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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구름이 그리는 풍경

by 눈부신햇살* 2023. 7. 19.

 

 

 

 

흰 구름 속에 절이 들어 있네

 

                                 이 달

 

흰 구름 속에 절이 들어 있네

흰 구름을 중은 쓸지 않네

닫힌 문을 열고 나가니

골짜기마다 송홧가루 날리네

 

---- 흰 구름 속에 절이 들어 있다니, 이곳은 무릉도원입니까?

      언젠가부터 산속에 사는 스님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산과 나무와 하늘만 바라봐도 세상의 진리를 깨달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도 우리 학교 앞산을 

      50여 년 동안 바라보며 삽니다. 한 번도 나는 저 산의 모습에

      질리지 않고 삽니다. 흰 구름이 둥둥 떠 있으면 그 구름 그림자가 

      산에 내린 모습을 나는 좋아합니다. 내가 사는 이곳도 무릉도원입니다.

      사는 법을 아는 이는 사는 곳곳이 무릉도원이겠지요.

       <김용택의 한시 산책> 중에서

 

 

 

 
 
뜬 구름
 
                   김 용 택
 
구름이 강을 건너네요.
당신이 그렇게 오더니
당신은 그렇게 가네요.
그 봄, 그 손등 위의
고운 햇살을 어찌한답니까.
발아래 살 풀린 포근한 흙도, 멀리 수줍던 강물도,
강물을 향해 새 눈을 뜨기 전 버드나무 실가지에 불던 바람도.
강가에 치맛자락을 날리며 서서
강굽이를 가리키는 그대 손가락 끝에서 날아오르던
비비새는 이제 어디에 앉는답니까.
한때의 사랑이 생시인 듯 생생하나, 덧없지요.
그대 머릿결에 폭포처럼 쏟아지던 찬란한 햇살이 산그늘에 쫓겨가네요.
인적 드문 어느 길모퉁이 푸른 이끼 낀 바위 위에 놓인
고적한 꽃잎처럼.
한번 들여다보다 간
그런 그림자처럼, 나비와 구름이, 그 그늘이 그러하지요.
봄비가 땅에 닿기도 전에 사라지듯이
흐르는 강물은 내 마른 손을 다 적시지 못하였습니다.
강물 위에 그림자를 벗으며 흰나비 떼가 강을 건너네요.
살 떨리던 그 날갯짓 소리, 산이 떠내려가는 그 희미한 소리.
꿈인가요. 생시인가요. 떨리는 내 심장의 끝은 당신을
향해 까맣게 탔습니다.
아! 사랑은 그대 입술처럼 왔다가 간 강물 위에
뜬 구름 한 장 같네요.
 
 

 

어느 여름날

 

                 이 규 보

 

바람 부는 작은 대자리 가벼운 적삼 차림으로 누웠네

두어 번 꾀꼬리 우는 소리에 꿈에서 깨어나네

빽빽한 잎 사이에 숨은 꽃은 봄 지나도 피어 있고

엷은 구름 사이로 나오는 햇빛은 빗속에서도 밝구나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푸른 산에서 파란 하늘로 여러 가닥의 흰구름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마치 목욕탕에서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듯이,

또는 솜사탕 기계에서 설탕이 하얀 솜뭉치 가닥이 되어 떠오르는 것처럼.

내일은 맑을까?

저녁 무렵 기대감을 갖게 하는 하늘을 보여주더니

과연 오늘은 햇빛이 쨍하게 비추며 나타났다.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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