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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흐린 날에...

by 눈부신햇살* 2005. 4. 6.

흐린 하늘 밑 어디쯤 내가 있는 것 같다.......
가는 길도 오는 길도 잿빛 하늘이 낮게 낮게 드리우고
비가 쏟아졌다.
잠결에 설핏설핏 차창과 차지붕을 탁탁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이 깨어 바라보면
창밖은 여전히 회색으로 잠겨있다.
그 풍경에 따라 올라오는 어릴 적 기억 한 토막.
아홉 살 때, 작은아버지와 둘이서 밤 완행열차를 타고
아무것도, 아무 형상도 보이지 않던 암흑 속을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어둠 속을
철커덕철커덕 기차 바퀴 구르는 소리에 묻혀
서울로 올라오던 멀고 먼 유년의 기억들......
유리창은 거울이 되어 작은 계집애의  무표정한 얼굴이 보이고,
그 옆에 혹 '선데이서울'이나 '주간경향'을 읽는 모습이거나,
고개를 떨구고 잠이 든 모습이거나,
삶은 달걀을 들고 있는 모습의 작은아버지 얼굴이 함께 비추곤 했다.
그토록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깜깜한 도로 위를 달릴 때면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추억의 한 토막......

 

 

 

2004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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