영청 떠서 우리를 반겼다. 경포대는 몇 번째 오는 걸까? 꽤 여러 번 왔다. 스물몇 살 때도 왔고, 남편과 연애할 때도 왔고, 남들 다 제주도로 신혼여행 갈 때 우린 경포대와 설악산으로 왔기 때문에 신혼여행 때도 왔고, 아이들 어릴 적 가족여행으로 와서 겨울 바다를 보았었고, 그 아이들 머리 크자 "두 분이서 오붓하게 다녀오세요."라며 따라오는 걸 정중히 사양해 또 둘이 왔었고, 남편 친구들 부부 동반 모임에서 왔었고, 그런가 하면 내 친구들 부부 동반 모임에서 왔었고.. 2023. 11. 3.
오대산의 깊은 가을 속으로② - 상원사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생각보다 멀었다. 포장인지 비포장인지 헷갈리는 길을 달려갔다. 집으로 돌아와 세차하는데 곳곳에 흙투성이였다고, 아마도 이 길에서 그리 된 것 같다고 한다. 가는 길에 스틱을 들고 걷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는데 상원사와 월정사를 잇는 선재길(9km)을 걷는 사람들인가 보았다. 우리도 언젠가 와서 저렇게 걸으면 참 좋겠다며 부러워했다. 사실, 몇 달 전부터 이번 여행을 계획했을 때 오대산은 들어있지 않았다. 풍랑으로 배가 뜨지 않을 것이라고 하여 계획했던 일정에서 하루가 비게 되어 그렇다면 어디를 갈까 궁리하다가 오대산으로 낙점되었다. 그렇게 오게 된 오대산에서 만추의 기분을 만끽하게 되다니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너무나 흡족한 마음에 더 좋은 인상으로 남게 되었다. 강원도에서.. 2023. 11. 2.
오대산의 깊은 가을 속으로① - 월정사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쳐 가다가도 거대한 트로이 목마와 저 커다란 나무 조형물이 보이기 시작하면 '아, 지금 여주를 지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예전엔 정말 나무 모양이었는데 그새 바뀌었네. 강원도로 접어드니 울긋불긋한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어머, 벌써 단풍이 들었구나!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위치한 오대산에 갔다. 가는 길에 하는 허튼소리 하나. "강원도는 지명이 다 이쁜 것 같아. 진부령이나 대관령, 선재령 고개 이름도 이쁘고, 강릉이나 양양, 평창 지명도 이뻐. 양양하면 왠지 햇빛이 마구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 일주문 절의 입구임을 알리는 문으로, 절에 들어서기까지 거치게 되는 세 개의 문 중 첫 번째 문입니다. 모든 중생이 자유롭게 드나들라는 의미에서 문짝을 달지 않.. 2023.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