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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슈퍼문 뜨던 밤과 복숭아

by 눈부신햇살* 2023. 8. 9.

 

지난 8월 1일 저녁에 호수를 돌고 오다가 만난 달이 유난히 컸다.

장난스레 "혹시 슈퍼문 아냐?"

하며 검색했는데 정말로 슈퍼문이었다.

 

달이 지구와 36만km 이내로 가까워지면 슈퍼문이 떴다고 표현하는데

슈퍼문은 일반 보름달보다 8% 정도 크게 보이고 가장 작은 달보다는 30% 정도 밝다고 한다.

 

슈퍼문은 뜨는 월마다 이름이 다 다르며, 이번에 뜬 슈퍼문의 이름은 '철갑상어 달'이었다고.

북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8월마다 철갑상어를 잡았던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2일 새벽에 지구와 가장 가까운 슈퍼문이 떴다고 뉴스에 나오는데 새벽달은 보지 못했다.

 

슈퍼문은 보통 한 달에 한 번 뜨는데 이달에는 31일에 한 번 더 뜬다고 한다.

슈퍼문 관측 시각이 우리 시간으로 31일 오전인 거고,

전날 밤부터 당일 새벽 사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단다.

이때의 슈퍼문은 지구와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기 때문에 더 크고 밝은 슈퍼문을 볼 수 있다 한다.

이렇게 한 달에 두 번째 슈퍼문이 뜨는 건 이례적인데, 이러한 슈퍼문을 '블루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달이 파란색인 게 아니라 영어로 '극히 드물다'라는 표현을

'원스 인 어 블루문(Once in a blue moon)'이라고 표현하는 데서 나온 거라고.

이렇게 블루문이 뜨는 건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이라고 하며

다음 블루문은 무려 2037년 1월에 뜬다고 한다.

"블루문을 보면 행복해진다"는 미신도 있다고 하는데

커다랗고 환한 둥근달을 보자니 너무 커서

누군가 웃음 버튼을 누른 것처럼 저절로 연신 웃음이 났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는 과수원이 제법 있다.

배와 복숭아와 사과 과수원이 있는데 아산은 복숭아보다는 배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먹골배, 나주배와 더불어 알아주는 성환배(110년 전통의 배라고 한다. 사실 배꽃축제도 하는

성환은 천안시에 속한 지명이지만 천안과 아산은 붙어 있는 관계로 아산에도 배 과수원이 많이 있다.)라고.

그래서인지 배는 직접 조합으로 출하를 하는지 산지 판매를 하지 않고

이 복숭아밭 옆 주택 앞과 띄엄띄엄 다른 몇 곳에 이맘때만 문을 여는 복숭아 가판대가 펼쳐진다.

한 두어 달 그리하나?

여름이면 대학찰옥수수 가판대도 곳곳에 문을 열어 입이 즐거워진다.

소도시에 사는 즐거움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 든다.

 

벌써 추수가 끝난 옥수수밭도 많은데 여긴 늦은 옥수수인가?

 

집 근처에 과수원이 있으니 의미 있는 선물이라 여겨 작년에 복숭아 두 상자를 사서 

엄마와 동생네에 갖다 주며 먹어보니 신선해서인지 정말 맛있었다.

올해는 세 상자를 사서 형님네와 동서네에 갖다 주었는데 형님네 계시면서

드셔본 어머님이 참 맛있다고 하셔서 또 한 상자를 사게 되었다.

어머님이 오시기 전에 우리도 한 상자 사서 먹어보게 되었으므로

올해 이 집에서만 모두 합해 다섯 상자를 사게 되었나 보다.

복숭아는 까딱 잘 못 사면 맹맛이기가 십상인데 달콤하니 맛있어서 먹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시집오시기 전 그 고장의 복숭아로 유명한 곳 과수원집 큰딸이었다는

어머님은 여름의 대표적인 과일 수박보다도

복숭아를 훨씬 좋아하시며 드실 때면 아련한 옛 추억을 떠올리곤 하셨다.

 

황도 백도 다 있는데 우리 식구는 한 겹의 껍질을 싸악 벗기면 단물이 뚝뚝 떨어지는 황도를 좋아한다.

올해는 그 정도로 말랑하지는 않았지만 맛은 좋았다.

그리고 올해 비가 많이 와서 작년보다는 맛이 조금 덜했다.

 

최상품 아홉 개들이 한 상자에 4만 5천 원.

봄에 화사한 꽃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더니

여름엔 달콤한 맛으로 입을 즐겁게 해주는 복숭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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