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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325

추석을 며칠 앞두고 마트에 갔다가 단호박을 한 개 사 왔다. 며칠을 미루다 드디어 토요일 점심으로 호박죽을 쒔다. 찹쌀가루는 친정엄마가 만들어 준 것이 늘 냉동실 한편에 있고, 콩 역시 여러 종류의 콩이 항상 냉동실에 있다. 콩 좋아한다고 몇 번 말했더니 친정엄마와 시어머니께서 이따금 콩을 주신다. 엄마는 햇완두콩과 강낭콩이 나오는 철이면 자루로 사다가 까서 냉동실에 얼렸다가 주시고, 어머니는 농사지은 약콩(쥐눈이콩)과 검정콩, 어쩌다 완두콩과 강낭콩을 주실 때도 있다. 약콩과 검정콩으로는 이따금 콩자반을 만들어 먹는다. 밥에 넣어 먹는 콩 중에는 햇완두콩이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집에 넘쳐나는 게 콩이고, 내가 콩을 좋아하다 보니 밥 지을 때마다 콩을 듬뿍 넣는다. 독립하기 전의 작은 아들이 어느 날 볼멘소리로 말했었다... 2023. 9. 25.
어머님과 함께 하는 시간 두 달에 한 번 진료받으러 가는 어머님을 모시러 시골집에 갔었다. 오 남매 중에 세 남매가 번갈아 모시고 가는데 이번엔 모두 바쁘다고 하여 그중 남편이 시간을 내어 모시고 가게 되었고, 남편 가는 길엔 으레 따라가는 나. 창고 앞으로 닭의장풀, 우리가 흔히 달개비꽃이라고 부르는 푸른 풀꽃이 피어 있어 반갑게 보았다. 마당 한 구석에 해바라기가 커다란 얼굴 가득 아직 여물지 않은 씨를 매달고 피어 있었다. 크기에 감탄하여 사진에 잘 담아 보려 하여도 내게는 역부족이네. 봄에 내가 모종을 옮겨 심었던 봉숭아들은 벌써 꽃이 시들어 추레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병원에 다녀와 평상에 앉으시던 어머니는 퍽 흡족한 눈길로 그 꽃들을 바라보시는 것이었다. 어머님이 좋아하는 촌스러운 꽃들, 분꽃, 봉숭아, 접시꽃, 맨드라.. 2023. 9. 12.
아직 남은 여름, 어느 하루 일주일에 세네 번 정도 1시간 20분 정도씩 헬스를 하고 있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휴일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주말과 휴일에 밥 챙기느라 힘들었던(ㅋㅋ... 대단치도 않게 차리면서...), 아니면 친정이나 시댁에 다녀오느라고 바빴거나 예정된 어떤 행사를 치르느라 분주했던 나를 위한 어쩐지 나만의 휴일이 된 느낌에 헬스를 빼먹는데 그게 편안한 마음이다가 께름칙한 마음이다가 이내 포기하는 마음이 되곤 한다. 그러다가 또 저녁엔 저녁대로 신정호에 가서 1시간씩 빠르게 걷기도 하니까 하면서 위안을 삼기도 한다. `하루에 두 시간씩 운동하는 셈이잖아' 하면서...... 어느 날 분리배출을 마치고 운동하러 가기 위해 차에 올라타 한참 달리다 보니 종아리에서 뭔가 스멀스멀 거리는 느낌이 왔다. 내려다보니 작은 .. 2023. 8. 21.
여주에 들렀다가 서울로, 그리고 다시 돌아와 작년 가을, 끔찍한 이태원 참사 다음날에 와서 먹었던 식당에 다시 오게 되었다. 그때는 이렇게 핼러윈데이 장식으로 마녀 인형이 서 있었다. 올해, 더위가 한창인 8월 중순에 다시 여주에 오게 되어 점심 먹으러 들렀더니 이렇게 병정 인형과 기린이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 사이 코로나도 종식되어 마스크를 벗고 오게 되어 참 좋았는데 여전히 코로나 감염자들이 나와서 조심스럽긴 매한가지다. 아직도 병원에 갈 때만큼은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일단 마스크를 벗고 보니 다시 쓰는 것이 참 답답하고 힘들다. 친정에 들렀다가 엄마 모시고 나와 맛난 한우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빵집에 잠깐 들렀다. 오랜만에 엄마 빵맛도 좀 보시고, 다음날 아침이면 분주할 엄마의 수고로움도 덜어줄 요량으로... 이 나이에도 친정에 가면 .. 2023. 8. 14.
슈퍼문 뜨던 밤과 복숭아 지난 8월 1일 저녁에 호수를 돌고 오다가 만난 달이 유난히 컸다. 장난스레 "혹시 슈퍼문 아냐?" 하며 검색했는데 정말로 슈퍼문이었다. 달이 지구와 36만km 이내로 가까워지면 슈퍼문이 떴다고 표현하는데 슈퍼문은 일반 보름달보다 8% 정도 크게 보이고 가장 작은 달보다는 30% 정도 밝다고 한다. 슈퍼문은 뜨는 월마다 이름이 다 다르며, 이번에 뜬 슈퍼문의 이름은 '철갑상어 달'이었다고. 북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8월마다 철갑상어를 잡았던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2일 새벽에 지구와 가장 가까운 슈퍼문이 떴다고 뉴스에 나오는데 새벽달은 보지 못했다. 슈퍼문은 보통 한 달에 한 번 뜨는데 이달에는 31일에 한 번 더 뜬다고 한다. 슈퍼문 관측 시각이 우리 시간으로 31일 오전인 거고, 전날 밤부터 .. 2023. 8. 9.
지난 엿새 동안 어제 를 보는데 기안84가 스쳐가듯 무심하게 말했다. "젊어서 고생하면 골병든다" 무척 공감되는 말이었다. 젊어서 몸 사리지 않고 남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열심히 농사일을 하시는 탓에 여장부라 불렸던 88세 지금의 우리 어머님은 허리는 굽고 다리와 손가락은 관절염으로 성하신 데가 별로 없다. 허리와 양다리에 큰 수술을 하시고 재활치료도 하셨지만 별 소용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장마통 물난리로 둘째 형님네로 일주일 동안 피신하셨던 어머님이 이번엔 발등이 붓고 통증이 심해지는 현상이 나타나 작은 시누이가 모시고 가서 통원 치료를 받고 이어 우리 집으로 모시고 와서 엿새 동안 묵게 되셨다. 하루 종일 집에만 계시니 답답하실 어머님을 위해 신정호로 산책을 나갔다. 코에 바람 쐬니 가슴이 트이는 것 같다고 말씀하셔.. 2023. 8. 7.
구름이 그리는 풍경 흰 구름 속에 절이 들어 있네 이 달 흰 구름 속에 절이 들어 있네 흰 구름을 중은 쓸지 않네 닫힌 문을 열고 나가니 골짜기마다 송홧가루 날리네 ---- 흰 구름 속에 절이 들어 있다니, 이곳은 무릉도원입니까? 언젠가부터 산속에 사는 스님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산과 나무와 하늘만 바라봐도 세상의 진리를 깨달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도 우리 학교 앞산을 50여 년 동안 바라보며 삽니다. 한 번도 나는 저 산의 모습에 질리지 않고 삽니다. 흰 구름이 둥둥 떠 있으면 그 구름 그림자가 산에 내린 모습을 나는 좋아합니다. 내가 사는 이곳도 무릉도원입니다. 사는 법을 아는 이는 사는 곳곳이 무릉도원이겠지요. 중에서 뜬 구름 김 용 택 구름이 강을 건너네요. 당신이 그렇게 오더니 당신.. 2023. 7. 19.
물난리 시댁 마을의 뒷내 제방이 넘칠 것 같다고 동네 폐교로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단다. 잘 걷지 못하시는 어머님을 동네 주민들이 함께 모시고 폐교로 대피하여 계신 걸 근처 소도시에 사시는 둘째 아주버님이 퇴근길에 댁으로 모시고 오셨단다. 그게 지난 금요일의 일. 토요일에 뵈러 가렸다가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 곳곳에 산사태의 위험이 있다고 도로 진입 금지령이 떨어진 곳이 많아 조금 잦아든 일요일에 뵈러 갔다. 토요일 쏟아지는 빗속에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러 간 시동생. 시동생이 초등학생이고 남편이 고등학생일 때 딱 한 번 물이 넘칠 것 같다고 난리가 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이면 뒷내로 더러 돼지가 떠내려오고 별의별 것이 다 떠내려 왔었다고. 저날, 시댁 마을의 제방은 무너지지 않.. 2023. 7. 18.
쏟아지고 그치고 여름이 되자 해는 이만큼 오른쪽으로 옮겨가서 제 모습을 감춥니다. 그 시간이 7시 40분 즈음이고 산 너머로 해가 사라져도 한참 환하답니다. 일몰 시간을 검색했더니 7시 57분이라고 뜨네요. 어떤 날, 저렇게 유난히 테두리가 선명한 둥근 해가 지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저절로 탄성이 나오곤 합니다. 때로는 무언가로 바빠서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해가 꼴깍 넘어가고 나서야 아차, 하며 창밖을 바라보며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올해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무궁화 꽃도 내 마음과 눈길이 그냥 지나치질 못합니다. 정신없게 자라나는 잡초를 베어낸 자리가 말끔하네요. 잘린 풀들이 아프다, 아프다 내지르는 냄새가 제게는 참 좋은 냄새로 다가옵니다. 초록이 싱그러운 우거진 나무 사이를 바라봅니다.. 2023. 7.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