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또 하루270 들길 따라서 오전에 비가 잠시 오다가 개었던가, 벌써 토요일의 날씨가 아리송하다.생각해 보니 비 오고 개었던 날이었다.시댁에 도착해 볼 일이 있어 며칠 자리를 비운다는 큰시누이와 교대한 후남편이 좋아하는 칼국수를 끓여 점심을 먹고어머님과 남편이 낮잠에 빠져든 모습을 보고긴 거리를 걷기엔 조금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어집에서 신고 간 슬리퍼를 꿰고 나 혼자 집을 나섰다. 들판엔 모내기가 끝나 연초록 어린 모들이 자라고 있었고,낯선 동네 입구에선 키 크고 덩치 큰 둥구나무가 위풍당당한 자세로내 감탄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아내었다.길가의 검게 익은 오디와 빨갛게 익은 뜰보리수는어느새 뜨거워진 햇살 아래 걷느라고 수고하고 달구어진 체온에시원함을 안겨주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주었다. 가지가 휘어지게 달린 뜰보리수 열매.. 2025. 6. 16. 금계국 꽃길 위에서 담석 제거 시술을 받으시고 열흘 만에 퇴원하신 어머님을 뵈러 갔다.큰시누이가 병원에서부터 시작하여 모시고 함께 시댁으로 내려와여러 모로 힘써주어 나는 그다지 할 일이 없어뒷내에 잠깐 산책 갔다 오겠다 하니 웬일로 남편이 따라 나서 함께 걷게 되었다. 막 모내기가 끝난 듯한 논들. 긴 둑방길 양쪽으로 어린 날 학교 가는 길 양쪽으로 코스모스 피어 살랑거렸듯이노란 금계국이 피어 부는 바람에 살랑이며 춤을 추었다.남편 어렸을 적엔 이런 꽃이 없었다고 하니 근래에 일부러 조성한 꽃길이지 않나 싶다. 예쁜 금계국 꽃길이 좋았는지 갑자기 둘이서 셀카를 찍자고 한다.연달아 여러 장을 찍어 그중 잘 나온 사진으로 내게 보낸다. 이따금 오던 길도 한 번씩 돌아봐 주고, 금계국 증명사진도 찍어주고, 몇 번의 홍.. 2025. 6. 9. 장미의 계절 5월 27일 화요일서울에서 아산으로 내려온 날 오후,퇴근한 남편과 신정호에 도착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작년에 백일홍 심던 자리에 올해는 갓을 심어 노란 유채꽃 같은 꽃들이 피어났다.잎이 줄기를 감싸면 `유채'이고, 잎이 줄기를 감싸지 않으면 `갓'이라고 둘레길 걷기 M쌤께 배웠다. 저 호수 건너편 새로 생긴 대형카페는 날이면 날마다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휴일에 차로 그 앞을 지나려면 카페를 이용하려는 많은 차량으로 정체를 겪을 지경이다. 해마다 5월이면 나를 감동하게 만드는 분홍 안젤라장미가 만발하였다.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신정호를 걷는 길,연지엔 연잎이 이만큼 올라왔었는데 어제 보니 그새 쑥 키가 자라 있었다. 5월 28일 수요일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걸으며 바라보는 곳 초.. 2025. 6. 2. 세탁소 찾기 마트 가는 김에 세탁소에 들러 옷을 맡기려고 오염이 심할 때만 이용했던 세탁소에 갔다.남편은 이따금 식사 중에 무얼 흘려 오염이 생기곤 하는데빨래방을 겸하고 있는 체인점 형식의 대형세탁편의점에드라이클리닝을 맡겼다가 찾아와 보면 오염이 그대로 남아있을 때가 있다. 하늘색 다운점퍼의 소매 끝과 주머니 입구의 오염 때문에 세탁을 맡기면 때가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나오길래 얼마 전 겨울 옷을 정리해 넣으면서노파심에 세탁 전처리 개념으로 집에서 미리 주방세제 묻혀서 갖다 드렸다가 한 소리 들었다.그리고 그 오염(주방세제) 제거해야 한다고 오염제거비를 추가로 받는 것이었다. 어차피 다운점퍼는 물세탁이고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 맡기는 이유는건조시 기계바람으로 빵빵하게 부풀려 오는 점이 좋아 맡기는 것이다.그러니 내가 .. 2025. 5. 18. 비 오는 날 홍성으로 출장 갔던 남편이 홍성군청 앞의오래된 느티나무 사진을 한 장 찍어와서 자랑스럽게 보여준다.만날 서류 사진을 찍더니 설명문도 서류 찍듯이 아주 잘 찍어왔다,언제 홍성으로 한 번 여행을 가잔다.홍성군청 앞에 홍주아문도 있고 볼거리가 많더라고. 분리배출하러 가다가 보게 된 모과나무 수피.이맘때에 가장 두드러지게 색깔이 변하는구나.너무 예쁘다! 내가 프랑스자수 수업으로 인해 불참한 금요일 둘레길 걷기 후 단톡방에 올라온 인솔쌤의 사진 하나.어쩜, 하얀 꽃잎 끝마다 보라색 점을 하나씩 찍어놓았다지? 신기해라~ 개화기간이 긴 이팝나무는 여전히 한창이고, 저녁 먹으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낮에 세탁소 다녀오면서 보며 감탄했던 풍경을 보게 되었다.하얗게 만발한 아까시나무 꽃들 사이로 연보랏빛 오동나무 꽃.하.. 2025. 5. 17. 라일락 꽃향기 흩날리던 날 이번에도 우리는 언제나처럼 종로3가역에서 만났다.헤아려보니 무어그리 바쁜지 12월 모임 후 4개월 만이었다.인사동 시민약국 옆 길로 들어가 우회전을 해서곤드레나물밥집에서 곤드레나물에 게장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날 오고 간 소소한 선물들나는 프랑스자수로 만든 파우치를 모두에게 한 개씩 주었고,J는 인사동 길을 거닐다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를 떠올리며갤러리 앞 좌판에서 꽃핀과 한 친구에겐 꽃핀 대신 꽃팔찌를 사 주었고,H는 수반(?)을 한 개씩, C는 교보문고에서 각자가 원하는 책을 한 권씩 사 주었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댄스 댄스 댄스'를 골랐다.J가 그랬다. 너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구나.그러고 보니 언젠가도 교보문고에 와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2025. 4. 26. 봄나물 잔치 어느 볕 좋은 날엔 오전 맑은 햇살 아래 엄마랑 봄나물을 캤다.개망초, 지칭개, 뽀리뱅이, 가는잎왕고들빼기, 민들레 등을 섞어 캐고 있을 때운동 나온 행인들은 그냥 지나쳐가지 못하고 질문을 퍼부어댔다.그거도 먹는 거예요? 걔는 이름이 뭐예요? 어떻게 해 먹어요? 과장 조금 섞어서 한 열다섯 명이 물어보았나 보다.나중엔 이제 그만 그냥 지나쳐 가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되었는데그중에 어떤 여인과 남자는 아예 우리 옆에 착 붙어서 이러쿵저러쿵하였다.그들은 호기심을 품은 호의였지만 그런 호의가 끊임없이 계속되니 나중엔 지치게 되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 사람들은 나물 캐는 모습이 무척 신기한가 보았다.이곳 아산에서 나물을 캐고 있으면 나물 캐고 있나 보다 하며 그냥 지나쳐 가고,또 사실 인적도 뜸해서 나물 캐는 나.. 2025. 4. 26. 봄마중 3월 9일 일요일 주중엔 딱 주간보호센터와 집만 왔다 갔다 하시면서그마저도 주간보호센터에 다녀오시면 피곤하여 계속 주무시기만 하시는 어머님을 모시고 동서네와 함께 다섯이서 탑정호에 봄바람 쐬러 갔다.봄은 어디만큼 와있는가? 논산 하면 딸기(딸기 조형물을 곳곳에서 볼 수 있음),논산 하면 논산훈련소. 국방대학교도 논산에 있고. 오리 한 쌍이 물밖으로 나오더니 깃털을 가다듬는데 여념이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무들에 푸른 물이 살짝 올랐다. 논산을 대표하는 작가 김홍신, 박범신. 봄의 불청객 미세먼지가 뿌옇게 끼어 먼 풍경들은 온통 회색. 탑정호 주변에서 가장 탐나는 자리라는 탑정호를 내려다보고 있는 마을 신풍리.이 마을에 전원주택 지으면 내려와 살 거냐고 물을 때마다 나의 대답은 단연코 No.만일.. 2025. 3. 12. 별 걸 다 찍고 별 걸 다 기록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여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배달 오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성격 급한 나는 그걸 못 참고 직접 사러 갔다.전날 저녁 침대 한켠에다 십자수 실통 올리고 TV 보며 프랑스자수를 놓고 있었는데돌아눕던 남편의 동작에 그만 십자수 실통이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깜짝 놀라 얼른 들어 올렸지만 이미 실 몇 개는 이리저리 쏟아졌고실통의 뚜껑은 한쪽 이음새가 망가져 뚜껑의 구실을 못하게 되어버렸지 무언가.이로써 20여 년 동안 내 곁에 있었던 십자수 실통과 안녕을 고하게 되었다. 프랑스자수 수업 듣는 이에게 전통시장 어디쯤에 십자수가게가 있다고 들었고지난번엔 차 끌고 다녀갔더랬는데 검색해 보니내가 운동하는 행정복지센터 헬스장에선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으며 소요시간은 .. 2025. 2. 24. 이전 1 2 3 4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