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을 나열함

별이 진다네

by 눈부신햇살* 2022. 7. 13.
 
 

 

 

 

개구리울음소리가 와글와글 거리며 시작되는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를 들으면

오래전 그날이 떠오른다.

풋풋하게 싱그럽던 스물두세 살 무렵의 어느 여름 저녁.

그날도 이렇게 개구리가 와글와글 마을 앞 논에서 귀가 따갑게 울어댔다.

나는 울적한 친구 옆에서 가만가만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불렀다는 것만 기억이 날뿐

무슨 노래를 불렀었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다.

원래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기는 성향이기도 했지만

내 딴엔 엄마에게 야단 맞고 울고 있는 친구를 달랠만한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위로의 말 대신 노래를 택한 것이었다.

저녁 바람은 제법 선들선들하게 머리카락을 해작이며 기분 좋게 불어왔고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울어대는 개구리울음소리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하늘엔 주먹만 한 별이 총총했던가.

아니 그 밤엔 별이 보이지 않았던가.

친구는 분해 죽겠다는 듯이 엉엉 소리를 내며 울고 있었다.

오래오래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덜컹거리는 기차를 타고 시골역에 내려

습기라곤 하나도 없는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 땡볕 밑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를 기다려 타고

친구의 고향집에 따라 내려와 시골 정취를 만끽하며 보내는

며칠간의 여름휴가의 감미로움 속에서

친구의 울적함은 얼른 없애야 할 훼방꾼이었다.

친구의 마음이 명랑함을 되찾아야 내일 또 친구의 동생과 셋이서 맘 맞춰가며

텃밭의 오이를 따서 반찬을 만들고,

이제 막 자라난 가지를 뚝 따서 한입 베어 물며 맛있다, 라며 마주 웃을 것이고,

땡볕에 얼굴 그을릴까 봐 모자와 긴소매 남방과 장갑으로 무장을 하고

밭에 나가 팥이나 동부, 강낭콩, 녹두를 따오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또 친구의 부모님은 들로 나가고, 친구 동생은 마실 가서

아무도 없는 한낮의 텅 빈 집 뒤꼍에서 물 뒤집어쓰며

까르르까르르 비누 거품 퐁퐁 날리듯이

웃으며 놀 수 있을 것이기에

슬픔을 털어버리고 양볼의 보조개가 움푹 패게 싱긋 웃는 모습을 기대하며

나직나직 노래를 불렀다.

비록, 썩 잘 부르는 노래는 아니었지만

어디 가서 타박 받을 정도의 솜씨는 아니었다.

위안이 될 거라, 마음이 풀어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 곡이 끝나고 이어 또 한 곡, 다시 또 한 곡이 끝날 즈음이었던가.

울음이 어느 정도 잦아들어 긴 울음 끝의 여운으로 말없이 이따금 코만 훌쩍거리던 친구가

불쑥 한마디 내뱉음과 동시에 차가운 바람을 확 일으키며 발딱 일어섰다.

그리곤 뒤도 안 돌아보며 쌩 가버렸다.

나도 덩달아 일어섰으나 나는 얼이 빠져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친구는 꼭 이렇게 말했다.

"너는 내가 이렇게 슬픈데 노래가 나오냐?"

 

 


다음에서 블로그 개편 때에도 게시물들이 이상하게 변형되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는데 다음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 이전하면서도

오래전 게시물들은 다 이상하게 변해서 옮겨졌다.

심지어 수정했던 게시물들도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다음 미니 홈피 플래닛과 카페에 올렸던 게시물들은 더 이상하게 변했다.

옛 게시물들을 수정하다가 덕분에 옛 추억에 빠져들게도 되었는데

이 글을 보자니 오래전 그날이 떠올라 앞으로 옮겨왔다.

 

글을 읽자니 저때뿐이 아니라

그 시절에 있었던 다른 일들도 한순간에 확 떠올랐다.


 

 

'마음을 나열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에서  (0) 2022.11.01
비 오는 날 노래 한 곡  (18) 2022.07.14
이사 준비  (0) 2022.07.07
간장게장  (0) 2022.07.04
어떤 하루의 끝에  (0) 2022.06.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