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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뒷산이 참 좋다

by 눈부신햇살* 2022. 8. 30.

오랜만에 뒷산에 올랐던 날, 우리가 얼마 만에 이 산에 오르는 것인가 되짚어보니

1년 8개월 만에 오르는 것 같다고 계산했는데 지난 게시물을 뒤져보니 7개월 만에 오르는 산이다.

큰아들 부부가 우리나라로 들어온 지도 딱 그 개월 수인데 왜 1년씩이나 착각했는지 모르겠다.

이젠 내 기억력을 믿을 수가 없네......

그런데 왜 남편은 같이 헷갈렸을까? 남편의 기억력도 믿을 수 없네......

 

그다지 예쁜 산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거기 있어 늘 고마운 산.

그 산에 들자마자 참 좋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는 남편 때문에 떠오른 노래, 남편이 참 좋아하는 노래,

남편 휴대폰의 컬러링이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때면 그 생각부터 드는 노래,

양희은의 <참 좋다>를 부르며 산을 한 바퀴 돈다.

 

햇살이 참 좋다 네가 있어 참 좋다

언제나 내 곁에서 따스한 미소 짓는 네가 고맙다

바람이 참 좋다 풀 내음도 참 좋다

살랑대는 머릿결 사이로 너의 눈망울이 예쁘다

바람 불면 부는 대로 두 눈 감고 날아가

두 팔 벌려 하늘 보며 내겐 소중한 너를 부르네

 

감정 표현이 풍부한 편은 아니라고 대체로 무덤덤한 편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이

가다 말고 좋다고 하고 또 얼마쯤 가다 참 좋다고 연거푸 감탄하길래 물어보았다.

- 왜? 신정호는 안 좋은감?

- 아니 호수와 산은 다르지. 운동도 여기가 훨씬 더 되고. 숲 내음도 좋고.

신정호 둘레는 4.8km 한 시간짜리 7천 보 정도 그다지 숨차지 않은 평지 코스,

고봉산은 오르락내리락 한 번씩 가뿐 숨을 몰아 쉬며 둘레길을 다 걷고

집으로 돌아오면 1시간 30분이 소요되며 만 보 가량 찍힌다.

 

친정 동네 봉화산은 너무 잘 가꿔져서 오르긴 쉽지만 자연스러운 자연의 맛이 없다나 어쨌다나.

이 고봉산이 너무 좋아서 퇴직하면 다시 일산에 살아야겠다나 어쨌다나......

 

 

 

 

 

 

이리의 이빨처럼 생겼다는 낭아초.

 

햇살이 참 좋다.

 

 

 

 

멀리 북한산 봉우리가 보이고...

 

숲내음도 참 좋다.

 

 

 

이곳에서도 북한산 봉우리가 살짝 보이고...

 

 

칡넝쿨 사이로 난 길을 지나...

 

 

 

호젓한 산길이 주는 정취에 흠뻑 빠져 걷는다.

 

담쟁이덩굴이 타고 올라가는 나무를 지나...

 

두 개의 큰 바위를 지나

 

 

솔숲 길을 가노라니 이따금 살랑이는 바람에 날리는 솔향기도 참 좋다.

 

우리 없는 사이에 정비한 데크 층계를 올라

 

영천사에 당도했다.

 

 

208m의 낮은 산인지라 영천사 앞에서만 조금 시야가 트이지만 나는 언제나 감지덕지다.

 

 

 

 

무릇도 피고...

 

 

 

 

 

운동이 더 되어서 좋은 산이라고 노래를 불렀지만

콩국수를 점심으로 먹은 후엔 노곤해져서 꿀맛 같은 낮잠을 한숨 달게 잤다.

야행성이어서 아침에 활동하는 것 버거워하던 나는 점점 차차로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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