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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어머님과 함께 하는 시간

by 눈부신햇살* 2023. 9. 12.

두 달에 한 번 진료받으러 가는 어머님을 모시러 시골집에 갔었다.
오 남매 중에 세 남매가 번갈아 모시고 가는데 이번엔 모두 바쁘다고 하여
그중 남편이 시간을 내어 모시고 가게 되었고, 남편 가는 길엔 으레 따라가는 나.
 
창고 앞으로 닭의장풀, 우리가 흔히 달개비꽃이라고 부르는 푸른 풀꽃이 피어 있어 반갑게 보았다.
 

마당 한 구석에 해바라기가 커다란 얼굴 가득 아직 여물지 않은 씨를 매달고 피어 있었다.
크기에 감탄하여 사진에 잘 담아 보려 하여도 내게는 역부족이네.
봄에 내가 모종을 옮겨 심었던 봉숭아들은 벌써 꽃이 시들어 추레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병원에 다녀와 평상에 앉으시던 어머니는 퍽 흡족한 눈길로 그 꽃들을 바라보시는 것이었다.
 
어머님이 좋아하는 촌스러운 꽃들, 분꽃, 봉숭아, 접시꽃, 맨드라미들이 
여름이면 마당 한 귀퉁이를 장식하곤 하는데 이러다 이후에
내가 분꽃이나 봉숭아를 보면 어머님을 떠올리게 되는 것 아니야,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시댁 마을 옆 대도시에 있는 종합병원에 갈 때마다 많은 사람들에 놀라곤 하는데
그래도 친정엄마가 입원하셨던 병원보다는 덜 붐비는 편이다.
친정엄마를 모시고 서울의 오래된 종합병원, 잦은 증축 때문인지
복잡한 구조의 미로 같은 복도를 헤매다 보면 아픈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절감하곤 하였다.
지금은 내가 지방 소도시에 내려와 있다 보니 셋째 동생이 모시고 다닌다.
 
이제 석 달에 한 번씩 오셔도 된다고 하여 말 그대로 한 보따리의 약봉지를 받아 들고
나이 들면 병원과 친해져야 하고, 약을 한 번에 한 움큼씩 먹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심란하였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누는 얘기 중에 도지 주고 있는 논과
일손이 부족하여 잘 관리하지 못하는 창고 옆 밭에 대한 문제.
돌아가시고 나면 일이 복잡해지니 미리 논을 팔아 현금화 해놓고,
창고 옆 밭도 이번 장마철(비 한 번 오고 나면 밭의 풀이 쑥쑥 자라 정글이 된단다)을 거치면서
거의 묵정밭 수준으로 잡초가 뒤덮고 있으니 
창고 주인이 살 의사가 있는 것 같으면 그도 이참에 팔자고 하신다.
 
병원 한 번 다녀오는데 하루가 후딱 지나가 버렸다.
골다공증 처방약을 받으려면 일 년에 한 번 검사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더 시간이 지체되었다.
함께 저녁을 차려 먹고 돌아오는 길엔 이렇게 뵙고 가는 것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가능할까 생각되어 늘 남편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9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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