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

별 걸 다 찍고 별 걸 다 기록

by 눈부신햇살* 2025. 2. 24.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여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배달 오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성격 급한 나는 그걸 못 참고 직접 사러 갔다.
전날 저녁 침대 한켠에다 십자수 실통 올리고 TV 보며 프랑스자수를 놓고 있었는데
돌아눕던 남편의 동작에 그만 십자수 실통이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깜짝 놀라 얼른 들어 올렸지만 이미 실 몇 개는 이리저리 쏟아졌고
실통의 뚜껑은 한쪽 이음새가 망가져 뚜껑의 구실을 못하게 되어버렸지 무언가.
이로써 20여 년 동안 내 곁에 있었던 십자수 실통과 안녕을 고하게 되었다.
 
프랑스자수 수업 듣는 이에게 전통시장 어디쯤에 십자수가게가 있다고 들었고
지난번엔 차 끌고  다녀갔더랬는데 검색해 보니
내가 운동하는 행정복지센터 헬스장에선 걸어갈 수 있는 거리였으며 소요시간은 16분이라고 떴다.
그리하여 운동 끝나고 슬렁슬렁 온양 시내 쪽으로 걸어 나가 보았다.
 

 

지난 일 년 동안 아산 곳곳으로 둘레길을 걸으러 다녔기 때문에 현충사나 영인산에 다녀올 때
이 길로 돌아온 적이 몇 번 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온양 행차에 대한 조각들은 처음 본다.
길치 방향치인 나는 내비를 보며 돌아오는데도 그저 내비가 가리키는 대로
내가 집으로 잘 돌아오고 있나에만 온 신경이 집중되었을 터이다.
 
스치는 풍경을 더 가까이,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걷기의 매력을 이곳에서만 느낀 건 아니다.
시장 있는 곳까지 나오는 동안 오래된 낮은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칠 때도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간 듯해 어디선가 옛 추억들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자잘한 기쁨이 몽글몽글 생기면서 내 가슴을 훈훈하게 덥히는 것이었다.
내 나이는 벌써 추억을 먹고사는 나이인가 싶기도 하고.
 

  철로 교각 하부에 나란히 줄지어진 거대한 기둥들은 아산시로 들어오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관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회색빛 기둥들은 아산시를 찾는 이들에게 처음 마주하는 공간으로 아산의 메마른 첫인상을 심어주게 되며, 이러한 첫인상은 오래오래 그 공간에 대한 기억으로 남겨진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회색빛 삭막함이 아닌 진한 추억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아산의 풍요로운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
 
  온양 온천은 조선시대 왕들의 사랑을 받은 치유의 공간이다. 많은 사신과 호위무사와 함께 치유와 휴식의 목적으로 온양 온천을 방문했다. 도성에서부터 온양 온천까지 이르는 장대한 왕의 행차는 교각하부 도로를 중심으로 줄지어 선 거대한 기둥의 웅장한 공간과 오버랩되면서, `과거와 현재가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한 공간에서 서로를 마주한다.'
 
  이 둘의 조화는 옛 아산의 두드러진 고유 향기와 색깔을 현대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재구성 되어 아산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과거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철로 교각 하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단지 스치는 거리의 풍경이 아닌 아산의 가장 특색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될 것이다.
 

조선시대 왕들의 사랑을 받은 치유의 공간이었다는 온양 온천.
지금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오래된 온천 건물이 고풍스럽게 자리한 공간을 지나
그 오른편 시장골목으로 들어선다.
 

 

새로 산 십자수 실통은 보빈이 옆으로 들어가질 않는다.
실 번호로 찾던 십자수와 달리 실 색깔로 실을 찾는 프랑스자수는
보빈이 옆으로 수납되는 것이 실을 찾기에 더 좋은데 말이다.
 

프랑스자수 중급 과정 숙제인 에코백용 수를 다 놓았다.
하지만 나는 에코백이 아닌 강좌쌤이 메고 다니는 크로스백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거기에 드는 비용을 추가로 더 내더라도 여행 다닐 때
이런저런 물건을 제법 넣어 다닐 수 있는 조금 큼지막한 느낌의 크로스백이 하나 갖고 싶기에.
실 두 가닥으로 수를 놓은 엄마에게 드린 크로스백보다
여섯 가닥으로 수를 놓아 약 세 배 정도 크기이다.
 

지난번 지인들과 송악면의 해유 건물의 놀다가게 카페에서 쌤댁에서 보았던 
작품과 같은 걸 발견하고 쌤께 물어보았더니 쌤 작품이 맞다고 한다.
저 꽃송이들 중에 프랑스자수 기법은 딱 하나 팝콘스티치만 들어 있고
나머지는 모두 다 뜨개질로 뜬 것이라고 한다.
 
 
 
 

'하루 또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나물 잔치  (18) 2025.04.26
봄마중  (0) 2025.03.12
냉이는 대보름 즈음에 캐는 나물이라고 해서  (15) 2025.02.14
눈은 푹푹 나리고  (20) 2025.02.07
벌써 1월은 가고 어느새 2월  (0) 2025.02.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