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하기 힘든 세상이다. 우리 집 작은녀석과 동문이면서 인문계를 졸업한
큰조카는 아직도 취업하지 못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글을 쓴다길래 그 애의 성향을 고려해
"<박민규>가 쓰는 글 같이 쓰면 그것도 신선하고 좋던데, 어울릴 것 같애."
라고 했더니 놀란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봤었다. 얼굴 표정을 동의한다는 뜻으로 읽었다.
같은 학교 출신의 소설가라면서 내가 박민규라는 작가를 안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던 것 같다.
조카가 글로써 상도 받고, 벌써 여섯 번째 책을 냈다는 소식에 놀라 검색했더니 박민규 씨와
비슷한 류의 글처럼 보인다. 감히 박민규 씨가 들으면 대노할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밥벌이하기 힘든 세상이다. 글로써 빛나기는 더 어렵고 힘든 세상이다.
그래도 그 독특하다면 독특한 사고로 좀 다른 글을 쓰는 조카가
꿈도 이루고 대성해서 행복하길 바란다.
2.
요즘 읽는 여행기가 아주 독특하다.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이란 책인데
그동안 국내 작가들이 쓴 여행기 위주로 읽다가 속마음을 너무나 유머러스하며 적나라하게
펼쳐 놓는 것에 깔깔거리며 웃게 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다른 나라를 바라보는 시각과 외국인 그것도 서양인이 바라보는 유럽에 대한 시각의
다른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가만 보면 여행기에 무척 끌려한다. 이래저래 읽은 여행기가 꽤 되는 듯하다.
두 번째로 다시 읽은 김형경 씨의 심리여행 에세이 <사람 풍경>은 다시 읽어도 좋았다.
심리분석을 할 때면 나 자신의 심리도 대조하며 나를 분석하기도 했다.
고 박완서 님이 쓴 티베트 여행기 <모독>은 알면서도 뜻을 말하라면 애매모호해지는
단어들이 많이 나와서 사전 들춰보고 인터넷으로 낱말 검색해가면서 읽은 책이다.
여행기를 읽으면서 낱말 공부를 했다고나 할까.
3.
어느 일요일 채널을 돌리다 무심코 이제 막 시작한 <닥터 지바고>를 보게 됐다.
오래전에 봤던 영화지만 완전하게 기억나지 않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이를 테면 나는 그 유명한 '라라의 테마'라는 곡이 라라가 마차를 타고 떠나갈 때
오마 샤리프가 창안에서 한없이 슬픈 표정으로 쳐다볼 때만 깔리는 음악인 줄 알았다.
영화 중간중간 음악이 나오던 걸.
젊은 날의 줄리 크리스티는 참말 이뻤다. 특히나 반짝반짝 빛나면서도 젖은 듯하고
많은 얘기가 담긴 듯한 눈은 사람 시선을 한참씩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눈빛 하면 떠오르는 오래된 오마 샤리프의 영화 <비우>에서 여주인공에게
빠져 들 때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눈빛도 잊히지 않는다.
이제 막 사랑에 빠져 드려는 남자의 애절한 눈빛.
운 좋게도 또 어느 일요일 같은 채널에서 <집으로 가는 길>을 방영했다.
장쯔이의 데뷔작이라는데 풋풋한 장쯔이를 보는 것과
계절에 따라 다르게 펼쳐지는 시골 마을의 풍경을 담은 영상미가 감탄을 자아냈다.
장예모가 원래 사진을 전공했다던가.
이것도 두 번째 보는 영화인데 온전하게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이것은 나이 먹는 증세인가? 하고 작은녀석에게 물으니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모두 다 그러한다고 안심을 시켰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