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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111

이제는 추억 속으로 4월이면 창문 밑으로 이런 풍경이 펼쳐지던 곳과 이젠 영영 이별이다. 17여 년 동안 우리 가족이 살았던 집. 네 식구가 살다가 나 홀로 몇 년, 다시 큰아들네 부부가 몇 년 살았던 집. 그 사이사이 때로는 빈 집으로도 있었던 집. 이팝나무 꽃 피어나던 5월. 느티나무와 중국단풍나무가 울긋불긋 물들던 가을. 고요하게 흰눈 내리던 겨울. 맨 처음 이사 가서 날씨 좋은 날이면 저 멀리 우리가 올랐던 인천의 계양산이 보인다며 반가워했다. 점차로 풍경이 변해가고 나중엔 높이 올라온 건물들 사이로 빼꼼히 찾아야 보이던 계양산. 숱하게 올랐던 고봉산 영천사 앞에서 내려다보던 4월의 풍경. 같은 자리에서 9월에 내려다보던 풍경. 사계절 내내 내가 즐겨 걷던 산책로의 10월 대왕참나무길. 사진으로만 남게 될 풍경이 되.. 2024. 4. 6.
향수 제주도로 출장 갔던 남편이 향수를 하나 사 왔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남아 면세점을 구경하다가 마침 향수 떨어졌다는 마눌의 말이 퍼뜩 생각났단다.(기특한지고!)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싱글벙글 웃는 표정으로 저녁 준비하고 있는 내 앞에 자랑스럽게 봉투를 턱 내밀었다. 자신은 후각이 시원찮아 향에 대한 판단력을 믿을 수 없어 판매원의 추천을 참고 삼았는데 향을 제대로 잘 골랐는지 모르겠다며 얼른 뿌려보란다. 어, 이번 건 향이 진하네. 전에 쓰던 역시나 남편의 선물이었던 아닉구딸 쁘띠 쉐리 향이 나는 참 좋았다. 조금은 달콤한 듯 풋풋한 향이어서 뿌리면 산뜻한 기분이 들곤 하였다. 그러면서도 무슨 향인지 딱히 집어내진 못했는데 복숭아향이 첨가된 것이라고 한다. ‘쁘띠 쉐리’는 복숭아, 배, 로즈 머스크 향 조.. 2024. 3. 28.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지난해 3월에 갔었던 백운호수에 올해도 가게 되었다. 역시나 3월 초와 3월 하순에 들어 있는 아들들의 생일 축하날이다. 3월이 언제나 내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편이 인터넷 들여다보며 고르고 고른 숲 속에 있는 한정식 집은 벚나무로 둘러 싸여 있어서 벚꽃 필 때 가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산자락 넓은 부지를 수목원처럼 가꿔놓았던데 작은아들 왈 "엄청 부자네요."ㅎㅎ 주차 안내하시는 분이 큰아들 부부에게 "국제부부?" 하고 물으면서 벚꽃 필 때 다시 한번 오라고 하지만 그러기엔 큰아들네에서도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도 너무 멀다. 큰아들이 작은아들에게 들러 함께 이곳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 2시간, 우리가 이곳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 1시간 20분 정도. 다음 달엔 남편의 생일이 들어 있는.. 2024. 3. 25.
산다는 것의 쓸쓸함 일요일 오전 9시 30분쯤 집을 나섰다. 수도권의 작은시누이 집에 도착하니 11시쯤. 언덕배기의 8층이라 체감상 10층쯤 되는 것 같은 집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왼편 멀리 유적지 하나가 눈에 뜨인다. 서원이라고 한다. 이런 뷰도 참 좋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계절 따라 달라지는 고풍스러운 풍경을 내려다보는 기분도 색다를 것 같다. 시누이네 냉장고가 우리 것과 똑같다고 얘기하며 바라보는데 그 옆에 걸린 푸른 빛나는 사진 액자 하나. 커다란 새떼 사진에 시선과 마음이 확 쏠렸다. 내 눈은 커다래지고 자꾸 질문이 튀어나간다. - 직접 찍었어요? 샀어요? 멀리서 보면 파란색 일색이어서 무엇인가 볼품없는 것을 가려놓은 것 같기도 한 무신경하게 걸린 듯한 액자였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보면 그 모든 풍경이 구분된다... 2024. 3. 18.
정리가 주는 힐링 이따금 방문하는 소독원이나 정수기 코디로부터 집이 참 깔끔하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조금 전에 다녀간 소독원 역시 집안 이곳저곳에 소독약을 뿌리고 나서 집이 참 깔끔하다, 거실 벽을 이렇게 액자로 꾸미는 것도 참 좋아 보인다, 그중 큰아들의 결혼사진은 마치 연예인 화보 같다는 기분 째지는 덕담도 덥석 안겨준다. 사진 속의 남자는 우리나라 사람 같은데 여자가 외국인이어서 인상적이라나. 아마도 그래서 더 신기하게 와닿았겠지. 얼마 전에 다녀간 시누이는 집안이 참 심플하다는 평을 했다. 언니는 물건 많은 것을 싫어하나 보다고. 빙고! 나는 물건 많은 것을 어수선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자잘한 물건들로 집안 이곳저곳을 장식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한 뱃속에서 나왔어도 성격은 제각각이어서 내 밑의 .. 2024. 2. 26.
남서향에 타워형 요즘 아파트들은 죄다 높다랗게 올라가 35층에서 45층 가까이 짓는 게 예사롭다. 20층이나 25층이 최고층이었던 예전엔 5층에서 10층까지가 로열층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꼭대기층이 가장 로열층이며 따라서 분양가도 가장 세다고 한다. 층별로 천만 원 정도 분양가 차이가 났는데 희한하게도 6층에서부터 10층까지는 금액이 똑같았다. 조망권을 생각한다면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가격의 10층이 더 나은데 우리가 원하는 동 라인의 6층 이상은 이미 다 계약되었다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6층을 분양받게 되었다. 실은 저층을 선호하는 편인데 조망권을 생각하자니 엉뚱하게도 억울한 생각이 들지 뭔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1단지와 2단지로 갈라지는 대단지 아파트이며 1단지는 35층, 2단지는 37층이 최고층이다. .. 2024. 2. 23.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 서울에 가서 세 자매가 친정집에 모여 놀던 날, 앨범을 들추다 오래된 사진 속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간간이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그중 엄마 칠순기념 제주도 여행. 보기 드물게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의 엄마가 지금보다 훨씬 젊고 곱다. 저때는 저때대로 우리 엄마가 벌써 칠순이라니, 믿기지 않았고 무척 연세가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엄마가 벌써 올해로 여든 하고도 두 해가 되었다. 저때로부터 1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시나브로 살이 빠져 골격만 남은 것 같은 지금의 모습은 뵐 때마다 안쓰러움을 불러일으킨다. 사진 속 엄마를 보며 "그때만 해도 우리 엄마 젊었네! 통통하셨었네!" 딸들의 감탄사가 난무한다. 예전엔 어디 가면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지금은 매번 듣게 되는 왜 이.. 2024. 2. 5.
묵은 해를 보내는 방법 연말을 보름쯤 앞두고 안부 전화를 걸어온 작은아이가 연말인데 가족끼리 모여야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전에 일산집에 생긴 어떤 일로 통화를 하게 된 남편과 큰아이의 대화 내용을 들으니 설에나 보자며 서로 덕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던데 그걸로 미루어 보아 우리도 설날에나 보게 되지 않을까 답했다. 작은아이가 설은 아직도 한참이나 멀었다며 깜짝 놀란다. 가족이 자주 얼굴을 보아야 되지 않겠느냐며. 그리하여 연말엔 우리 가족 다섯 명이 아산 집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보내게 되었다. 서울에 아홉 날이나 머물다가 온 나는 내려오자마자 연말모임 음식 준비로 부산을 떨어야 했다. 마트에도 농산물 가짓수가 많은 하나로마트와 육류가 풍부하게 구비되어 있는 이마트를 번갈아 다녀왔으며 생선회는 횟집에 따로 다녀올 .. 2024. 1. 4.
또다시 가보게 되었네 또다시 보네르 플라워에 갔다. 신정호 - 보네르 플라워 어느 날 남편이 신정호를 둘러싸고 있는 카페와 식당을 모두 한 번씩 가보자고 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내놓는지, 실내 장식은 어떤지 돌아보자고. 그리하여 시작된 카페와 식당 탐방. 그중의 chowol65.tistory.com 올해부터 우리 부부는 생일을 양력으로 쇠기로 했다. 아이들 기억하기 쉬우라고 그리 한다 했는데 달리 생각하면 우리가 챙김을 받기 쉬우려고 그러는 것은 아닌가 싶다. 큰아들이 동생을 함께 태우고 오려고 일산에서 서울 작은아들에게까지 가기가 꽤 정체되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행락철이어서인지 이곳 아산에서 서울 올라갈 때도 많이 정체되었다. 아무튼 그리하여 12시에 예약했는데 12시 20분으로 한차례 예약 시간을 늦춰.. 2023.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