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325

칠월의 첫날 며느리의 생일을 하루 앞당겨 이곳 아산에서 모여 밥을 먹었다. 4층에 자리한 식당인데도 주변에 건물이 없어서 멀리까지 전망이 트였다. 저 널찍한 빈터엔 아파트들이 들어설 계획이라고 하네. 룸에서 우리 식구만 오붓하게 밥을 먹으며 내려다보는 풍경. 나의 맞은편으로 큰아들부부가 앉았는데 큰아들이 고기를 구워서 나와 며느리에게 연신 날라주느라 정작 자신은 조금 먹게 되자 며느리가 다시 큰아들에게 건네주는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육사시미는 다소 생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며느리가 맛있게 잘 먹어서 퍽 흐뭇했다. 밥 먹고 나오다가 맞은편으로 지난번에 올랐던 설화산이 보이길래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며느리도 덩달아 사진을 한 장 찍는다. 우리나라 소도시 풍경이 신기해 보일 수도 있으리라. 작은아들이 무엇이 멋져서.. 2023. 7. 3.
유월이 가기 전에 유월이 가기 전에 마무리지어야 할 농사를 도우러 6월 셋째 주말에 시골 시댁에 갔었다. 이 날 30도를 웃도는 폭염이었다. 정말로 등에 쏟아지는 햇볕이 따끈따끈하고 땅에서는 후끈후끈 지열이 올라왔다. 얼굴에선 저절로 땀이 뚝뚝, 등줄기에선 또르르 흘러내렸다. 예전엔 햇볕 무서운 줄 모르고 맨살을 잘 드러내곤 했지만 이젠 땡볕은 무섭다. 한 번 타고나면 좀처럼 잘 하얘지지 않아서 겨울이 오도록 시커멓다 보니 팔엔 토시, 목엔 수건, 모자와 장갑도 필수다. 손등도 어찌나 잘 타던지. 대신 언제나 다리만큼은 내어놓고 광합성을 한다.^^ 포도송이도 새들의 피해를 받지 않고 무사히 맛있게 잘 익으라고 종이봉지를 씌워 주었다. 지난번 시골에 왔을 때에 하지 무렵엔 감자를 캐야 된다고 했다. 지난번에 와서 양파 캘 .. 2023. 6. 27.
뜻밖의 행운이 찾아와 늦은 오후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한껏 들뜬 목소리. - 골프에서 가장 좋은 게 뭐지? - ..... - 하면 가장 좋은 것 있잖아. - 음, 홀인원? - 응, 나 그거 했어.ㅎㅎㅎㅎ 골프 용어(?)로 운칠기삼(운 70%, 기술 30%)이라고 한다는데 운이 많이 따라주었는지 홀인원을 했다지만 당장은 나가는 돈도 꽤 되었다. 축하 식사 대접하고, 골프 라운딩 비용 내고(홀인원 한 사람이 그리 하는 게 관례라나 뭐라나), 어쩌고 저쩌고 하다 보니 백만 원이 우습게 깨지더라네. 홀인원 인증서와 샷 날리는 사진을 카톡 프로필 사진에 걸어 놓고 며칠을 싱글벙글이다. 아무려나, 남편이 싱글벙글이니 나도 따라 싱글벙글! 이 기운 이어받아 좋은 일이 그득했으면 좋겠다. 2023. 6. 26.
6월 중순의 이야기 TV를 보다가 무심코 그림에 눈길이 갔고, 이어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서산 너머로 지는 해가 안방 깊숙이 들어와 그림을 비추고 있었는데 그 햇빛을 받은 붉은 꽃송이들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 것 같지 뭔가. 고흐를 좋아한다던 이모의 말이 떠올랐다. 갑자기 제목이 궁금해져 그림을 떼어 뒤편을 살펴보았다. 이네. `촛불맨드라미' 꽃을 사셨던가 보다. 코스모스를 심던 신정호 둑방길에 올해는 백일홍을 심었다. 두 가지 식물을 심었던데 백일홍은 이파리만 보고도 알아맞힐 수 있었지만 다른 하나는 도통 알 수가 없는데 혹시 `벌개미취'인가 짐작하고 있다. 꽃이 피어보아야 알겠지... 산수국도 피어나기 시작하는 유월. 모가 나란히 나란히 줄 맞춰 서서 초록의 싱그러움을 뿜어내는 유월. 우리 집에선 죽을 줄 알았던 .. 2023. 6. 15.
새의 수난 저녁 식사 준비를 한창 하고 있는데 칙칙 압력 밥솥 소리와 함께 빼애애애액~ 요란한 경보음 같은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소리 나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나는 밥솥에서 나는 소리인 줄 알고서 고장인가 하고 귀를 가까이 대보았지만 긴가민가하였다. 그때 작은 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남편이 창밖을 좀 내다보라고 한다. 고양이 한 마리가 새를 잡아왔는데 새들이 떼로 몰려와서 대들고 있다고. 창밖을 내려다보니 과연 고양이가 새 한 마리를 잡아와서 마치 공놀이하듯이 두 앞발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있었다. 잡아온 새가 조금이라도 푸드덕거릴라 치면 그 행동이 반복되곤 하였다. 다른 새들은 항의하며 친구를 구출하려는 듯이 열대여섯 마리 정도가 몰려와 앞동 건물 난간과 주변 높은 나무 위에 앉아 겁주듯이 큰소리.. 2023. 6. 4.
노란 금계국 꽃이 일렁이는 들판 시댁 뒷내에는 온통 노란 금계국 꽃이 만발하여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탑정호 둑방에도 온통 노란 물결. 금계국 씨를 뿌렸을까? 이상타! 예전엔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진분홍색 끈끈이대나물도 피었네. 시골집엔 어머님이 즐겨 심으시는 접시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네. 창고 옆의 밤나무에서는 집까지 진한 밤꽃 향기가 물씬물씬 풍겨오곤 하였다.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올해 유난히 알이 굵다. 증조부모님 제사 지내시겠다고 해서 내려갔는데 어떤 이유로 지내지 않게 되어 모두 모인 김에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농사일 몇 가지를 거들었다. 양파 뽑고, 아욱대를 잘라내어 다듬고, 크게 자란 취나물을 낫으로 베어내어 다듬고, 초가을에 심으려고 말리고 있는 파 대가리를 분리하고, 집 앞 화단에 봉숭아.. 2023. 6. 2.
오월이 다 갈 무렵 러닝머신에서 빠르게 걷고 있는 내 눈에 들어온 모내기 풍경. 이 근처의 논이 모두 저 집 것인가 보다. 한 시간여의 운동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이 논에서 저 논으로 옮겨 다니며 여전히 모내기 중이다. 아버지는 이앙기로 모를 심고 햇빛을 차단하려고 완전 무장한 아들은 뒤따르며 상태를 파악하고 부족한 곳은 어머니가 메꾼다. 며칠만 지나면 저 어린 모들이 조금 자라 초록으로 빚어내는 풍경은 또 얼마나 이쁠지 기대되는 아름다운 여름날의 풍경. 어느 날 동창들과의 단톡방에 올라온 봄날 풍경 사진 하나. 층층나무 꽃이 만발한 너머로 멀리 남산타워가 보이네. 봉천동에서도 저렇게 남산타워가 보이는구나! 남산타워가 보여서 남산인 줄 알아보는 나. 나이 드는 증상 중의 하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아름다움으로 다.. 2023. 5. 30.
참새의 하루 어제는 작은 방 쪽에서 유난히 크게 새소리가 자주 들렸다. 무슨 일이라지? 귀여운 참새 한 마리가 저렇게 앉아 있었다. 방충망에 가려 사진이 흐리다. 나는 참새가 귀여워서 수시로 보러 갔다. 그러자니 처음엔 내게 무신경하던 녀석이 이내 나를 신경 쓰기 시작했고, 더 이상은 이렇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게 되었다. 조금만 다가가면 포르르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나를 의식하기 시작하니 이렇게 멀찌감치 서서 찍을 수밖에... 참새는 아침형인가? 어제저녁 무렵에 잘게 부숴줬던 아몬드를 오늘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젖혀 보니 친구까지 불러왔는지 둘이서 먹다가 포르르 날아가버린다. 다 먹은 자리에 이번엔 호두를 잘게 부숴 놓아주었다. 가까이서 지저귀는 참새 소리가 너무 좋아 유인한 것인데 사진으로 보니 포동포동해 보.. 2023. 5. 24.
자주 가네... 아산에 내려와 살게 된 것이 마치 시골 시댁에 자주 들리기 위한 일이었던 것처럼 요즘 엄청(^^) 자주 가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엔 기력 달려하시는 어머님을 위해 최상급 녹용을 지어 갖다 드리러 가는 길. 돈은 육남매 통장에서 지불하고 우리는 심부름만 하는 것. 그새 탑정호 출렁다리는 무료입장이 되었다. 무섭다고 저 데크로 된 곳만 골라 걷는 사람들을 더러 보는데 모두 여자들이다. 나도 겁 많기로는 결코 뒤처지지 않지만 절대로 다리 바닥을 보지 않고 먼산만 보고 걸으면 암시랑토 않다. 가끔 저곳에 전원주택 짓고 내려와 살겠다고 나를 협박하는 저수지 조망이 좋은 신풍리. 협박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나의 지인들과 친구들과 자매들은 모조리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걸...... 다리를 건너면 바로 있는 커피숖에서 .. 2023.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