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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111

연노랑 산수유 아직은 갈색빛 세상에 연노랑 산수유가 피어나고 하얀 매화 향기가 흩날리던 이른 봄날, 생의 의지가 강해 더욱 슬프게 하던 큰아주버님이 한 달 정도의 입원 생활을 마감하고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복받치는 감정에 쓰러져 숨 막혀하던 큰형님의 모습은 그 옛날 젊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혼자된 막막함에 어쩔 줄 몰랐을 울 엄마를 연상하게 해 솟구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 엉엉 울게 만들었다. 현충원 납골당에 모시고 돌아서 오는 길에는 봄꽃들이 환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가신 분은 가셔도 산 사람은 또 살게 마련이라 모시고 온 지 벌써 일주일이 되었고 세월의 빠름에 깜짝깜짝 놀란다. 2023. 3. 26.
선물 며칠 전 스티로폼 박스에 담긴 택배가 하나 왔다. 된장, 삼치 토막, 식초와 간장이다. 저 간장은 아주 오래 묵은 씨간장을 섞어 만들었다고 한다. 모두 다 직접 담그고 만진 것들이다. 여자도 아닌 남자가...... 그 남자는 내 초등학교 동창이다. 친했냐고? 천만에! 시골의 작은 학교라 45명 정도가 내리 한 반에서 공부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 3년을 다니는 동안 그 애와 말 나눈 기억이 없다. 아무리 기억을 쥐어짜고 또 쥐어짜 보아도 짝꿍조차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왜 나에게 이런 선물을 보내는 걸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도회지로 나올 때 겨우 3년 함께 공부했던 나를 잊어버리지 않고 내게 연락해오는 고향 친구들이 더러 있었다. 그렇게 몇 명의 동창들을 만나본 후 어렴풋이 내게 실.. 2023. 1. 9.
서울에서 아산을 떠나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단풍 색깔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엄마네 아파트 단지에도 가을이 가득해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다른 쪽 문도 열어 보고... 친정에 도착하기 전 구리 농수산물 시장에 들러 광어회와 전어회와 우럭 매운탕 거리(한 마리에 2만 원)를 샀다. 모두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물론 나도 좋아한다. 그 저녁 옆 동에 사는 동생 불러서 함께 한 잔 하며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느라 늦은 밤에야 동생이 돌아가고 우리는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8시에야 눈을 뜬 나는 습관처럼 다음 앱에 들어왔다가 어리둥절했다. 믿기지 않는 일이어서...... 남편을 깨우고...... 그러다 드는 생각...... 아들들의 안부를 확인해야지...... 먼저 큰아들, 금방 받았다. 두 번째 작은아들, .. 2022. 11. 1.
비 오는 날 노래 한 곡 https://youtu.be/ofXLwOS7Eqo 1972년에 나온 곡이라고 한다. 내가 일곱 살 때 나온 노래라는 계산이 된다. 명곡이어서 내가 청춘일 때도 많이 들었던 노래이고, 그맘때 주변에서 많이들 좋아한 노래이기도 하다. 언젠가도 한번 얘기했듯이 송창식의 다른 노래 나나 무스쿠리의 `Over And Over'를 번안한 `사랑'에서도 그러듯이 이맘때의 이루 말할 수 없이 청아한 목소리가 참 좋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을 살살 어루만지는 듯한 목소리여서 첫 소절이 시작되는 순간 아, 하고 감탄하며 이내 빠져들곤 한다. 여태껏 나는 `상아의 노래' 노랫말 속에 나오는 `상아'가 어느 여인의 이름인 줄 알았다. 어디서 보니 `홀로 된 여자'를 뜻한다고 해서 혹시나 하고 검색했더니 `남편이 죽어 혼.. 2022. 7. 14.
별이 진다네 개구리울음소리가 와글와글 거리며 시작되는 여행스케치의 를 들으면 오래전 그날이 떠오른다. 풋풋하게 싱그럽던 스물두세 살 무렵의 어느 여름 저녁. 그날도 이렇게 개구리가 와글와글 마을 앞 논에서 귀가 따갑게 울어댔다. 나는 울적한 친구 옆에서 가만가만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불렀다는 것만 기억이 날뿐 무슨 노래를 불렀었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다. 원래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기는 성향이기도 했지만 내 딴엔 엄마에게 야단 맞고 울고 있는 친구를 달랠만한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위로의 말 대신 노래를 택한 것이었다. 저녁 바람은 제법 선들선들하게 머리카락을 해작이며 기분 좋게 불어왔고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울어대는 개구리울음소리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하늘엔 주먹만 한 별이 총총했던가. 아니 그 밤엔 별이 보.. 2022. 7. 13.
이사 준비 어느 날부터인가 다음에 들어오려고 하면 다음 카카오 계정 통합 로그인을 자꾸 유도하더니 이제는 다음 블로그를 티스토리로 이전하라고 한다. 예전 다음 미니 홈피 플래닛을 종료하면서 블로그로 옮기라고 하더니 또 이사 가게 생겼다. 자꾸 이런 일이 발생하다보니 티스토리는 또 얼마나 가련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참에 다른 데도 둥지를 틀어 두 집 살림을 해야 하려나. 아무튼 이사 가려고 블로그를 뒤져 정리를 하고 있다. 정리하면서 보니 참 쓰잘데기 없는 것들을 많이도 끄적거려 놓았는데 그래도 나의 과거사가 고스란히 들어 있어서 버릴 수도 없다. 그나마 블로그를 쉬다가 하다가 반복해서 한 시간에 비해 게시물이 1000개를 넘지 않아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에고, 이것 참!!! 2022. 7. 7.
간장게장 친정에서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노라면 섬처녀였던 엄마는 이따금 추억 속의 그 농게 간장게장이 드시고 싶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자그마한 게딱지 안에 노란 알이 가득한 그 맛이 그리워 사 먹어보려 해도 어디서도 파는 곳이 없다고.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듣다가 거듭 몇 번 듣고 나니 그 소망을 들어줘야 될 것만 같은 의무감 비슷한 감정이 생겨났다. 그리하여 뒤져보게 된 인터넷 쇼핑몰. 죄다 뒤져보니 꽃게 간장게장 파는 곳은 많은데 농게 간장게장은 딱 한 군데의 쇼핑몰에서만 판매하고 있었다. 로켓 배송으로 유명한 그 몰은 나는 회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곳이기에 동생에게 전화해 구매해 드리고 돈은 우리들이 엄마를 위해 다달이 얼마씩 모으는 통장에서 지불했다. 주문한 다음날 바로 도착한 농게 간장게장은 양이 너무나.. 2022. 7. 4.
어떤 하루의 끝에 어떤 하루의 끝에,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단톡방의 알림이 울렸다. 그때 나는 1차를 끝내고 집에 오면서 맥주 네 캔을 사 온 남편과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늦은 시간에 누가?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보다가 그만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내 친구의 부고 소식이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이내 곧 울음이 솟아올랐다. 어떡해...... 내 친구가 갔어...... 슬프고 어이없고 허무하고, 그리고 너무나 미안했다. 30년 넘게 이어진 우리 모임. 코로나 시국 전에는 한 달에 한번, 길 때면 6개월에 한 번도 만나던 우리는 그 사이에 아픈 사람이 둘이나 생겨버려서 배려 차원에서도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이제 어느 정도 코로나가 완화됐으니 조만간 보러 가야지 했는데 이런 일.. 2022. 6. 6.
고마운 친구들 어쩌다 한 번씩 잊어버릴만하면 전화를 걸어오는 친구가 있다. 동성이 아니고 이성인 고향 친구인데 한번 전화를 걸면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마치 여자들 수다 떠는 것처럼 늘어질 때가 다반사다. 얘기를 한참 하고 있는데 자르기도 그렇고 해서 어쩔 땐 난감할 때도 있다. 그런 점은 친정 엄마가 전화했을 때와 비슷한데 마냥 이런 얘기 저런 얘기 별 특별하지 않은 얘기로 30 여 분 가까이 통화가 길어지면 내쪽에서 통화를 마무리짓자는 쪽으로 은근히 유도하게 된다.ㅎㅎ 일요일 오후, 호수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차에 올라타는데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고 동창 넷이 모여서 한 잔 하고 있다며 한 친구가 같은 동네에 살던 여자 동창들을 떠올리다가 내 얘기도 나왔고 나의 안부가 궁금하다며.. 2022.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