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는 대보름 즈음에 캐는 나물이라고 했다며
우리의 추진력 짱인 S쌤이 냉이 캐러 가자고 했다.
그러고선 이맘때 냉이는 다른 봄나물과는 다르게
칼이 아니라 호미로 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호미가 집에 있을 리 만무해서 집에 있는 과도 중 가장 긴 칼을 챙겨 갔다.

아침에 커튼을 젖히니 미처 지지 않은 둥근달이 옅게 보였다.
달력을 보니 어제가 대보름이니 대보름달이다.
운동을 20여 일가량 쉬었다가 다시 시작했더니 온몸의 근육들이 다 아프다 아프다 하는데
오랜만의 운동이 주는 쾌감이 좋아 어제 하체 운동에 이어 오늘은 상체 운동을 하러 갔었다.

12시 30분에 Y쌤이 추천한 외암마을 근처의 식당에서 우리는 만났다. 나는 연잎밥.

옆의 해유 건물에 있는 놀다가게 카페에서 레몬 생강차와 대추차를 마셨다.
나는 대추차.

둘레길 걷기에서 왔을 때 이 근처에 냉이가 지천이었다고 하는데
그 많은 냉이는 다 어디로 갔는지 눈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았으며
매우 드물게 어쩌다 보이는 냉이도 언 땅에 칼이 들어가지 않아 칼로 캐는 것은 어림없고
호미질로 팍팍 땅을 찍어 캐야 했다. 그렇게 고작 10개 남짓 캤나.
냉이 캐기는 이만하고 후퇴. 카페에나 가자.
냉이 캔다고 신발에 잔뜩 묻은 찰진 흙을 눈에 쓱쓱 비벼 얼추 닦아내고 카페로 갔다.

여름이면 초록 논뷰가 싱그러울 것 같은 카페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자그마한 연못엔 연들이 가득해서 연꽃 필 때 또한 멋진 풍경이 되겠다.
오늘 하루에 카페 두 곳을 들렀는데 조금 전에 밥을 먹었음에도
빵은 빵대로 또 맛있었고 잘도 들어갔다.
흔한 말로 빵배 따로 밥배 따로.

집으로 돌아올 땐 외암마을 주차장에 세워둔 우리 차까지 Y쌤이 태워다 주어
그 차에 동승했던 우리 셋은 외암마을을 잠깐 돌아보기로 했다.



저 멀리 둘레길 걷기에서 여름날에 자주 왔었던 광덕산엔 눈이 하얗다.






외암마을을 돌다가 간장 고추장 된장을 파는 집을 발견했고
된장을 사던 Y쌤이 우리에겐 청국장을 사서 안겨주었다. 잘 먹을게.
국산콩으로 직접 만든 것이라는데 그때도 한켠의 가마솥에서 메주콩이 푹푹 삶아지고 있어
오랜만에 삶은 메주콩을 먹어 보며 할머니가 메주 만드시던 옛 겨울날을 회상하게 되었다.
다음엔 고사리가 올라올 때쯤 고사리를 꺾어보자 호기롭게 마음을 맞췄지만 어쩔지 모르겠다.
그땐 고사리를 봉투가 넘치게 한가득 꺾어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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