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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쏟아지고 그치고

by 눈부신햇살* 2023. 7. 13.

 

여름이 되자 해는 이만큼 오른쪽으로 옮겨가서 제 모습을 감춥니다.
그 시간이 7시 40분 즈음이고 산 너머로 해가 사라져도 한참 환하답니다.

일몰 시간을 검색했더니 7시 57분이라고 뜨네요.


어떤 날, 저렇게 유난히 테두리가 선명한 둥근 해가 지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저절로 탄성이 나오곤 합니다.

때로는 무언가로 바빠서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해가 꼴깍 넘어가고 나서야

아차, 하며 창밖을 바라보며 아쉬워하기도 합니다.
 

올해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무궁화 꽃도 내 마음과 눈길이 그냥 지나치질 못합니다.

 

정신없게 자라나는 잡초를 베어낸 자리가 말끔하네요.

잘린 풀들이 아프다, 아프다 내지르는 냄새가 제게는 참 좋은 냄새로 다가옵니다.

초록이 싱그러운 우거진 나무 사이를 바라봅니다.

 

그새 벼들은 이만큼 자랐습니다.

장맛비에 벼들은 쑥쑥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어요.

 

쏟아지다가 그치고 이내  또 쏟아지는 장맛비로 인해 오고 가는 2차선 도로 곳곳에 작은 웅덩이가 생겼어요.

맞은편에서 차가 오지 않을 때는 중앙선을 넘어 살짝 피해 달려갈 수 있지만

차가 줄줄이 오고 있을 땐 그 웅덩이 위로 달려야 합니다.

물이 마치 홍해 물 가르듯이 높다랗게 차바퀴 양쪽으로 촤~~~악 펼쳐지는 큰 웅덩이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닫힌 유리문 안에 앉은 나는 그럴 때마다 왜 물이 내게 튕길 것 같은 느낌에 움찔하는지 모르겠어요.

실소가 나는 순간입니다.

작은 웅덩이를 몇 개 거치면서 어린 날 비 고인 웅덩이에서 참방 대고 놀던 추억도 떠오릅니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아니 중늙은이가 되어 발이 아닌 차로 참방 대는 놀이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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