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비가 잠시 오다가 개었던가, 벌써 토요일의 날씨가 아리송하다.
생각해 보니 비 오고 개었던 날이었다.
시댁에 도착해 볼 일이 있어 며칠 자리를 비운다는 큰시누이와 교대한 후
남편이 좋아하는 칼국수를 끓여 점심을 먹고
어머님과 남편이 낮잠에 빠져든 모습을 보고
긴 거리를 걷기엔 조금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어
집에서 신고 간 슬리퍼를 꿰고 나 혼자 집을 나섰다.
들판엔 모내기가 끝나 연초록 어린 모들이 자라고 있었고,
낯선 동네 입구에선 키 크고 덩치 큰 둥구나무가 위풍당당한 자세로
내 감탄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아내었다.
길가의 검게 익은 오디와 빨갛게 익은 뜰보리수는
어느새 뜨거워진 햇살 아래 걷느라고 수고하고 달구어진 체온에
시원함을 안겨주며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주었다.
가지가 휘어지게 달린 뜰보리수 열매를 한 움큼 따서 입 안에 넣고
오물오물 씨를 길에 뱉어가며 둘레둘레 풍경을 보며 걷다 보니
어느덧 우울했던 내 마음속 구름이 조금은 걷히는 느낌이었다.
여전히 장마철 대비 재정비 공사 중인 둑방길을 지나 탑정리를 지나고
안골을 지나 자박자박 느긋하게 멀리 크게 한 바퀴 돌아 시댁 동네로 돌아왔다.
걸음수 8천 보 정도, 소요 시간 1시간 조금 넘음.
공주 유구 쪽을 지날 때 날씨
어느새 금계국의 시절은 끝나가고 있었고,
멀리 보이는 계룡산은 구름모자를 쓰고 있었다.
우람한 느티나무 밑 쉼터엔 낙안정(樂安亭)이란 이름이 걸려 있었다.
바로 옆 둑방 너머 냇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맞으며 담소 나누노라면 절로 즐겁고 편안해질 것 같았다.
탑정호 밑 탑정리 마을 담벼락엔 탑정호 출렁다리가 그려져 있고,
내 갈증을 해소시켜주던 뜰보리수 열매
토요일 늦게 도착한 동서네 내외와 하룻밤을 보내고
텃밭에서 막 따온 싱싱하고 아삭아삭한 쌈채소에 수육 삶아
창밖으로 앵두나무와 감나무를 바라보며
이따금 한 줄기 바람에 실려오는 밤꽃 향기를 맡으며 점심을 먹고
일요일 오후에 내려온 작은시누이와 교대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지금은 바야흐로 밤꽃의 시절.
온통 밤꽃 향기 풀풀 흩날리는 구불구불한 길을 돌고 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 유명한 공주 정안밤, 정안 일대는 온통 밤꽃으로 하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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