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또 하루269 눈은 푹푹 나리고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와 나란히 소파에 앉아 이따금 한 번씩 창밖을 내다보며 탄성을 지른다.야! 눈 봐라! 대단하다!눈보라가 휘날렸다가 다시 말간 하늘이 되었다가화이트아웃을 연상시키게 한 치 앞도 안 보이게 퍼부어댔다.올겨울엔 유난히 더 눈이 많은 것 같다.어머니 와계시고 다른 모든 걸 포기했다가오늘 프랑스자수 만큼은 참석하려 했더니밤새 내린 눈에 이어 또다시 아침부터 거세게 쏟아지는 눈으로 인해 뒤늦게 휴강 문자가 왔다.준비 다 하고 막 나가려던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고먼 데서 오는 사람들은 오다가 중간에 돌아갔다고 한다. 설에 내려온 아들들은 눈 쌓인 아산의 풍경이 마치 시베리아 벌판 같다는 감상평을 남겼다.조금 전 8시 뉴스로 보니 일본에는 더 어마무시하게 눈이 왔네. 2025. 2. 7. 벌써 1월은 가고 어느새 2월 1월 12일 화요일12월에 태어나신 친정엄마의 생신을 축하드리러 서울에 갔었다.간 김에 밥맛이 이상해졌다는 전기압력밥솥 AS를 맡기러 갔다.서울에 가면 엄마가 미처 해결하지 못하고 있던 일들을 해결하고 오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길을 나서면 번잡한 서울의 길에선 수시로 경적 소리가 울리기 십상이다.중소도시에선 웬만하면 울리지 않는 클락션 소리를 서울의 거리에서 듣노라면느긋함과 조급함의 차이가 느껴지곤 한다.그래서 다소 엉뚱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서울 사람들은 참 바빠!'라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다. 1월 19일 일요일작은시누이 집에 세 집이 모여 어머님 문제로 상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으레 수원 화성 옆으로 지나쳐 오게 된다.언젠가 아들들과 와서 넷이서 함께 걸었던 추억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 아.. 2025. 2. 3.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 장염으로 일주일 정도 빌빌거리다 조금 나아져서 힘을 낼 겸 신정호에 갔다.남편은 감기를 한 달 정도 앓고 장염까지 가볍게 앓은 후다.둘 다 연초부터 비실비실. 아직도 우리의 식사는 슴슴하게 고춧가루 들어가지 않는 떡만둣국이나두부를 부쳐 식사대용으로 먹거나 밥을 먹어도 시금치나물이나 김 같이 맵지 않고 짜지 않은 반찬이다.요거트에 삶은 계란을 먹거나 죽만 먹다가 떡만둣국을 먹던 어제,새삼스럽게 먹는 즐거움이 어찌나 크던지.못 먹어서 몸무게도 2킬로나 빠졌는데 아픈 와중에도 그건 퍽 마음에 들고 좋았다.이제 완전히 회복되면 체중은 금방 제자리로 돌아가버리겠지만. 생각보다 우리의 컨디션은 좋았다.호수를 돌고 있는 사람들을 쭉쭉 제치고 나아갔고, 보폭을 크게 크게 떼며 건강함에 감사하게 되는 날이었다.호수의 멋.. 2025. 1. 26. 방학 동안 프랑스자수 한 달 조금 넘는 방학 동안 수놓은 이런저런 것들. 방학 숙제로 내주었던 것은 수놓아 액자에 담아 컴퓨터 책상 앞에 걸었다.이따금 한 번씩 쳐다보는 기분이 괜찮다.그 옆엔 아들들의 사진들. 사진엔 없는 베이지색 파우치 한 개까지 합해 다섯 개 수놓기.EBS강좌 보고서 샤프펜슬로 따라 그려 수놓은 것들.제비꽃, 개망초, 닭의장풀(달개비), 미나리아재비, 메타세콰이아 잎 등......미나리아재비는 원래 노란색 꽃인 것을노랑으로 수놓으면 천 위에서 색이 도드라지지 않을 것 같아 진분홍색으로 수놓았다.같은 이유로 파란색 원단 위에 수 놓인 제비꽃은오래전에 강화도 마니산에서 보았던 `노랑제비꽃'으로. 둘레길 걷기 총무가 자그마한 것 한 개만 만들어 달라고 해서 개망초 파우치를 만들었으나너무 작은 소품인.. 2025. 1. 21. 시월의 어느 날에 부추를 다듬던 동서와 나는 감탄사를 내질렀다.고추잠자리다!방충망이 쳐져 있는데 너는 어떻게, 어쩌다 여기로 들어온 거니?둘레둘레 사방을 살펴본다.아, 현관문이 열려있구나.일단 증명사진 한 장 남기고. 네모난 햇빛 안에 들앉아있던 고추잠자리를어린 날 뒤쪽에서 살그머니 다가가 날개를 잡던 기억을 떠올리며 잡으려 했으나어림없다는 듯이 획 날아가는 순간, 어머님의 재미있고 우습다는 듯한 웃음이 집안 가득 울려 퍼졌다.그와 동시에 나는 에이! 실망감을 가득 안고 다시 심기일전,마음을 가다듬고 따윈 필요 없다.갑자기 열심을 내서 마구 양손을 휘저으며 잠자리 잡기에 돌입. 잡았다!인증사진 한 장 남기고, 밖의 들마루에서 홍시를 상자에 담고 있던 남편에게 자랑 한 번 하고,따사로운 가을 햇볕 속으로 날려주었다. 2024. 10. 14. 공휴일 많은 시월 올해 10월 1일 국군의날까지 임시 공휴일로 지정되어 남편의 쉬는 날이 많았다.하루 쉬고 일하고 또 하루 쉬고 일하고, 하루 일하고 다시 이틀 쉬고, 이틀 일하고 다시 쉬고.남편에겐 꿀맛 같은 휴가겠지만, 아니 나도 남편이 쉬어서 좋긴 하지만.........서도 말이야,끼니마다 밥 챙겨주기가.......ㅎㅎㅎ 오전에 아침 대용식을 먹으면서 벌써 오늘 점심 메뉴는 뭐냐고 물어보고,점심을 먹으면서 오늘 저녁 메뉴는 뭐냐고 물어본다.이거 너무나 익숙한 행동과 말인데 뭐지? 그러다 슬몃 웃음이 나온다.예전에 우리 아들들이 곧잘 그랬다. 아침 먹으면서 오늘 점심은 뭐예요?점심 먹으면서 오늘 저녁은 뭐예요?(아이 때부터 존댓말을 썼던 관계로)아이들이 듣고서 가장 실망하던 메뉴는 항상 단연코 "소박한 밥상!".실망 .. 2024. 10. 10. 10월 첫 주엔 붉은 꽃무릇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참 독특하다 못해 희한한 생김새를 선택했구나, 넌. 산사나무 열매가 붉게 익었다.분명 가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붉게 익은 열매들을 보자니 제법 가을이 무르익은 것 같다.성질 급한 벚나무들은 벌써 거의 잎을 떨구고 가지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꽃도 일제히 확 피어나더니 잎도 한꺼번에 우수수 떨궈 버리는가. 피라칸사는 해년마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열매들을 매달고 붉게 익어간다.새들의 풍부한 먹이가 되려나. 하늘은 참 변화무쌍하기도 하지.날마다 노을에 싫증 내지도 않고 홀리게 되어해 질 무렵이면 때때로 창밖을 내다보게 된다. 평생학습관에서 매주 금요일 오전 두 시간씩 받는 수업을 끝내고 나와 주차장에서 바라본 풍경. 그 두 시간 받는 수업이 내 적.. 2024. 10. 7. 조금 더 도심 속으로 10·11·12월 4분기 헬스장 이용 신청에서 떨어졌다.남편은 붙었다. 이유가 뭐라지?지역주민 위주로 당첨시킨다니까 지역주민 모두 뽑고 나머지 빈자리엔 추첨으로 남편이 된 걸까? 우리 거주지 관할 행정복지센터는 다른 곳이란 걸 뒤늦게 알아서(중소도시는 여러 개의 동과 면을 한꺼번에 묶어서 관리하는 한 개의 행정복지센터가 있더라.)혹시나 하고 그 동에다도 헬스장 이용 신청을 했더랬는데 다행히 그곳엔 당첨이 되었다. 그래서 9월이 다 갈 무렵, 행정복지센터 주차장에서 바라보는벼가 이렇게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도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젊디 젊은 처자가 어느 날 갑자기 헬스장에 책상 하나를 들여놓고 상주하며 관리하게 되었다.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때가 되면 온라인으로 이.. 2024. 10. 3. 추석 모두 함께 시댁에 모여 하던 명절 준비를 어느 해부터 각자 나눠서 각 집에서 해오기로 하였는데 큰아주버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명절 전담당이 큰형님에서 나로 바뀌게 되었다.작년 추석엔 우리 집에서 준비 작업을 모두 해 갖고 가시골 시가에서 동서와 여조카와 함께 부쳤었더랬는데올해 설과 요번 추석엔 집에서 모두 부쳐서 갖고 가기로 했다.꼬지전 준비 작업하던 일요일엔 남편이 시어머니를 보살펴 드리러 시골집에 가 있어 혼자 하게 되고추석 전 날 월요일엔 아침을 먹은 후 남편과 둘이 동그랑땡을 빚어 전 부치기에 돌입.차례 지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 넉넉히 나눠서 가져갈 수 있도록 넉넉히 부쳤다.동그랑땡, 꼬지전, 동태전에 이어 마지막으로 두부를 부치고 나니어느덧 작은아들을 마중하러 KTX 역에 갈 시간.아들을 만나.. 2024. 9. 19. 이전 1 2 3 4 5 ··· 3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