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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초승달

by 눈부신햇살* 2021. 8. 12.

 

어제는 우연히 창밖을 보다가 초승달을 발견했다.

초승달 밑에 유난히 빛나는 별 하나는 샛별, 금성이라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그러니까 초승달의 짝꿍은 샛별.

(사진을 겨우 이렇게 밖에 못 찍어서 매우 유감스럽다.ㅠㅠ...)

 

달력을 보니 음력으로 초나흗날이었다.

오늘 초닷새 달을 보려고 밖을 보았으나 눈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날이 살짝 흐리다. 어제 억세게 운이 좋았던 거다.

 

지나간 게시물을 뒤져 찾아낸 사진 하나.

친구가 초승달을 보니 내가 떠올랐다고 찍어서 보내온 사진이다.

내가 찍은 사진 속의 달보다 더 가느다랗게 날씬한 눈썹 모양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초사흗날의 달인가 보다.

초이틀까지의 달은 육안으로는 볼 수 없고 초사흘 달부터 볼 수 있다고 한다.

 

 

초승달을 보면 내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내 이름 때문인데 나는 그 이름이 참 싫었다.

내 이름을 듣고서 놀란 토끼눈으로 나를 다시 쳐다보지 않는 사람이 드물었으므로.

 

지금은 세대가 바뀌고 생각이 바뀌어서인지 어디 가서 이름을 말하면

환히 웃으며 나를 보고 말한다. 

"이름이 참 예쁘세요!"

존댓말로 내게 그렇게 칭찬을 건네는 이들은 모두 젊은이들이다.

 

물리치료받으러 가서는 물리치료사님께 이런 칭찬도 덧붙여 들었다.

"얼굴과 이름이 잘 어울려요!"

아니,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무얼 보고서?

눈 밖에 안 보이잖아?

아무튼 칭찬 싫은 사람 없듯이 나는 그 칭찬에 기분이 째져서 입이 귀에 가서 걸렸다.

그래서 이름 예쁘다고 하면 이름에 대해서 어쩌고 저쩌고 자연스럽게 수다를 늘어놓게 된다.

 

얼마 전, 백신 접종하러 갔을 때는 젊은 간호사가 이름에 대해 칭찬을 하자

아니나 다를까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져서 또 자동적으로 이런저런 수다를 늘어놓게 되었다.

누가 작명한 것이냐고 간호사가 물어서 할아버지께서 지은 이름이라고 했더니

선견지명이 있으셔서 훗날 이름 예쁘다는 칭찬을 듣게 지으셨나 보다는 칭찬까지 듣게 되었다.

헉! 그런 놀라운 칭찬까지 듣게 되는 날이 내게 올 줄이야.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초승달 보고나서 한 소쿠리 쏟아놓는 수다, 아니 제 자랑이였습니닷! 쿨럭! 흠흠!!!

 

 

 

백로들은 저렇게 물가에 모여 무슨 수다를 떨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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