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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112

커피 유감 커피를 즐겨 마시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중독처럼 마시기 시작한 건 신혼살림을 시작한 서울의 한 작은 동네에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 동네에는 갓 신혼살림을 시작한 젊은 부부가 많았다. 같이 놀자고 대충 불러 모으면 여덟 명쯤의 새댁들, 모두 불러 모으면 열다섯 명도 족히 됐던 것 같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더 자주 어울리는 부류가 있게 마련이고 나도 그중의 하나가 되어 아침 식사 후 남편들 출근시키고 설거지와 청소, 세탁을 끝내고 있노라면 어김없이 호출 전화가 오곤 했다. "뭐 해? 커피 마시러 와."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골목대장 비슷한 두 살쯤 더 많았던 언니가 직접 전화하거나 그중 특히 그 언니와 더 친한 몇 살 적은 새댁이 전화를 했다. 여자는 잘 꾸미고 가꿔야 남편 사랑을.. 2015. 8. 25.
쥐똥나무 꽃 향기 날릴 때 5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신도시라서 계획적으로 꾸민 도시여서라고 생각하는 내 눈에 이곳의 거리는 깨끗하고 한적하고 이쁘다. 우리 아파트 옆으로 이런 한적하고 이쁜 길이 양쪽으로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이다. 오늘 저녁 카레라이스 먹으면서 작은녀석에게 우리 아파트 옆 길 정말 예쁘지 않냐? 하고 물었더니 별로,라고 했다. 또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우리 작은녀석의 감성이 결코 메마르지 않다는 생각으로 하는 질문이었다. 녀석은 저희 학교까지 가는 길에 보는 한강 풍경의 아름다움을 이따금 내게 들려주던 녀석이다. 이 인도 바로 옆으로 6차선 도로가 있지만 이 길로 접어들면 도로는 전혀 보이지 않아서 소음조차 들리지 않는다고 착각할 정도다. (가끔 사진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다. 내가 육안.. 2015. 6. 5.
민국이, 밍구기, 꾹이 맨처음 민국이에게 빠져드는 계기가 된 사진. 쪼꼬만 아이가 스프 한 숟갈 떠먹고 흥에 겨워 고개 까딱까딱하는 게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엄마 미소가 슬며시 지어졌다. 아휴, 요녀석!!! 동글동글한 머리, 동글동글한 얼굴, 똥글똥글한 몸매. 먹는 것 또한 어찌 그리 복스럽고 이쁘게 잘 먹는지. 작은 입속에 가득 넣고 작은 입을 오물오물거리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귀엽다. 어쩔 땐 아이인데도 품위 있게 먹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요맘때 아이들은 자기 거에 대한 애착이 강하던데 자기 먹을 걸 가져가는 데도 화내거나 칭얼거리지 않아서 놀랐다. 생긴 것 만큼이나 마음 또한 동글동글. 웃을 때 저렇게 입꼬리가 올라가며 그린 듯이 되는 게 신기하다. 이뻐 보일라니까 별 게 다 이뻐 보이는지... 아무튼... 동.. 2015. 3. 19.
하나마나 한 이야기 1.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하기 힘든 세상이다. 우리 집 작은녀석과 동문이면서 인문계를 졸업한 큰조카는 아직도 취업하지 못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글을 쓴다길래 그 애의 성향을 고려해 "가 쓰는 글 같이 쓰면 그것도 신선하고 좋던데, 어울릴 것 같애." 라고 했더니 놀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봤었다. 얼굴 표정을 동의한다는 뜻으로 읽었다. 같은 학교 출신의 소설가라면서 내가 박민규라는 작가를 안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던 것 같다. 조카가 글로써 상도 받고, 벌써 여섯 번째 책을 냈다는 소식에 놀라 검색했더니 박민규 씨와 비슷한 류의 글처럼 보인다. 감히 박민규 씨가 들으면 대노할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밥벌이하기 힘든 세상이다. 글로써 빛나기는 더 어렵고 힘든 세상이다. 그래도 그 독특하다면 독특.. 2015. 2. 5.
두근두근 1. 오십을 넘어서며 새로이 느끼는 신체변화의 하나가 밤에 졸린 듯 하여 잠자리에 누우면 오히려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면서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이다. 처음엔 왜 이러지? 하다가 아하, 이게 말로만 듣던, 글로만 읽던 갱년기증세로구나, 하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꼬박꼬박 착실하게 몸.. 2015. 1. 29.
모습 - 2 인터넷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사진. 동영상도 몇 개 올라와 있어서 보는데 기분이 묘하다. 짐작만 하고 직접 보지는 못했던 모습...... 다른 사람의 노래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자기가 만든 노래를 부르고 있다. 넌 남 앞에서 노래하는 게 그렇게 좋니? 2013. 12. 30.
롤 모델 이 년 전, 우연히 초저녁 하늘에 뜬 눈썹 같은 초승달과 그 옆에 반짝이는 별의 모습을 보고 감동했던 적이 있다. 초승달이야, 내 이름이니까 늘 반갑게 보지만, 그 초승달이 뜨면 어쩌다 내 생각을 하는 이도 있을 테지만, 그 옆에서 반짝이는 별의 이름은 무엇이며, 초승달이 뜰 때 그렇.. 2013. 12. 10.
임플란트 예전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내가 이 때문에 골치 썩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우리 집 아이들 어릴 적 이 가는 시기에 유치 뽑으러 가서 치과에 간 김에 덩달아 검은 점처럼 조금 그야말로 아주 조금 충치 같은 구석이 있어서 긁어내고 뭔가로 때울 때 그곳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셨어. "이렇게 이 관리를 잘하신 분은 처음 봅니다." 그뿐인가. 함께 갔던 작은녀석 이도 튼튼하다고 엄마가 관리를 아주 잘해줬다고 칭찬을 두 배로 받았지. 그래서 이는 튼튼하나 잇몸은 살짝 부실하다는 말, 잇몸은 밭과 다름 없으니 밭이 좋아야 이도 튼튼하다는 말은 흘려 들어버렸지. 어디 가서 치과에서 이가 튼튼하다고 칭찬받았다는 말만 크게 하고 잇몸이 부실하다는 말은 흘러가는 말처럼 했지. 그렇게 자만감에 젖어 살던 나는 오른쪽 아래 가장.. 2013. 12. 2.
뜻밖의 전화 한 통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에 심취해 있었다. 꽤 늦은 밤인데 전화벨이 울린다. 초등학교 동창의 이름이 뜬다. - 어, Y야, 늦은 밤에 왜? 초등학교 동창회를 고향 근처에 사는 친구들 몇이서 따로 고향에서 하는데 고향에 내려간 김에 거기 참석했단다. 남자 동창 둘이 나의 안부를 궁금해해서 바꿔준단다. 먼저 낭개동이란 작은 마을에서 함께 살던 친구다. 몇 번인가 짝꿍도 했었던. 그 친구가 그런다. 며칠 전, 내가 살던 집을 허물었단다. 그 땅이 자기 소유란다. 그거 허무는데 내 생각이 무지하게 나서 맥주 다섯 병 사가지고 가서 아는 동생에게 허물라고 하고 자기는 옆에 앉아 술 마셨단다. - 이 자리가 내 친구가 살던 집이다...... 그 말을 하는 목소리의 톤이 내 마음을 묘하게 건드려서 하.. 2013.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