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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오래된 동네

by 눈부신햇살* 2019. 3. 27.

 

 

우리 동네 근처에 오래된 작은 동네가 있다.

산책길에 처음 봤을 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나 1980년대 초쯤으로 이동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집마다 오래 묵은 이야기가 하나씩 툭 튀어나올 듯한 풍경.

이상한 것은 나의 옛날 이야기도 하나씩 떠오른다는 것이다.

일곱 살이나 여덟 살, 아니면 아홉 살 무렵에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뛰어놀던 기억.

한 친구집 마당에 들어가 햇살 좋은 마루에 걸터 앉아 있던 기억.

또 어떤 날엔 그 마루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던 모습.

 

낮은 집들이 지붕과 담을 마주 보거나 맞대고 나란히 나란히 있는 정겨운 모습.

이런 골목길을 보면 심지어 신혼생활을 했던 그 골목길도 생각난다.

젊은 새댁들이 오전에 모여 자주 갖던 차 마시던 시간.

그러다 어느 순간 몇몇의 배가 불러오고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아이들이 아장아장 걸어다니다가 뛰어다니고

엄마들은 노는 아이들을 보며 대문 문턱에 곧잘 앉아서 이런저런 별 의미없는 얘기들을 나누곤 했지.

 

 

 

 

 

 

 

 

이 모습 또한 언제 사라질지 모르겠다. 이 주변도 다 허물고 다세대주택이나 요양원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이따금 옛 추억을 되새기려 가보곤 하던 이곳마저 없어지면

주변은 온통 얼마되지 않은 것들로 있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는 오래된 것에 이끌린다고 생각한다.

 

 

 

 

일본 철학의길 옆에서 보던 이 골목길 풍경이 나를 사로잡았다.

별스럽지 않은 이런 풍경에 끌리는 이유는 내 어린 시절에 보았던 풍경과 어딘 듯 닮은 듯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옛날을 자주 떠올리는 나는 그만큼 나이 먹었단 증거이고.

이젠 지나간 아무렇지도 않고 별스럽지 않은 순간조차 문득문득 그립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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