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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간장게장

by 눈부신햇살* 2022. 7. 4.

 

친정에서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노라면 섬처녀였던 엄마는

이따금 추억 속의 그 농게 간장게장이 드시고 싶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자그마한 게딱지 안에 노란 알이 가득한 그 맛이 그리워

사 먹어보려 해도 어디서도 파는 곳이 없다고.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듣다가 거듭 몇 번 듣고 나니 그 소망을 들어줘야

될 것만 같은 의무감 비슷한 감정이 생겨났다.

 

그리하여 뒤져보게 된 인터넷 쇼핑몰.

죄다 뒤져보니 꽃게 간장게장 파는 곳은 많은데 농게 간장게장은

딱 한 군데의 쇼핑몰에서만 판매하고 있었다. 로켓 배송으로 유명한 그 몰은

나는 회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곳이기에 동생에게 전화해 구매해 드리고

돈은 우리들이 엄마를 위해 다달이 얼마씩 모으는 통장에서 지불했다.

 

주문한 다음날 바로 도착한 농게 간장게장은 양이 너무나 작았는데 가격은 꽃게 간장게장보다 훨씬 셌다.

이유가 뭐라지? 우리는 이리저리 생각을 굴린 결과 꽃게는 그물로 잡아 수확이 수월하고,

농게는 뻘에서 일일이 사람 손으로 잡다 보니 수확량이 적은 것과 수고한 인건비도 포함되나 보다 추측했다.

 

더 맛있다는 암게는 한 마리도 없고 모조리 다 수게인 것도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섬처녀였던 엄마는 그래도 옛맛이 난다며 좋아하셨다.

비록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시골에서 자란 경험은 형제 중에 나 밖에 없어

동생들은 농게에 대해 전혀 모르는지라 농게가 마냥 신기하기만 했고,

내 짧은 추억 속의 농게 맛은 그리움의 대상이 아니었던지라 내 입맛엔 그저 그랬다.

젓갈류와 간장게장에 대해 별로 끌려하지 않은 내 입맛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내 입맛엔 막 무친 양념게장만 맛있다.

 

하루 한 번쯤 의무적으로 엄마에게 전화하는데

그때마다 식사는 잘하셨는가, 무엇을 하고 계시나, 물어보게 된다.

혼자 사시다 보니 늘 조금은 우울하고 가라앉은 무기력하신 느낌이 슬프게 와닿을 때가 많다.

한결같이 입맛이 없다는 엄마의 대답도 슬프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난 항상 입맛이 너무 좋아서 탈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이른 저녁을 먹고 산책을 마친 다음에 집으로 돌아오면 입이 궁금해지는데

그때마다 차 한 잔으로 나를 달래며 꾸욱 참는다.

내일 아침에 내가 눈 뜨면 온갖 맛난 것들을 다 먹어주리라 결심하며  잠자리에 들고,

다음날 아침이 되면 아침부터 그렇게 입맛이 당기지는 않더라는 내 말에 놀란 엄마의 눈.

살도 찌지(고슴도치 엄마의 눈으로 보는 나의 모습) 않았는데

밥은 왜 그렇게 적게 먹으며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되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셨다.

그렇게 했으니까 이나마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는 나의 대답.

 

그런 나이기에 입맛이 없다는 엄마의 말에 왜 입맛이 없지?

사는 게 재미없으셔서 그런가? 그런 염려가 늘 뒤따르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늘 입맛이 좋은 내가 사는 게 만날 달콤한 꿀 같은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또 통화하는데 입맛이 없어서 오후 2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인데도 한 끼도 드시지 않았다고 한다.

어이없어서 나오는 나의 말.

"참 이상하게 사시는 구만..... 농게는 다 드셨어요?"

진작에 다 드셨다는 말씀에 이번엔 살 많은 꽃게 간장게장으로 시켜 드렸다.

아파트 상가에서 꽃게인 줄 알고 시켜 드렸더니 받아본 엄마가 돌게 간장게장이라고 한다.

살이 많고 맛있다고 하니 입맛 팍팍 돌아서 잘 좀 드셨으면 좋겠다.

 

 

 

쑥쑥 무럭무럭 자라 어른 키만 해진 옥수수들.

옥수수는 잘도 큰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삶은 옥수수 판매 개시.

 

여름을 즐겁게 하는 먹거리.

옥수수, 수박, 참외, 콩국수,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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