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을 나열함111

흐린 날에... 흐린 하늘 밑 어디쯤 내가 있는 것 같다....... 가는 길도 오는 길도 잿빛 하늘이 낮게 낮게 드리우고 비가 쏟아졌다. 잠결에 설핏설핏 차창과 차지붕을 탁탁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이 깨어 바라보면 창밖은 여전히 회색으로 잠겨있다. 그 풍경에 따라 올라오는 어릴 적 기억 한 토막. 아홉 살 때, 작은아버지와 둘이서 밤 완행열차를 타고 아무것도, 아무 형상도 보이지 않던 암흑 속을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어둠 속을 철커덕철커덕 기차 바퀴 구르는 소리에 묻혀 서울로 올라오던 멀고 먼 유년의 기억들...... 유리창은 거울이 되어 작은 계집애의 무표정한 얼굴이 보이고, 그 옆에 혹 '선데이서울'이나 '주간경향'을 읽는 모습이거나, 고개를 떨구고 잠이 든 모습이거나, 삶은 달걀을 들고 있는 모습의 작은아.. 2005. 4. 6.
종로에서 1 어제는 오랜만에 다시 종로로 나갔습니다. 외출 준비하면서 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가늠해보니 공기는 찬 듯해도 햇살이 눈부셔서 감히 도톰한 옷은 못 걸치겠더라구요. `그래도 봄인데......' 하는 생각에 와인색 가죽재킷으로 결정을 보고 역시 봄이니까, 하는 맘으로 분홍색 니트를 받쳐 입고 라라~~ 집을 나섰습니다. 중간지점에서 만나서 함께 가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는 전철역에서 후회에 후회를 거듭했습니다. 바람이 어찌나 찬 지 나중엔 몸이 달달 떨려오더라고요. 20여분이나 기다린 끝에 친구들을 만나 전철에 오르니 그제야 조금 살 것 같더라고요. 이런저런 얘기 끝에 (이문열)씨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초등 5년 교과서에 일부분이 오르게 된 걸 알았습니다. 저희 집에 있는 책인데, 신기하고 놀랍고 "어머.. 2005. 4. 6.
시골에서... 설 쇠고 남자들은 직장으로 가고, 동서와 형님들은 번갈아 근처의 친정과 집을 다녀오고, 나만 집도 멀고 친정도 먼탓으로 시골집에 남았다. 햇살은 눈부시고, 하늘은 파랗고 바람도 잠잠해서 어머님의 연두빛 파카를 걸치고 슬리퍼를 끌며 산책에 나섰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가길래 그뒤를 타박타박 따라갔다. 동네 어귀의 느티나무 아래서 거름을 나르고 있는 옆집아저씨를 만났다. 허리가 90도로 구부러져서 허리를 펴지도 못 하신 채 인사를 받는다. 한동안 아버님이 관리하시던 곡물창고를 지나고, 그새 새로 지은 집들이 많아진 길을 지나 학교 앞에 도착했다. 아름드리 플라터너스 몇 그루를 보기 흉하게 가지를 다 쳐냈다. 그동안 보기 좋았었는데......폐교가 돼서 쳐내는 건지, 왜 쳐내는 건지 불만스럽다. 아.. 2005.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