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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어떤 하루의 끝에

by 눈부신햇살* 2022. 6. 6.

 

 

어떤 하루의 끝에,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에 단톡방의 알림이 울렸다.

그때 나는 1차를 끝내고 집에 오면서 맥주 네 캔을 사 온 남편과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늦은 시간에 누가?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들여다보다가 그만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내 친구의 부고 소식이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이내 곧 울음이 솟아올랐다.

어떡해...... 내 친구가 갔어...... 

슬프고 어이없고 허무하고, 그리고 너무나 미안했다.

 

30년 넘게 이어진 우리 모임.

코로나 시국 전에는 한 달에 한번, 길 때면 6개월에 한 번도 만나던 우리는

그 사이에 아픈 사람이 둘이나 생겨버려서 배려 차원에서도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이제 어느 정도 코로나가 완화됐으니 조만간 보러 가야지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단톡방의 우리는 울면서 다른 친구들과 전화를 주고받으며 약속시간을 정했다.

옆에서 남편이 같이 눈물을 찍어냈다.

 

너무나 변해버린 풍경에 어리둥절하며 건대역 앞에서 만난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만나지 못했다가 조문을 위해 만났음에도 서로를 반가워했다.

아니 어쩌면 가버린 친구로 인해 남은 친구들을 향한 마음이 더 애틋해지기까지 했다.

병문안 이후 처음 보는 아픈 다른 한 친구의 짧은 머리가 마음 아팠다.

 

조문을 끝내고 성수동 카페거리로 옮긴 우리는 이 일대 역시 변해도 너무 변한 풍경에 넋을 잃었다.

하긴 거의 25여 년 만에 와보는 것이니 강산이 두 번도 더 변할만한 세월이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급속도로 변해가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 곳이 신기할 정도이다.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소란스럽고 북적이는 카페 한 구석에 앉아 우리는 인생의 허무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암세포가 많이 퍼져 있어 항암치료를 먼저 받은 후에

수술을 하고 또 방사선 치료를 받을 거라 했었다.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두 번 다시는 하지 못할 일이라 말하던 친구.

그렇지만 결과가 아주 좋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다시 전이됐다는 소식에 

둘 다 말을 못 하고 한참 울다가 내가 너무 울어서 아픈 사람에게 되레 미안해지기도 했었다.

 

그 모든 일이 1년 반 정도의 짧은 기간 안에 벌어진 일이다.

이렇게 빨리 친구가 갈 줄 알았으면 전화도 좀 더 자주 하고

무리해서라도 친구를 보러 가는 건데 뒤늦은 후회가 몰려왔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친구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

조문길을 함께 해주는 남편 옆에 앉아 아산 집으로 돌아오면서

서로를 다독거리며 위로하느라 주고 받는 카톡들 옆에 숫자 1이 지워지지 않는 것이

마음 아프게 다가오는 순간들이었다.

이제 넷이서 따로 단톡방을 따로 하나 만들어야겠다 생각이 들었지만

친구를 보낸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기도 했다.

 

인생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무엇이 그리 급해서 육십이 채 되기도 전

우리보다 두 살 적어 아직 오십 중반의 한창나이에 갔을까.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파 가슴 깊은 곳에서 큰 한숨이 올라오며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다.

잘 가라. 친구야. 부디 그곳에서는 건강하고 평안하게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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