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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애주가 2

by 눈부신햇살* 2020. 11. 6.

 

 

 

 

 

우리 가족은 은근한 애주가다. 맛있는 밥상(주재료가 고기일 때가 대부분)이라도 차릴라치면

꼭 한 잔씩을 당연시한다.

 

그래서 복분자 철이 되면 고창 농협에서 직접 배달시켜 복분자 주를 담그고 3개월 숙성시킨 후에 거른다.

그 모든 것을 남편이 한다. 아, 담금주(도수 높은 소주)와 설탕을 사 나르는 것은 내가 한다.

담금주엔 발효과정에 설탕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희한한 것은 아직 젊디 젊은 작은 아들이 이 복분자주를 아주 좋아한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젊은이들은 담금주를 선호하지 않던데 말이다.

예로 큰 아들은 이 복분자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복분자 5킬로를 주문해서 담그면 2리터짜리 생수병으로 여섯 개가 나온다.

그중 한 개를 작은 아들에게 주면 아들은 그것을 애지중지 아껴가며 마신다 한다.

한꺼번에 홀랑 마실 수 없는 양이기도 하지만 너무 맛있어서 아껴 마시는 거란다.

이 부분에서 나는 많이 놀랐다. 그렇다면 한 병 더 줘야 할까 망설이다가 남편에게 말했더니

단칼에 자른다. 집에 와서 식사할 때 함께 마시면 되는데 굳이 왜 더 줘야 하느냐고. 아, 네에~!

 

그것뿐인가. 우리는 와인에도 관심이 많다.

딱히 와인 맛을 잘 알고 마시는 것은 아니라서 저렴한 칠레산의 G7도 즐겨 마신다.

G7은 가격이 저렴해서인지 깊은 맛은 없다. 떫은 탄닌 맛도 좀 강한 편이다.

그래도 저렴하니까 마실만하다. 게다가 혼자 마시기 좋게 작은 병도 나오고

그 작은 병은 병마개가 소주병처럼 돌려 따게 돼 있어서 와인 따지 못하는 내가

혼자 있을 때 이따금 마시는 것이다.

 

10월 말일에 이마트에서 와인을 반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작은 아들이 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이런이런 와인이 마셔보니까 좋더라고. 그중엔 스파클링 와인도 있고,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이 있었다.

 

기다렸다가 잊어버리지 않고 작은 아들이 추천한 것도 사고, G7도 저렴한 가격인데 또 반액 판매를 하니

얼씨구나 하고 한 병 집어왔다. 나중에 통화하는데 작은 아들이 사러 가서 보니까 사람들이 G7은 박스로 사가더란다.

아, 하고 퍼뜩 스치는 생각. 나도 이럴 때 많이 사다 놨어야 하는데...

 

와인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건 큰 아들이 백화점 와인 코너에서 잠시 일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와인을 가져와서 시음해 보게 하고 거기에 대해 설명을 곁들여줬는데

한쪽 귀로 들으면 한쪽 귀로 흘러나가는 나이인지라 기억나는 것은 별로 없다.

나만 나이 들어서 그런 줄 알았더니 작은 아들도 그때 좀 잘 들어둘 걸 해서 웃었다.

 

아들들과 나는 화이트 와인도 좋아하는데 남편은 오로지 레드 와인만 좋아한다.

내가 코노 화이트 와인 상큼하니 맛있다고 홀짝일 때 남편은 다른 레드 와인을 마신다.

지난 추석엔 셋째 동생이 1865 와인 세트가 많이 들어왔다고 한 세트씩 돌려서 어찌나 좋았던지.

따로 한 세트 받은 작은 아들 입은 또 얼마나 크게 벌어지던지.....

 

큰 아들이 와인 코너에서 일할 때 할인행사를 하면 와서 박스째로 사가는 사람이 많다고 했었다.

어떤 사람은 아주 많이 몇 박스씩 사가는 사람도 있다고......

나도 이제 반액 할인 행사하면 더 많이 사 와야 되려나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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