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가는 김에 세탁소에 들러 옷을 맡기려고 오염이 심할 때만 이용했던 세탁소에 갔다.
남편은 이따금 식사 중에 무얼 흘려 오염이 생기곤 하는데
빨래방을 겸하고 있는 체인점 형식의 대형세탁편의점에
드라이클리닝을 맡겼다가 찾아와 보면 오염이 그대로 남아있을 때가 있다.
하늘색 다운점퍼의 소매 끝과 주머니 입구의 오염 때문에 세탁을 맡기면
때가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나오길래 얼마 전 겨울 옷을 정리해 넣으면서
노파심에 세탁 전처리 개념으로 집에서 미리 주방세제 묻혀서 갖다 드렸다가 한 소리 들었다.
그리고 그 오염(주방세제) 제거해야 한다고 오염제거비를 추가로 받는 것이었다.
어차피 다운점퍼는 물세탁이고 그럼에도 내가 이곳에 맡기는 이유는
건조시 기계바람으로 빵빵하게 부풀려 오는 점이 좋아 맡기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점퍼에 묻혀온 주방세제가 문제 될 건 없다 항의했지만 소용 없었다.
내 기준 야단은 야단대로 맞고, 돈은 돈대로 더 들었다.
나는 나름 깔끔한 편이어서 심하지도 않은 때가
마치 세탁하지 않은 것처럼 지워지지 않고 나와 그런 건데 말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량으로 세탁을 해서 세탁이 깔끔하게 되지 않는다고
개인이 운영하는 세탁소에 남편 바지를 맡겨 완전히 오염을 지워오라는 것이었다.
전에도 그런 적이 있어서 그때 얼룩을 말끔하게 제거해 줬던 세탁소에 갔는데
세탁소 자리엔 아이스크림 할인점이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시작된 개인이 운영하는 세탁소 찾기.
대도시에선 그리도 흔한 세탁소 찾기가 이곳에선 그리 힘들 줄이야.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어느 아파트 상가 세탁소를 찾아갔더니 역시나 폐업.
이제 개인 세탁소는 사양길로 접어들었나.
차로 지나가다 작은 서점을 보게 되었는데 반가웠다.
예전 젊은 날 퇴근길 서점에 들러 책 구경하다가 책 한 권 사들고 나와
무슨 내용일까 궁금증을 가득 안은 채 집으로 돌아와 책을 펼칠 때의 그 설렘이 떠오른다.
그런데 요즘은 책도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하는 시대라 저 작은 서점도 사양길로 접어들지 않았나.
검색해서 찾아갔던 아파트 단지에서 맞닥뜨린 모과나무 수피. 와아! 참 예쁘다.
그 옆엔 또 다른 색깔로 얼룩무늬를 만든 모과나무가 떡!
고색창연한 저 문은 무얼까?
언제 저기도 걸어서 와봐야겠다.
낮은 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를 지나며 세탁소 간판이 있나 훑는다.
빨간 지붕 이층 양옥집.
넝쿨장미로 담장을 둘렀다.
조금 있으면 빨간 장미가 만발해서 황홀하겠다.
또다시 검색해서 찾은 이 아파트 단지의 세탁소는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양복바지 얼룩이 여기저기 대단하단다.
그 대단한 얼룩을 지우지 않고 그냥 내보낸 그 세탁공장은 무언가.
그 대단한 얼룩 제거비까지 포함해 세탁비로 1만 원 지불했다.
깜짝 놀랄 가격. 제발 옷 좀 깔끔하게 입어주세요~
이렇게 내가 감탄했던 아까시나무 꽃과 오동나무 꽃이 피어있는 곳 근처다.
그사이 아까시 꽃은 많이 져가고 있는 중이다.
아까시 꽃향기 못지않게 진하고 산뜻한 향기의 때죽나무 꽃도 한창.
향기 좋기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찔레꽃도 한창이다.
오월엔 하얀색 꽃들이 많이 피어나는구나.
세탁물 맡기고 주차해 놓은 곳으로 자박자박 걸어가는 중에 이런저런 풀꽃들과 나무들을 만난다.
하루 9천 보씩만 걸으면 노년이 건강하다고 해서 팔랑귀인 나는 그 걸음수를 채우려
이 일대를 크게 한 바퀴 돌며 이런저런 해찰을 한다.
어제저녁 강풍이 불었나.
오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꺾여 쓰러진 아까시나무도 만나고,
풀숲에 무성한 보라색 갈퀴나물도 만난다.
이 근처 어디에서 길가 풀숲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내가 서서히 다가가자 나를 피해 길가에 주차된 트럭 밑으로 들어갔다.
걸음수 채우려 먼 곳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보니
아까 보았던 자세 그대로 앉아 다시 풀숲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가 트럭 밑으로 들어갔다.
지나쳐 오다가 뒤돌아보니 또다시 트럭 밑에서 나와 그 풀숲을 쳐다보고 앉아 있다.
왜 그러지? 뭐가 있나?
차에 올라타려다 말고 고양이에게 가보았고 고양이는 트럭 밑으로 들어갔다.
왜? 여기에 뭐가 있어?
혹시 풀숲에 새끼 고양이들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 들여다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트럭 밑의 고양이는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처럼 야옹~ 야옹~ 하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가 있나.
그리고 혹시 쥐나 뱀이라도 있을까 봐 나는 무섭다.
이유를 알아내지 못하고 돌아오다가 고양이 쪽을 뒤돌아보니
여전히 고양이는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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