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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이 노래, 그 영화

by 눈부신햇살* 2005. 5. 13.
*** 이 구시렁거림은 며칠 전에 제가 활동(?)하는 음악카페에 올렸던 것인데,
이곳에도 올려봅니다. 
사실은 오늘 들리시는 분들께 헛걸음하게 할까봐 끌어왔습니다.
오늘부터 쪼매 바쁠 것 같습니다. 


.J-five의 <모던타임즈>

이 노래 무명씨님이 신청한 노래이지요?
제목을 보니까 오래전 그래도 아직은 쓸만한 시절이던 스물네살 즈음이던가,
'모던 타임즈'라는 찰린 채플린이 나오던 영화를 함께 보았던 사람과의 
일이 생각나서 혼자 웃었어요.
미팅으로 만난 사람이었어요.
제 친구들과 제 친구의 사돈 친구들과의 미팅이었는데,
세상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이 저 사람과 짝이 됐으면 좋겠다 점 찍었던 사람은
미팅을 주선했던 제 친구와 짝이 되고, 제 짝은 제 친구의 사돈이 됐어요.
실망 했지요. 저 혼자만의 착각인지는 모르지만 제 친구와 짝이 된 남자도
약간 실망의 빛이 서리더군요.
그날 별 흥 없이 놀고, 다음에 또 볼 수 있냐고 물어보길래 좀 바쁜데요,하고 
왔거든요. 그런데 친구에게 제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전화를 했더군요.
시큰둥해하는 내게 끈질기게 만나자고, 사람 한번 보고 어떻게 아냐고
조르더군요. 그래도 제가 좀 많이 바쁘다며 정중히 거절했는데,
친구를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 이번엔 친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람 괜찮은데 왜 그러느냐고 한번만 더 만나보라고 그러지 않겠어요.
그 조르는 것이 귀찮아서 그럼 너도 함께 만나야 된다는 단서를 달고
셋이서 남대문 근처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돌아서 올려고 했더니
영화표를 예매해 놓았다며 그것도 두 장만 예매했다며
너무나 좋은 영화라며 보러 가자고 하더군요. 친구는 눈치 빠르게 이미 자리를
떠버렸구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가서 본 영화.
인상 박박 쓰고 앉아서 본 영화. '모던 타임즈'
희극인데도 참 슬퍼 보이던 찰리 채플린.
우스꽝스런 걸음걸이. 인상적인 수염. 짙은 눈썹. 슬픈 눈매......
바늘 방석에 앉은 듯한 기분으로 본 영화. 다행히 상영시간이 짧아서
속으로 웃었던 영화. 극장에서 나오자 마자 저 바뻐요,하고 집에 왔지요.
그래서 거기서 끝이었냐구요?
아니요. 그후로도 계속 되는 전화. 계속 바쁘다는 핑계.
중간에서 설득하는 친구.
한달쯤 뒤인가 느닷없이 친구가 용인자연농원, 지금의 에버랜드에 가자고 하더군요.
물론 사돈이 출현 했습니다. 그동안 내가 잘못 봤나, 정말 친구 말대로 
괜찮은 구석이 많은 사람인가,하고 아무리 눈여겨 봐도 제 스타일은 아니더군요.
약간 마른 듯 날씬한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 사돈은 통통했고,
샤프한 인상을 선호하는데, 그 사람은 그저 마음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분위기였어요.
어쨌든,청룡열차인지 팔팔열차인지 이미 타 본 경험이 있는 나는 절대로 타지 않겠다고 하는 걸
친구가 반 강제로 끌고 가서 탔어요. 처음 얼마동안은 재밌지요.
신난다고 싱글벙글이던 친구가 내리막길에서 눈도 못 뜨더니
멈춰서서는 내릴 생각도 못하더군요. 다리에 힘이 다 빠져서 일어설 수가 없다나요.
그러면서 저를 원망하더군요. 타봤다면서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말리지 그랬냐고......나,참~!!!
그외에 몇 가지인가를 더 타고 나니 점심 먹을 시간이더라구요.
지금도 그날의 메뉴를 선명히 기억합니다. 비빔밥 먹었습니다.
열심히 비벼서 막 입으로 한 숟갈 떠 넣으면서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로 시선이 갔습니다.
세상에, 이게 뭔일이래요. 밥 숟갈을 얌전히 입속으로 넣는 것이 아니고
혀가 밥을 마중 나오더군요. 잘못 봤나, 한번만 그러나, 계속 힐끔힐끔 관찰했습니다.
아, 버릇이더군요. 밥을 먹을 때마다 밥이 입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매번 혀가 먼저 마중을 나오더군요. 갑자기 입맛이 싹 사라지면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그 후로도 여전히 전화는 계속 걸려 왔고 안되겠다 싶어서
좀 냉정하다 싶게 딱 부러지게 말했지요. 저, 제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알았다고 하더니 그후론 전화가 안 오더군요.
무엇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인연이 안 될려면 그렇게 사소한 것까지 다 거슬리는 것인가 봐요.
그런데 그후로 얼마 안돼서 다른 여자랑 알콩달콩 잘 사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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