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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새의 수난

by 눈부신햇살* 2023. 6. 4.

저녁 식사 준비를 한창 하고 있는데 칙칙 압력 밥솥 소리와 함께 
빼애애애액~ 요란한 경보음 같은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소리 나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나는 밥솥에서 나는 소리인 줄 알고서
고장인가 하고 귀를 가까이 대보았지만 긴가민가하였다.
그때 작은 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남편이 창밖을 좀 내다보라고 한다.
고양이 한 마리가 새를 잡아왔는데 새들이 떼로 몰려와서 대들고 있다고.
 
창밖을 내려다보니 과연 고양이가 새 한 마리를 잡아와서
마치 공놀이하듯이 두 앞발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있었다.
잡아온 새가 조금이라도 푸드덕거릴라 치면
그 행동이 반복되곤 하였다.
다른 새들은 항의하며 친구를 구출하려는 듯이 열대여섯 마리 정도가 몰려와
앞동 건물 난간과 주변 높은 나무 위에 앉아 겁주듯이 큰소리로 우는 것이었다.
일제히 함께 울어대니 그 소리 크기가 엄청났다.
 
어떤 새들은 난간에서 다이빙하듯이 내려오며 고양이 머리 위를 휙휙 스치듯이 날았는데
그 동작이 고양이에게 과히 위협적이진 않아 보였다.
먼발치에서 보아도 고양이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느껴진다.
그래도 새들은 날아갔다 다시 날아오며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한참을 울어댔다.
그러다 잡힌 새의 숨이 끊긴 것 같았고, 큰소리로 울어대던 새들도 체념했다는 듯이 하나둘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나는 고양이를 쫓아내고 새를 구해주고 싶었지만
먼 거리라 내 소리가 거기까지 미칠까 싶기도 하고,
공연히 고양이 일에 끼어드는 것도 같고,
다른 집에서 들으면 내가 미친 사람으로 비칠 것 같기도 하였다.
따지고 보면 고양이도 먹고살아야 할 텐데 잡힌 새만 불쌍하다 생각되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빼~~액 내지는 쐐~~액 하는 울음소리가 독특하여 잡힌 새 종류가 갑자기 궁금하여졌다.
처음엔 `재때까치'인가 했는데 생김새는 비슷한 듯하나 내 기억 속의 울음소리와 달랐다.
여러 새의 울음소리를 들은 결과 직박구리의 평상시 울음소리가 아닌
아래 동영상 속의 식사 호출하는 소리와 가장 비슷한데
새에 대해 문외한이라`
직박구리'라는 확신은 없다.
직박구리는 흔한 텃새여서 자주 보긴 했지만
등 깃털이 회색빛이 나며 배부분이 저렇게 하얗지는 않은데 말이다.
그래서 또 찾아보았는데 생김새가 `검은이마직박구리'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 역시 자신은 없다.
여하튼 이참에 직박구리란 새의 특성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속설이긴 하나 직박구리 이름의 어원이 `시끄러운 새'라고 한다.
비상시니까 더 그랬겠지만 어쩐지 울음소리가 굉장히 크더라.
무리 지어 생활하고 열매, 꽃잎, 나뭇잎, 벌레 등 웬만한 건 다 먹는 식성 좋은 새라는데
그래서인지 매화나 살구꽃에 부리를 박고 있는 직박구리를 자주 보았다.
그리고 또 생김새와 달리 성격이 상당히 호전적이라 조폭이라는 별명도 있으며,
새를 봐도 겁내지 않고 무리 지어 공격하며 사람도 겁내지 않은 담대함이 있다고 한다.
 
머리깃은 말리지 않은 깃털처럼
흩날리듯 흐트러져 있다.
꼬리가 길다.

 
라고 어느 블로거가 설명해 놓았던데 고양이를 내려다보며 일제히 함께 부르짖는 새들의 긴 꼬리가 인상적이었다.
몸길이가 14~28cm라는데 비교적 날씬하며 길쭉한 느낌이 났고,
 
* 직박구리 울음소
굉장히 시끄럽다.
평소에 무리 지어 살기 때문에
혼자 우는 편도 아니라,
한 마리가 소리를 내면 다른 한 마리도
말싸움하듯 맞받아쳐서 돌림노래마냥
소리가 따로 놀아 더 시끄럽다.

높은 "삐액!" 이나
"삐이이이이이이이이익!" 같은
짧고 높은 목소리의 새가
여러 마리 모여있다면 직박구리다
'지저귀거나' '우짖는' 게 아니라
그냥 '짖는'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울음소리를 이렇게 표현해 놓아 굉장히 공감이 되었다.
 
 가을철 과수농가의 배, 사과, 감 등에
피해를 주기도 해 과수원 유해조류로
알려져 있다.

 
고 설명해 놓아서 귀엽게만 볼 직박구리가 아닌가 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직박구리(검색해서 가져옴)

 

검은이마직박구리(검색해서 가져옴)

 

직박구리 울음소리로 검색해서 가져옴
3:02부터 굉장히 시끄러운 식사 호출 소리 시작됨.

 

(검색해서 가져옴)

 

밝은 미소 님께서 댓글로 물까치 같다고 알려주셨는데 제가 보았던 새와 딱 일치합니다.

꼬리가 길고 깃털이 회색이며 배부분이 하얗고 머리는 검은색입니다.

곱지 않은 불만스러운 듯한 울음소리도 같습니다.

(이 울음소리는 경계할 때 내는 소리이고, 자기들끼리 놀 때는 예쁜 소리로 지저귀네요.)

열대여섯 마리가 한꺼번에 울어대니 대단하더라고요.

제 궁금증을 해결해 주신 밝은 미소 님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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