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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라일락 꽃향기 흩날리던 날

by 눈부신햇살* 2025. 4. 26.

이번에도 우리는 언제나처럼 종로3가역에서 만났다.
헤아려보니 무어그리 바쁜지 12월 모임 후 4개월 만이었다.
인사동 시민약국 옆 길로 들어가 우회전을 해서
곤드레나물밥집에서 곤드레나물에 게장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날 오고 간 소소한 선물들
나는 프랑스자수로 만든 파우치를 모두에게 한 개씩 주었고,
J는 인사동 길을 거닐다 `폭싹 속았수다'의 애순이를 떠올리며
갤러리 앞 좌판에서 꽃핀과 한 친구에겐 꽃핀 대신 꽃팔찌를 사 주었고,
H는 수반(?)을 한 개씩, C는 교보문고에서 각자가 원하는 책을 한 권씩 사 주었다.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댄스 댄스 댄스'를 골랐다.
J가 그랬다. 너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구나.
그러고 보니 언젠가도 교보문고에 와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수필집을 샀었는데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나와 같은 마음의 구독자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전시된 코너를 지나가며 책을 찾고 있는 C와 나의 등 뒤로 아마도 남친인 듯한 이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자신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었는데 무척 좋았노라고.
 

한 그릇에 9천 씩 하는 진하고 걸쭉한 대추차를 마시며 바라보는 한옥의 멋과
작은 마당의 운치에 모두 이런 집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감탄하고.
 

언젠가도 친구들과 인사동에 와서 이런 비슷한 행렬을 보았는데
유독 이런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좋아하는 J가 폴짝폴짝 뛰며 반겼다.
너무 행운이 가득한 날이라고.
 

 

선발 기준이 일단 키가 큰 것인지 한결같이 키가 컸고, 어떤 사람은 190이 넘어가는 듯했다.
기골이 장대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도 있었다.
 

 

마주 보고 선 행렬 사이로 걸어가도 된다고 해서 놓치지 않고 우리도 걸어 보았다.
 

 

그리고 우리도 두 번째 행렬 사진 속의 잘 생긴 수문장을 가운데 두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먼저 단체 사진을 찍어주겠노라 제의해서 주거니 받거니 찰칵찰칵.
 

 

서울 한복판 노른자위 땅에 있는 이 멋진 집은 왜 방치되고 있는 걸까?
카페나 게스트 하우스를 해도 대박일 것 같은데.
 

대로변을 벗어나 뒷길로 접어들었더니 서울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터에 노숙자들의 허름한 숙소(?) 텐트도 몇 개 있어 여러 가지로 염려스러웠다.
 

이름이 특이해 들린 오래된 빵집에서 소금빵을 사 먹었는데 고소하니 풍미가 좋았다.
 

인터넷 뉴스로 이순신장군상을 세척했다는 것을 보고 난 후여서 더 깨끗해 보였다.
이순신의 고장 이곳 아산에선 이순신장군 탄생일 축제 준비로 연일 들썩거리는 느낌이다.
 

이렇게 에어쇼하는 장면을 찍어서 둘레길 걷기 단톡방에 올리며 
<아산 시민 여러분 하늘을 보세요>라고 올려 미소 짓게 만든다.
 

아마도 저 산은 `인왕산'이겠지?
 

4월 20일, 이 날이 부활절이라는 것을 광화문 앞 대로에 운집한 수많은 기독교 신자들과
영어로 동시 통역 되고 있는 떠들썩하게 크게 울려 퍼지는 설교 말씀과
중간중간 찬송 소리로 알게 되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었는데 전국 각 곳에서 버스로 이동하여 모였다는 것을 푯말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모두의 얼굴이 하나님의 은혜로 충만한 듯하였고 기쁘게 몸을 들썩여 춤추며 찬양하는 모습을 보자니
트로트에 열광하는 모습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한참을 홀린 듯이 손에서 피어나는 작품을 구경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꽤 오래 살았었는데도 나는 덕수궁 돌담길이 처음이라고 하자
나와 비슷하게 한때 서울 시민이었거나 지금도 서울 시민인 친구도 있어 모두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걷던 길 뒤돌아 보며 자꾸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어째 요즘은 서울로 여행 오는 것만 같다.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는데 저만치 돌담 밑에서 버스킹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싱그러운 푸른 신록과 돌담과 미소년 같은 청년과 바이올린 소리가 참 잘 어울렸다.
음악이 깔리고 마침 자전거 탄 한 쌍의 젊은 연인이 지나갈 때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저절로 "하!" 짧은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오즈의 마법사> OST `Over the rainbow'를 켜고 있는 청년을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이 참 좋았다.
다음으로 이어진 곡은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였는데 마지막 곡이었다.
 
연주가 끝나고 저 Tip Box에 돈을 넣을 때 만 원짜리 이상은 CD를 한 장 가져가도 된다고 하여
1장 들고 와 생각해 보니 우리 집에 CD플레이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에게 주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남편 쪽 협탁 위에 주말 부부 할 때
남편이 산 CD플레이어가 있다는 것이 불현듯 떠올라 조금 아쉬웠다.
 
다다음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에 친구가 직장에서 듣고 있는데 
너무 좋다고 날씨와 참 잘 어울린다고 단톡방에 글이 올라왔다.
그래, 니가 좋으면 됐지......😄
 

 

 

멀리 돌담길 끝에 보이는 저 멋진 고풍스러운 건물이 무척 궁금했다. 
호기심 가득한 내가 멈춰서 있는 것을 모르고 친구들은 종종걸음으로 멀어져 가고,
사람들이 없는 때를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할 수 없이 젊은 연인들이 사진 속으로 들어옴에도 한 장 찍었다.
지우기 기능으로 지울까 하다가 젊음이 예뻐서 그냥 올린다.
 
집에 돌아와 검색해 보니 2023년 복원된 `돈덕전'이라 한다.
 

덕수궁의 건물. 석조전의 뒤에 있다. 덕수궁은 근대에 지은 황궁이니만큼 서양식 건물, 양관(洋館)이 여러 채 있었다. 돈덕전도 그중 하나이다. 러시아 제국의 건축가 아파나시 이바노비치 세레딘사바틴이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 이미지·글 출처 : 나무위키
 

이 일대에 얽힌 사랑 이야기 `광화문연가의 작사작곡자 이영훈의 노래비가 정동교회 맞은편에 있었다.
 
 
광화문 연가
 
이문세 노래, 이영훈 작사·작곡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노랫말 속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이라고 표현했지만 지금은 엄청 큰 교회였다.
어리석게도 오른편 작은 교회를 찍지 않았는데 노랫말 속에 나온 교회 건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따로 검색해 한 장 퍼왔다.
 

 

그리고 지금은 4월이고 노랫말 속에서는 오월의 꽃향기라고 했지만
덕수궁 돌담을 끼고 걷는 내내, 이어 이 정동길을 걷는 내내
어디선가 진하고 그윽한 라일락 꽃향기가 폴폴 날려와 탄성을 자아냈다.
아, 지금은 라일락의 계절인가 보구나!
연둣빛 신록에 반하고, 향기로운 라일락 꽃향기에 감탄한 날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자꾸만 오늘은 참 좋은 날, 행복한 날이라고 되뇌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붉은 벽돌 건물마다 다 역사가 깊어 보이고 운치 있어 보여 좋아 자꾸 사진에 담게 되었다.
 
정동길이 끝나는 즈음에 창덕여자고등학교가 보였고,
언젠가 흘러간 오래전에 내가 이곳에 왔었고,
MBC 정동 사옥 앞으로도 지나가며
그 당시 조연으로 유명했던 배우가 사극 분장으로 서 있는 것도 보았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어린 시절부터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살았기 때문에
나는 나를 서울사람이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지만
내게 생각보다 서울에 얽힌 기억이 꽤 있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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