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을 나열함112

오래된 동네 우리 동네 근처에 오래된 작은 동네가 있다. 산책길에 처음 봤을 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나 1980년대 초쯤으로 이동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집마다 오래 묵은 이야기가 하나씩 툭 튀어나올 듯한 풍경. 이상한 것은 나의 옛날 이야기도 하나씩 떠오른다는 것이다. 일곱 살이나 여덟 살, 아니면 아홉 살 무렵에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기억. 한 친구집 마당에 들어가 햇살 좋은 마루에 걸터 앉아 있던 기억. 또 어떤 날엔 그 마루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던 모습. 낮은 집들이 지붕과 담을 마주 보거나 맞대고 나란히 나란히 있는 정겨운 모습. 이런 골목길을 보면 심지어 신혼생활을 했던 그 골목길도 생각난다. 젊은 새댁들이 오전에 모여 자주 갖던 차 마시던 시간. 그러다 어느.. 2019. 3. 27.
약간의 적적함과 쓸쓸함 그리고... 1. 나 혼자 또다시 혼자 남게 되었다. 넷이서 따로따로 각자 생활하다 주말에 한 번씩 얼굴 본 지가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다. 작은녀석이 독립해 나가던 날, 아들의 숙소에서 돌아오면서 지하철역에서 터지는 울음을 참고 참다가 동네 역에서 내려 어두운 길을 걸어오며 펑펑 울고선 아무렇지도 않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때 왜 그랬을까, 싶게 주말이면 오는 식구들의 얼굴을 보고 일요일 저녁이면 또 각자의 숙소로 돌아가는 식구들을 배웅했다. 그런데 오늘 저녁 새삼스럽게 또 눈물이 난다. 지난주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학회에 다녀오느라 한 주 못 보고 그전엔 다른 일로 못 본 녀석이 일이 있어 일찍 갈 때부터 괜스레 울컥해지더니 큰녀석이 저녁 먹고 가고 다시 조금 있다 남편이 가고 나자 불쑥 눈물이.. 2019. 2. 24.
비지땀을 흘리며 지난여름, 7,8월 두 달간 운동에 박차를 가했다. 그전엔 주 3~4회 많으면 어쩌다 한 번씩 5회를 하던 것을 주 4~6회 어쩌다 한 번씩은 일주일 꼬박 한 적도 있다. 그 더운 여름날, 전기요금 아끼겠다는 일념 하에 에어컨도 잘 틀어주지 않는 헬스장에서 수건과 옷이 푹 젖도록, 그야말로 짜면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곤 했다. 여름 피서법으로 시원한 곳에서 운동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텔레비전에서 나오면 부러웠다. 저런 데는 헬스장 가격이 비싼 곳인가? 이곳은 저렴해서 저리 회원에 대한 대우가 낮은가? 더위를 참다 못해 몇몇 회원들이 몇 번 얘기를 해도 은근슬쩍 도로아미타불이어서 푹푹 찌는 더위에 운동 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열기가 가득 찬 몸으로 다시 땀을 뚝뚝 흘리며 덥.. 2017. 8. 29.
이런 요리는 어때요? 가장 최근, 지난 금요일 저녁에 먹은 타코다. 이거 하겠다고 며칠 전부터 재료 사나르고, 내게는 소고기 다짐육을 사다 달라고 했다. 오른쪽에 있는 소스는 살사(실은 살사라는 말 자체가 소스라고 하지만), 왼쪽 아보카도가 들어간 소스는 뭐시라 했는데 잊어버렸다. 가족 모두 살사를 더 맛있어해서 아보카도 들어간 소스만 잔뜩 남게 되었다. 조금은 입맛이 까다로워 먹는 것만 잘 먹는 남편이 맛있다고 해서 뜻밖이었다. 고수는 사다 놓고 깜빡해버렸지 뭔가. 시간 계산을 잘못한 작은녀석이 부랴부랴 만들어 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나중엔 나와 큰녀석까지 달려들어 함께 만들어야 했다. 나는 크림파스타를 만들 때 생크림과 우유를 조합해서 만드는데, 작은녀석은 베샤멜소스라나 뭐라나 버터에다 밀가루 넣고 우유 넣어가면서 농도.. 2017. 7. 24.
어느 여름날엔 이런 일도 있었지 요리수업 내년이면 따로 나가 살게 될 작은녀석이 미리 요리를 배운다. 내가 그리하라 시킨 적도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식사준비할 때면 자기에게 좀 가르쳐달라 했다. 그러더니 식사 때가 되어 달그락거리는 소리라도 날라치면 예의 그 소머즈 귀로 귀신같이 알아듣고 온 얼굴에 미소를 그득 띄운 채 방에서 나오곤 한다. 딸이 없고 아들만 둘 있는 집에서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친밀감, 아기자기함을 느끼며 주방에 나란히 서서 오순도순 기쁘게 작은녀석과 식사 준비를 하곤 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딸 있는 집에선 이렇게 알콩달콩한 재미가 넘쳐나겠지. 아무튼 가르치는 재미도 있고, 둘이서 함께 하는 재미도 있고, 혼자 하던 걸 둘이서 하는 수월함도 느끼며 작은녀석에게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지금껏 한 요리는 어묵볶음,.. 2017. 7. 10.
사진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로 큰녀석이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작은녀석은 그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작은녀석이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될 때 중고의 필름카메라를 구매하길래 참 이상타 여겼다. 사진에 관심이 있으면 고가의 성능 좋은 카메라를 사는 줄로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에 나름 거금 투자해 사놓은 자동카메라도 있는데 왜 굳이 필름카메라를 따로 살까 싶었다. 그 의문에 작은녀석의 답은 필름카메라만이 내는 분위기와 색감이 좋다나 어쨌다나. 그 카메라를 갖게 된 여름 무렵(아마도 지난해 여름이었지 싶다)에는 사진 찍으러 간다고 곧잘 외출을 하곤 했다. 유난히 땀이 많아 여름을 무척 싫어하는데도 말이다. 나는 그저 심드렁하게 꽤 열심이네, 라고만 말하곤 했다. 그러다 대만 여행을 갔고, 갔다 와서 사진을.. 2017. 4. 11.
보수공사 언젠가부터 오른쪽 눈밑에서 좀 더 오른쪽 광대뼈 쪽으로 자잘한 뭔가가 뭉쳐서 돋아났다. 그 밑으로 거뭇거뭇 얼룩이 두어 개 생겨도 언젠가 사라지겠지, 하며 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사진에도 찍혀 나올 정도가 되었다. 내 얼굴을 가장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 같은 친정엄마의 지적도 가끔 있었다. 이상한 게 돋아나 있다고. 가장 설렁설렁 보는 것 같은 우리 집 남자 셋 중의 하나인 남편에게 보라고 하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뭘, 까매서 그렇지 깨끗한 편이지 뭐,라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아이들 어릴 적 대천해수욕장에 다녀온 후에 양 턱 위, 얼굴 가장자리 부분, 모자가 미처 다 못 가린 부분에 기미가 올라왔다. 거울을 들여다 볼 때마다 속이 상하긴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 조금.. 2016. 11. 20.
알 수 없는 일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더니 그 말이 꼭 맞다. 내가 쓰러지는 일이 생기리라곤 정말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지지난주에 유난히 피로감을 느끼긴 했다. 그래도 내 맘이 운동하기 싫어서 꾀를 내는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운동을 하는데 귀가 찡하면서 멍한 기분이 잠깐 들긴 .. 2016. 3. 22.
세월 어디를 갈 때면 운전하는 사람 옆에 앉아서 풍경 감상하다가 참 예뻐서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그러나 찍고 확인해보면 매번 이렇게 나온다. 산이 겹쳐 있는 풍경이 좋았고 에돌아 간 길이 좋았고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는 산의 알록달록함이 좋았는데.......쩝. 세월이 마구마구 쏜살같이 흐른다. 오십을 이제 넘어섰는가 싶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거기다 한 살 더 보태게 생겼다. 오십을 넘어서고보니 또래의 주변인들이 하나씩둘씩 아프기 시작한다. 오십은 지천명이라는데 어디가 고장나기 시작하는 것이 하늘의 뜻일까. 나는 어디 크게 아픈 데 없이 망가진 데 없이 그럭저럭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나보다 남편이 더 갱년기를 앓는 것 같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고 이따금 하소연한다. 가슴이 두근거.. 2015.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