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나랑 둘이서 초겨울 앞산에 오른다.
낙엽이 수북이 솜이불처럼 덮였다.
여러 장 사진을 찍는 내게 무엇이 이뻐서 찍느냐고 물으신다.
나는 다~! 하고 대답한다.
외손녀가 선물해 드린 화사한 색상의 패딩점퍼가 엄마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연신 참 잘 어울린다 하며 새삼스럽게 조카가 기특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엔 다른 길로 산을 내려가 보자.
길게 이어지는 데크길을 따라 내려왔더니 생전 처음 보는 장소가 나왔다.
울 엄마 이 동네에 사신 햇수가 몇 년인데 처음 보는 곳이라 그만 반대 방향으로 가시네.
아니라고 하니 나를 믿지 못하셔서 길가는 행인에게 물었더니 내 말이 맞네.
하마터면 초겨울 날은 저물어가는 시간에 서울이란 큰 도시에서 미아? 길 잃은 성인 둘이 될 뻔했네.
내가 짧은 커트머리 하는 것은 여성스럽지 못하다고 그렇게나 싫어하시면서
박미선의 저 머리 모양은 예쁘다고 하시네.
무엇이 문제인겨?
엄마가 여태껏 크로켓을(흔히 고로케라고 하는데 맞춤법 검사하니 크로켓으로 수정하라 한다)
한 번도 드셔 본 적이 없다고 하셔서 빵 사러 가는 길.
이 빵 저 빵 주워 담았다가 비싼 빵값에 화들짝 놀라던 날.
장 볼 때마다 고물가에 경기 일으킬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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