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와인 한 잔 곁들인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남편이 물어본다.
- 당신이 좋아하는 가수 있잖아, 왜 목소리 청아한 여가수
- 누구?
- 외국 가수 중에 목소리 맑은 사람
- 카펜터스 남매 중에 여자?
- 아니
- 존 바에즈?
- 아니
- 올리비아 뉴튼 존?
- 아니
- 수잔 잭슨?
- 아니. 있잖아. 목소리가 맑고 고운 가수
- 아, 몰라. 멜로디라도 흥얼거려 봐.
- 라라라라 라라라~~
그 간단한 흥얼거림에 단번에 알아 맞췄다.
나나 무스쿠리
스무서너 살 즈음이었나. 나를 좋아했던 남자친구가 나나 무스쿠리 좋아한다는 내 말 흘려 듣지 않고
생일 선물로 사온 레코드 판에 내가 좋아하는 `사랑의 기쁨'과 이 번안곡의 원곡인 `Over and Over'는
쏙 빠져서 내심 조금 실망스러웠던 선물.
그래도 워낙 좋아했던 나나 무스쿠리인지라 그 레코드 판도 닳고 닳도록 들었었지.
남편의 말에 인터넷으로 찾아서 들어보다가 송창식의 번안곡인 `사랑'을 듣게 됐다.
이맘때의 송창식의 목소리는 정말 맑고 담백해서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내가 한창 푸르던 그 시절로 단숨에 돌아가게 만드는 노래의 힘.
노래에 빠져드는 만큼의 가슴저림은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가버린 시절 때문인가.
사는 게 너무 벅찼던 시절이라 그립지 않은 때이라고 늘 생각했는데
그래도 내 가슴을 아릿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그 시절에 감춰져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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