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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111

길을 걷는다 길을 걸었다. 마음이 가라앉을 때나 복잡해질 때 걷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아무 일이 없고 아무렇지 않을 때 걷는 것은 더더욱 좋다. 걸으며 보는 소소한 풍경들이 그대로 내 가슴에 마음에 와 담기니까. 엄마네 집에 자주 가게 되었다. 그동안 다시 잠시 바쁘게 살다가 한가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일이 터졌다. 왜 건강검진을 제때에 딱딱 받지 않느냐는 나의 성화에 6개월 전에 건강검진을 했다. 쓸개에 혹이 발견되고 혹시 몰라서 6개월 후에 다시 찍어보자며 결과를 볼 때는 보호자와 같이 왔으면 한다고 해 효도하는 마음으로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갔다. 그때 내 생각은 청력이 좋지 않고 다소 이해력이 떨어지는 엄마에게 잘 설명해주자였다. 그렇지만 일은 그리 간단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초음파 검사 결과가 좋지 않다며.. 2020. 6. 29.
사랑(Over and Over) 지난주 토요일 와인 한 잔 곁들인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남편이 물어본다. - 당신이 좋아하는 가수 있잖아, 왜 목소리 청아한 여가수 - 누구? - 외국 가수 중에 목소리 맑은 사람 - 카펜터스 남매 중에 여자? - 아니 - 존 바에즈? - 아니 - 올리비아 뉴튼 존? - 아니 - 수잔 잭슨? - 아니. 있잖아. 목소리가 맑고 고운 가수 - 아, 몰라. 멜로디라도 흥얼거려 봐. - 라라라라 라라라~~ 그 간단한 흥얼거림에 단번에 알아 맞췄다. 나나 무스쿠리 스무서너 살 즈음이었나. 나를 좋아했던 남자친구가 나나 무스쿠리 좋아한다는 내 말 흘려 듣지 않고 생일 선물로 사온 레코드 판에 내가 좋아하는 `사랑의 기쁨'과 이 번안곡의 원곡인 `Over and Over'는 쏙 빠져서 내심 조금 실망스러웠던 선물. .. 2020. 3. 19.
새해 소망 큰아들이 지난해 마지막 달 20일에 벨기에로 떠났다. 국내에 있을 때도 자주 연락하는 형이 아닌지라 실감나지 않다가 그곳에서 보내온 오줌싸개동상 사진을 보니 아, 내 아들이 벨기에에 가있구나, 비로소 실감이 났다. 이탈리아인 알베르토가 어느 예능프로에서 이렇게 말했단다. 동양인 아내와의 결혼은 상상도 못했다. 인생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도 내 아들이 벨기에인 여자친구를 사귀리라 상상도 못했다. 하물며 그 여친을 따라 먼 나라 벨기에로 떠날 줄은 더더욱 몰랐다. 벨기에라는 작은 나라의 국민의 반은 네델란드어를 쓰고 반은 프랑스어를 쓴다는데 아들의 여친은 프랑스어를 쓰는 쪽이다. 때문에 아들은 여친과 소통하기 위해 프랑스어를 공부했다. 지금은 프랑스어 실력보다 나은 영어로 소통하고 있다. 아들이 하고.. 2020. 1. 14.
취중진담 김동률의 '취중진담'이란 노래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아침이면 까마득히 생각이 안나...' 나는 까마득히 생각이 안날 정도로 취하는 경우는 55년을 사는 동안 두세 번이나 있을까 말까해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가사이지만 남편에게는 빈번한 일인가보다. 아니 쑥스러워서 짐짓 기억이 안나는 척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말로 그렇게 까마득히 기억이 안나느냐고 꼬치꼬치 캐물으면 멋적을까봐 그냥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곤 한다. 신혼 때부터 남편은 술에 취하면 내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고 정말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수없이 되뇌였다. 처음엔 감동도 받았으나 이내 술버릇이란 걸 간파한 후론 알았으니 얼른 자라고 다독이곤 했다. 처음에 한두 번이야 나를 정말 그렇게 사랑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확하지 .. 2019. 10. 20.
아직 여름 어느 하루 한창 무덥던 날,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고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타고 흐르던 날,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다가 보았다. 세상에나! 이렇게 더운데 가만히 있어도 힘이 빠지는 날인데 사람 잡을 것 같은 땡볕 속에 저렇게 높은 곳에 매달려 칠을 해야하다니. 밥벌이의 고단함과.. 2019. 8. 21.
여름 하늘 화요일 한 친구가 아프다. 오랜 지병이 있었던 친구이기에 새로운 이름의 병이 발견됐다 했을 때 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나는 모임 친구 둘과 함께 셋이서 문병을 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중한 상태였지만 수술은 잘 됐고, 수술 후에 밝아보이는 친구의 얼굴을 보고 그래도 한시름 놨다. 건강하기를, 그리하여 행복하기를. 금요일 비 온 뒤의 하늘이 너무 예뻐서 장보러 나갔다가 잠시 드라이브를 했다. 세상이 깨끗해서 맑고 푸른 하늘이 예뻐서 계속 감탄했다. 사진을 찍어 여러곳으로 카톡을 보냈다 너무 예쁜 여름 하늘 하얀 구름이 뭉게뭉게 라는 문구와 함께. 일요일 아주 오랜만에 큰아들이 다녀갔다. 생각이 복잡해졌다. 부디 계획하는 일들이 술술 잘 풀리기를...... 너의 앞날에 눈부신 햇살이 비추기를... 2019. 7. 14.
어디든 벚꽃 꽃이 피어 있는 거리를 걸었어. 굳이 먼곳으로 꽃구경을 가지 않아도 봄은 어디든 꽃잔치를 벌여논 꽃대궐이더군. 한적한 우리동네에서 꽃들만 와글와글 수다가 늘어졌더군. 나른한 봄기운에 마음도 노곤노곤해졌지. 우리동네가 벚꽃으로 유명한 명소가 되려면 족히 10년은 더 있어야 될.. 2019. 4. 12.
눈이 부시게 한동안 재밌게 보았던 가 끝났다. 마지막 김혜자 님의 내레이션 부분을 감동적이라며 누가 인터넷에 올려 놓았길래 옮겨 적었다. 백설희 님의 를 혜자의 친구가 불렀는데 한영애 씨나 장사익 씨(왜 누구는 님이고 누구는 씨인가? 연세로 나누는가? 두 분도 지긋한 연세이실 텐데...아무튼...)가 부를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울림이 있었다. 남주혁의 시름에 겨운 얼굴과 혜자 님의 시름에 겨운 발걸음을 배경으로 애조 띤 목소리가 깔려서 그랬는지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2019. 3. 27.
오래된 동네 우리 동네 근처에 오래된 작은 동네가 있다. 산책길에 처음 봤을 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나 1980년대 초쯤으로 이동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집마다 오래 묵은 이야기가 하나씩 툭 튀어나올 듯한 풍경. 이상한 것은 나의 옛날 이야기도 하나씩 떠오른다는 것이다. 일곱 살이나 여덟 살, 아니면 아홉 살 무렵에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기억. 한 친구집 마당에 들어가 햇살 좋은 마루에 걸터 앉아 있던 기억. 또 어떤 날엔 그 마루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던 모습. 낮은 집들이 지붕과 담을 마주 보거나 맞대고 나란히 나란히 있는 정겨운 모습. 이런 골목길을 보면 심지어 신혼생활을 했던 그 골목길도 생각난다. 젊은 새댁들이 오전에 모여 자주 갖던 차 마시던 시간. 그러다 어느.. 2019.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