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열함115 고양이 수놓기 큰아들네엔 며느리 따라 벨기에에서 비행기 타고멀리 우리나라까지 날아온 고양이 두 마리가 있다. 둘 다 암컷이고 한 뱃속에서 나온 자매다.자매지만 생김새는 전혀 다른데 한 마리는 엄마를 닮고한 마리는 아빠를 닮은 것이라 한다. 큰아들네가 벨기에에 다니러 갔을 때내가 열흘 남짓 집사가 되어 돌봐준 적이 있다.그때 나는 고양이에게 흠뻑 빠지게 되었다. 열흘이 되어 큰아들네가 돌아올 때에 나도 우리 집으로 돌아오는데고양이들의 얼굴이 내 눈앞에 어른거렸다.그리고 이따금 그 아이들의 안부도 묻게 되었다. 오랜만에 아들네 집에 가도 아주 낯설어하지 않고머리를 쓰다듬으라고 들이 밀어 여전히 귀여운 녀석들이다. 방학 숙제로 롱앤숏 스티치로 고양이를 수놓는 도안이 주어졌다.A4 용지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고양이 도안.. 2025. 4. 28. 4월의 행복 아이들이 시간보다 무려 40여 분이나 일찍 도착하게 된다 해서우리도 일찌감치 아이들 도착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갔다.우리가 도착할 때쯤 아이들도 도착하여 문 앞에서 만났다. 아이들과는 두 번째 오는 곳인가?동서와도 왔었고, 남편과 둘이서도 몇 번 왔었다. 옆 카페의 봄꽃들이 화사하다.저 카페엔 한 번도 가보질 않았네.앞쪽으론 신정호가 보이고, 뒤쪽으론 프라이빗한 뒤뜰도 있나 보다. 오늘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 겨울 같은 날씨라벚꽃 만발한 이 좋은 봄날에 신정호를 돌고 있는 사람이 매우 뜸하게 보인다. 올해 날씨가 매우 억울한 마음을 갖게 만든단다.주중에는 화창하고 따뜻하다가 주말만 되면 기온 뚝 떨어지고 흐리며 눈 또는 비가 온단다.이날도 강원도에 눈이 내렸다 하고, 큰아들네.. 2025. 4. 14. 이모의 그림 전시회 3월 31일 월요일 제주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 이모의 그림 전시회를 보러 갔다.내가 아산으로 이사 간 줄 모르고 일산 집으로 그림에 관한 무언가를 보냈다 한다고엄마에게 듣고서 이모에게 전화해 물어 가게 되었다.DDP내 어떤 장소에서 전시회를 하는 줄 알았더니 동대문 문화역사공원역에서 하차해3번 출구로 나가 그 어디쯤 있는 곳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모가 자세히 알려주지 않아 살짝 헤맨감이 들었고,이모는 내가 잘 못 찾아온다는 생각을 하신 것 같고,엄마는 초행길인데 서울길을 엄청 잘 찾아다닌다고 나를 평했다. 몇 해 전 친구들과 어울려 왔던 이후로 얼마 만에 오게 되는 DDP인가. 답답해 어쩔 줄 모르는 이모에게 물어 물어 찾아왔다.그냥 내게 주소를 찍어서 보내주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2025. 4. 7. 바람이 속삭이는 달 3월 23일 일요일 3월은 우리 집 두 아들이 태어난 달.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해와 같이 의왕시 백운호수 옆에 있는 한정식당에서 만났다.벨기에 친정에 열흘간 다녀온 큰아들부부로부터 받은 선물.초콜릿은 벨기에산이고 쿠키는 영국 여행 다녀오면서 티문화로 인해 쿠키가 맛있기로 유명한 영국에서 샀단다.저 쿠키통은 오르골 기능도 있어서 돌리면 `축배의 노래'가 흘러나온다.아들의 마음을 느끼고 싶으면 괜스레 오르골 통을 한 번씩 돌리고음악이 흐르면 괜히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웃게 된다. 큰오빠네 새로 태어난 조카도 축하해 줄 겸 먼 나라에 잠깐 다니러 가서 부모님과 동생을 떠올리며선물을 골랐을 그 순간의 아들부부의 얼굴이 떠오르곤 하는 것이다.그래서 버터 풍미 가득한 쿠키를 한 입 깨물면 고소한 달콤함과 함께.. 2025. 3. 25. 프랑스자수(중급과정)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대니얼 길버트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뇌가 집중할 때 행복하다고 느끼는 반면 휴식할 때 불행하다고 느낀다."미용실에서 순서 기다리며 책을 뒤적이다가 이 문구를 발견했다.휴식할 때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구절은 의아했으나집중할 때 뇌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것에는 100% 공감한다. 하루 중 무의미하게 흩어지는 시간들 속에서 어딘가에 몰입해서 흠뻑 빠졌다가 나오는 순간의맑고 순수하게 정화되는 느낌이 참 좋다.그야말로 집중할 때의 행복. 1월부터 3월까지 진행되는 프랑스자수 중급 과정 첫 수업 시간엔 리본자수를 배우게 되었다.리본으로 라벤더도 수놓고, 장미와 카네이션도 수놓고.복합사로 바늘 두 개를 사용하여 캐치온 스티치로 꽃송이를 수놓아 보기도 하고. 롱앤숏 스티치로 다른 천에 .. 2025. 3. 22. 모처럼의 여유 화요일에 시동생이 와서 남편과 함께 어머님을 모시고 시댁으로 갔다.정기적으로 가는 병원 진료일이었고, 음식물 씹을 때마다 잇몸에 통증이 있어틀니를 손보러 치과에도 들러야 했고 길어진 머리 커트도 해야 했다. 어머님이 농사일을 하시지 않은 다음부터 체중이 점점 불어서키 168의 체격이 내가 감당하기엔 벅차 엄두를 못 냈다.다리가 불편해 잘 걷지 못하시자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어 하셨다. 일찌감치 오전에 텅 빈 집이 되자 왠지 심란해지는 마음이 되었다.우선 한파에 방치되어 방전된 차에 출동 서비스를 받아 충전을 시키고30분은 끌어줘야 해서 겸사겸사 드라이브를 나섰다.아, 충전을 하렸더니 배터리 수명이 다 되었다고 교체하라고 해서 새것으로 교체했다. 하얗게 눈 쌓인 신정호를 반갑게 보고, 저기 멀리 보이는 .. 2025. 2. 10. 연초부터 비실비실 무얼 먹고 탈이 났는지 모르겠다.며칠 전 잠 못 이뤄 뒤척이던 밤 갑자기 메슥거리며 구토가 났고,아침에 일어났더니 느닷없이 설사가 시작되었다.웬만하면 견디려 했지만 못 참겠어서 소화제와 지사제를 먹었다. 일요일 어머님이 올라와 계신 작은시누이 집에 세 집이 모여앞으로 어찌해야 될지 대책 회의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진주냉면을 먹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다시 시작된 심한 설사.혹여 실수할까봐 조심스러워서 운동도 가지 못했다.그리고 속이 불편하니 아무것도 먹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물만 마시는 데도 어디서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지마치 대장내시경 받기 위해 약 먹었을 때처럼 그렇게 쏟아져 나왔다. 할 수 없이 병원에 갔다.장염이란다. 사흘치 처방하는 것을 부탁해서 일주일치 약을 조제받아 왔다.먹고서 조금 나아지.. 2025. 1. 22. 햇빛 잘 드는 예쁜 주방 사진 모음 성장기 때 우리 집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오게 된 것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일본에서 펴낸 실내인테리어 잡지가 몇 권 있었다.아직 어렸던 그때 그 잡지 속의 예쁜 실내 장식을 보며마음을 감동으로 물들이던 기억이 마음 저 밑바닥에 깔려 있어서 어른이 되었을 때 일본의 풍경에 어떤 향수를 느끼며 무의식적으로 끌렸는지도 모르겠다.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앞으로 두세 번 해외여행을 가려나?)인 해외여행을일본의 오사카와 오래된 도시 교토로 갔었다. 내게 일본 소설 을 선물해 줬던 친구는혹시 그 책이 여행지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까 궁금해하였었는데그 소설 속에 나오는 일본의 풍경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싫지 않으므로아주 아니라곤 말 못 하겠다. 그 시절 우리 세 자매는 이따금 머리를 맞대고 그 잡지를 함께 보며가본 적 없는.. 2025. 1. 6. 겨울나무를 보며 어머니 모시러 주간보호센터에 가는 길에 신기한 겨울나무를 보았다.수종은 팽나무가 아닐까 짐작되는 나무에윗부분은 나뭇잎을 다 떨구고 아랫부분은 아직 파랗다.문득 겨울나무에 관한 시 한 편이 떠올랐다. 겨울나무를 보며 박 재 삼 스물 안팎 때는먼 수풀이 온통 산발을 하고어지럽게 흔들어갈피를 못 잡는 그리움에 살았다숨 가쁜 나무여 사랑이여 이제 마흔 가까운손등이 앙상한 때는 나무들도 전부겨울나무 그것이 되어잎사귀들을 떨어내고 부끄럼 없이시원하게 벗을 것을 벗어 버렸다 비로소 나는 탕에 들어앉아그것들이 나를 향해손을 흔들며기쁘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음을부우연 노늘 속 한 경치로써조금씩 확인할 따름이다 어머님은 우리가 모시러 가면 얼굴이 꽃처럼 환하게 피어나며 .. 2024. 12. 11. 이전 1 2 3 4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