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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326

엄마랑 나랑 엄마랑 나랑 둘이서 초겨울 앞산에 오른다. 낙엽이 수북이 솜이불처럼 덮였다. 여러 장 사진을 찍는 내게 무엇이 이뻐서 찍느냐고 물으신다. 나는 다~! 하고 대답한다. 외손녀가 선물해 드린 화사한 색상의 패딩점퍼가 엄마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연신 참 잘 어울린다 하며 새삼스럽게 조카가 기특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엔 다른 길로 산을 내려가 보자. 길게 이어지는 데크길을 따라 내려왔더니 생전 처음 보는 장소가 나왔다. 울 엄마 이 동네에 사신 햇수가 몇 년인데 처음 보는 곳이라 그만 반대 방향으로 가시네. 아니라고 하니 나를 믿지 못하셔서 길가는 행인에게 물었더니 내 말이 맞네. 하마터면 초겨울 날은 저물어가는 시간에 서울이란 큰 도시에서 미아? 길 잃은 성인 둘이 될 뻔했네. 내가 짧.. 2022. 12. 4.
아들네 집에서 저 멀리 떠있는 한 줄의 구름이 비행접시 같다고 주거니 받거니... 저 시커먼 연기는 무얼까?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시커먼 구름이 커다랗게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인터넷 뉴스로 검색해보니 평택 야적장 패널에 불이 났다고 한다. 오랜만에 보는 울랑프와 아다, 방가방가~!!! 아들 부부와 우리 부부, 넷이서 우리의 오랜 단골집에 맛난 깐풍기 먹으러 가는 길. 덩치에 비해 집이 너무 작은 거 아니니? 아니나 다를까 집에서 나올 때 보니 입구에 몸이 끼인다.ㅎㅎ 일산에 첫눈이 내리고, 며느리와 나는 첫눈을 사진에 담았다. 2022. 12. 4.
올해 김장 매년 이맘때면 우리 시댁의 김장하는 것을 보고서 같다고 하시던 블친 애야 님의 표현대로 정말 말 그대로 해년마다 축제 내지는 잔칫집 같은 김장하기였다. 어른들은 김장으로 바쁘고, 아이들은 오랜만에 사촌들끼리 모여서 온 동네를 헤집으며 학교로 어디로 놀러 다니느라 온 동네가 시끌벅적 해지곤 하였다. 아이들 먹성이 한창일 때는 많게는 200포기까지 담갔고, 적어야 130포기여서 이른 아침부터 배추 씻는 것은 큰 일이었고, 물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하루 온종일 김치 속을 넣어야 했으며 미처 김장을 다 끝내지도 못하고 집이 멀었던 우리 가족만 조금 일찍 출발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아이들이 장성하여 먹성도 줄어들며 김치 소비량도 점점 줄어들어 100포기, 70포기, 드디어 작년에는 세 집만 모여서 김장을 하게 되자.. 2022. 11. 28.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인디언 달력에서 11월을 일컬어 이란 표현이 간혹 엉뚱하게 해석되는 날들이다. 아침에 일어나 북서쪽으로 난 창의 커튼을 젖히면 자욱한 안개로 놀라는 날들이 연일 이어지는 달이 11월인가 싶다. 안개로 가렸다가 이내 걷히면서 짜잔! 나 여기 있었지롱~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니었던 거야, 하는 듯이 매일매일 안개가 낀다. 원래 11월이란 달에는 큰 일교차로 그리 안개가 자주 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11월이 되자 안개가 자주 낀다는 것을, 어떤 날엔 정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오리무중이 되는 것을 목격하는 날들이고, 그것을 평상시엔 시야가 멀리까지 트이는 이곳 소도시 변방에서 살면서 새삼스럽게 더 잘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안개가 어느 정도 걷히기 시작하자 찍은 사진. 정말로 자욱하면 아무것도 .. 2022. 11. 22.
가을 보러 갔다가 운동 끝내고 나오는데 먼산의 단풍이 눈에 들어왔다. 가을을 보러 갈까...... 외암리 마을 맞은 편 평촌리. 저 산의 이름이 월라산이라던가?(사진은 없다) 기다랗게 펼쳐지는 산 밑 마을의 샛노란 은행나무 단풍과 울긋불긋한 산의 단풍에 취해 달리다가 황홀한 아름드리 느티나무 가로수 길을 만났지만 마땅히 차 댈 만한 곳이 없어 무척 아쉬워하며 마음에만 담았다. 그러다 저수지 가를 도는데 햇살이 호수 위에 부서져 눈부시게 반짝이고 먼산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아름다우니 사진에 담는다고, 마침 차 댈 만한 공간도 있길래 잠시 세우고 서너 장 찍고 차로 급히 돌아오는데 또 스텝 꼬였다. 어, 어, 하다 꽈당! 아........ 지난번 도비도에서 넘어져서 휴대폰 액정 교체수리비 186,000원 나갔는데....... 2022. 11. 4.
나의 기쁨, 나의 행복 봄엔 남편의 생일, 늦가을엔 내 생일이 들어 있다. 아이들이 축하해주러 오므로 아이들에게 줄 밑반찬 몇 가지를 만들었다. 가을 무가 맛있으니 무 한 개로 무생채를 만들어 나와 큰아들과 작은아들 것, 세 집으로 나누고. 견과류 듬뿍 넣은 멸치볶음, 시골에서 뜯어온 참나물 무치고, 시금치 사다가 무친다. 시골에서 뜯어온 참나물의 양이 시금치 두 단(6천 원)의 양보다 훨씬 많다. 두 나물을 한꺼번에 담았는데 반찬통의 3분의 2를 참나물이 차지한다. 역시나 시골에서 캐온 약도라지도 새콤하게 무쳐서 세 집으로 나누고. 마지막으로 제육을 양념해서 나중에 조금씩 볶아먹기 쉽게 야채랑 함께 담아준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갈 때 며느리가 "반찬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길래 "나는 이런 거 하는 게 기쁨이야." 하.. 2022. 10. 21.
우리 모두 농부가 되어 며칠 동안 티스토리 장애로 내 티스토리에 들어올 수 없더니 서서히 정상으로 복구되고 있다. 하지만 내 블로그는 아직도 비정상. 혹여 모바일 앱에서는 되려나... 시험 삼아 한 번 올려본다. 지난 토요일엔 시댁 육남매가 모여 이런저런 농사일을 거들었다. 홍시와 단감을 따고, 들깻대를 베면 한 곳으로 널어 햇볕에 바짝 마르게 하고, 호미질로 쪽파 밭의 풀을 뽑고, 내년 봄에 수확할 마늘을 심었다. 2인1조로 마주 앉아 마늘 심는 작업은 어찌나 고되고 힘든지 며칠 근육통을 앓아야 했으며 어떤 동작을 취할 때면 아고고 소리가 절로 났다. 괜히 시골에서 농사 짓는 어르신들 허리가 굽은 게 아녀,라는 푸념들이 오고 가고...... 1박2일 묵는 2일째에는 집안 대청소. 웬 쓸데없는 물건이 그렇게 곳곳에 쌓여 있는지.. 2022. 10. 18.
누렇게 익은 벼를 따라 행정복지센터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시간을 오전으로 바꿨다. 한 시간 가량 운동하고 11시 반이 되기 십 분 전에 나오다 보는 들판이 누렇게 참 예쁘다. 아니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수시로 내다볼 때부터 들판은 이곳도 누렇고 저곳도 누래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참 예쁜 가을이다! 어느 날엔가는 운동하러 차 끌고 가다가 말고 내려서 노란 논을 한 장 찍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논은 누렇지 않고 노랬다. 어제 보니 한 논은 벌써 추수를 마쳤더라. 조만간 사라질 풍경들...... 이 논은 피 반 벼 반. 지난해 사진에도 그러하더니. 주인장님께서 많이 연로하신가...... 올해는 쓰러진 벼가 적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친김에 갱티고개를 넘어서까지 멀리 다른 동네로 누런 논을 구경하러 갔네. 송악저수지 밑의 .. 2022. 10. 14.
시골 체험 남편 육남매 단톡방에서 시간 되시는 분 고구마 캐러 오라는 시동생의 호출이 있어서 시골 시댁에 갔다.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사그라들지 모르는 왕성한 호기심을 가진 나는 생전 처음 보는 이 덩굴 식물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고구마 줄기 껍질을 함께 까면서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던 끝에 어머님께 여쭤본다 - 저 꽃 이름은 뭐예요? - 제비콩이라더라. 니 막내 시외삼촌이 씨를 구해다 줘서 심었어. 어디서 보니까 꽃이 퍽 이쁘더라고 심어보라고 해서. 와, 콩꼬투리 색깔이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오묘한 색깔로 참 예쁘다. 주렁주렁 열렸다. 약도라지 밭에는 보랏빛 도라지꽃이 예쁘게 피었다. 지난 추석에 이 나무가 베어진 걸 보고 서운함이 어찌나 크던지...... 오래전 옆집 아저씨가 뒷내에서 캐다가 심은 왕버들나무.. 2022.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