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

어떤 하루

by 눈부신햇살* 2022. 5. 27.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오늘 사전투표날이라 행정복지센터의 너른 주차장이 차로 넘치겠구나,

주차할 자리나 있으려나, 하는 생각만 하면서 운동을 하러 갔다.

 

다른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던 1층 로비의 투표 안내원이 2층으로 올라가려는 내게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

투표하러 가려면 거기서 손 소독을 하고 위생장갑을 한 장 받아야 하는데

나는 운동하러 왔으므로 그냥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던 것이다.

운동하러 간다고 했더니 오늘 운동은 투표 때문에 쉬는 날이란다.

아뿔싸! 나는 아직 일산 주민으로 되어 있어서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에도 부재자 투표로

이곳에서 사전투표를 했었는데 왜 그걸 몰랐지? 이상하다 생각하며 뒤돌아서 오려다가

여기까지 온 김에 사전투표나 해야겠다며 올라가서 투표를 하였다.

 

그러곤 운동을 못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오려니 이상하고 허전하여

그래, 이렇게 하늘은 맑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더없이 걷기 좋은 날, 신정호에나 가자.

어차피 오늘은 남편도 저녁 약속이 있다고 했으니 일찌감치 혼자 가서 걷고 오자.

 

평소와 다르게 투표날에는 바깥으로 난 층계를 이용하여 나가라고 해서

문 열고 나오며 테라스에서 설화산을 보니 또 찰칵 본능이 꿈틀댄다.

마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사진에 담기로 작정한 사람 마냥 모든 것에 카메라를 들이댄다.ㅎㅎ

 

 

 

이앙기로 모심는 것을 보고 또 그냥 지나칠 수야 있나.ㅎㅎ

 

 

신정호를 돌다가 다솜교 건너기 전, 제방길 끝에서 밑으로 내려섰다.

혼자 왔으니 그동안 벼르기만 했던 동네를 구경 가야겠다.

 

어느 날엔가 제방길을 걸으며 저 보리밭을 내려다보다 보리에 관한 추억을 나눴다.

보리타작할 때는 보리 이삭이 까끌거려서 살갗에 닿으면 따끔거렸지,

보리 추수 끝나고 쌓아놓은 보리 낟가리 위에 올라앉아 동네를 내려다 보기도 했지,

그럴 때의 기분이 꽤 괜찮았어.

생각보다 보리 낟가리가 튼튼해서 여러 개의 굴을 파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놀았지,

추수 끝난 보릿대를 땔감으로 쓰면 타닥타닥 나는 소리가 듣기 좋았지.

근데 보리타작은 6월에 하나?

고작 3년의 시골 경험이지만 시골 출신의 남편과 공감대를 나눌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을 한다.

추억담을 티키타카 하는 재미가 있다.

 

예전 손으로 모를 심을 때는 이보다 더 자란 벼를 심었는데

요즘은 기계로 심어서 그때보다 더 어린 벼들을 심는다나.

나란히 나란히 줄 맞춰 심어진 벼들을 볼 때면 왠지 그냥 흐뭇하다.

 

저 집들엔 밤에 개구리울음소리 깨나 들리겠다.

우리 집엔 뻐꾸기 울음소리가 옛 정취를 자아내며 자주 들린다.

주로 오전에 새들이 많이 지저귀는데 알아듣는 새소리가 뻐꾸기와 소쩍새와 비둘기 소리뿐이라

가끔은 새소리에 어떤 새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오전의 맑은 햇살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바람도 살랑거리며 따라 들어오는데

뻐꾸기 소리까지 들려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 우연히 오래된 우물도 발견하고,

 

다시 신정호로 올라와 남은 구간을 걷고 나니 150 보 부족한 만 보가 되었다.

 

 

'하루 또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리저리 이틀간 2  (0) 2022.06.28
참새 소동  (0) 2022.06.24
봄날의 풍경 따라 사부작사부작  (0) 2022.05.12
가정의 달  (0) 2022.05.06
비 그친 후의 싱그러움  (0) 2022.04.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