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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열함

어디든 벚꽃

by 눈부신햇살* 2019. 4. 12.





꽃이 피어 있는 거리를 걸었어.

굳이 먼곳으로 꽃구경을 가지 않아도 봄은 어디든 꽃잔치를 벌여논 꽃대궐이더군.




한적한 우리동네에서 꽃들만 와글와글 수다가 늘어졌더군.

나른한 봄기운에 마음도 노곤노곤해졌지.


우리동네가 벚꽃으로 유명한 명소가 되려면 족히 10년은 더 있어야 될 것 같아.

그때도 여전히 내가 이 동네에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

다른 곳으로 가서 살고 있다면 이곳을 그리워하게 되겠지.

지나간 것은 모두 추억이란 이름으로 그리웁게 다가오는 법이니까.


아직도 조금 절뚝이는지라 간혹 만나는 행인의 시선이 조금 신경이 쓰이기도 하더군.

그러다 어느 거리에서 목발 짚고 가는 나보다 더 나이 들어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과 마주쳤어.

그 아주머니의 얼굴에 보일 듯 말 듯 미소가 스쳐가더군.

다치셨군요? 저도 다쳤어요. 많이 불편하시지요?

이런 마음이 읽혔어. 어떤 동지애 같은 것.




어느 아파트단지 안을 가로지르게 되었어.

꽃이 핀 벚나무 밑을 할아버지 한 분이 지팡이에 의지해 느리게느리게 걷고 계셨어.

어느 벤치에선 할아버지 한 분이 해바라기를 하고 계셨지.

나는 조금 절뚝이며, 절뚝이는 다리의 아픔을 의식하며 그 옆을 지나갔지.

봄볕은 느른하고도 따사롭게 비추고 있었어.



눈 내리던 겨울이 지나가고



새순이 돋고 꽃이 피는 봄이 왔지.

집으로 돌아와 창가의 책상 앞에 앉아 창밖을 내려다보다가 생각했어.

이맘때쯤이면 이렇게 꽃이 만발하는구나.

이렇게 꽃은 피어 만발한데도 이 좋은 풍경을 두고 바쁘게들 사는구나.

할일 없는 나만 이렇게 피어 있는 꽃을 안타깝게 바라보는구나.




오후가 되니까 꼬맹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놀이터에서 뛰어놀더군.

벚꽃나무 밑에서 재잘거리며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천진스러워서 꽃과 잘 어우러지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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