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

가버린 시월 하순 어느 날엔

by 눈부신햇살* 2023. 11. 10.

분리배출하러 가는데 어디선가 향긋한 꽃향기가 솔솔 풍겨왔다.
어디서 날아오는 걸까? 무슨 꽃향기일까?
두리번두리번.
노란 산국무리가 분리배출장 너머 야산 주변으로 흐드러지게 피었다.
산국의 향기가 이리 진하고 향기로웠나.
그 많은 꽃송이 중에서 몇 송이쯤 꺾어도 표 안 날 것 같아 조금 꺾어왔다.
지나칠 때마다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며 감탄하게 만드는 산국 향기.
 

 
 

햇살 좋은 날, 해바라기도 하고 운동도 할 겸
슬렁슬렁 산책을 나갔더니 하천가엔 고마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물을 정화시키는 데엔 고만이어서 `고마운 이'가 줄어들어 `고만이' 고마리가 되었다는 유래도 있고,
꽃의 크기가 작아 고만고만하다는 `고만이'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고.
 
 

언제 이렇게 잎을 다 떨구어버렸을까.
인디언 달력에서 수우족은 10월을 이렇게 표현했다네.
`잎이 떨어지는 달'
그밖에 `큰 밤 따는 달' `배 타고 여행하는 달' 등등......
어쩌다 보니 나랑 딱 들어맞는 달 이름이 되었네.
 
 

10월 하순에도 메리골드는 여전히 붉었고,
그래서 시댁에 갔을 때 내년엔 화단에 메리골드를 심어 보는 게 
어떻켔냐며 권하게 되었다. 꽃이 정말 무성하게 오래가더라고.
더불어 백일홍도 심으면 좋을 것 같다고.
 

어린 날에 이 자리공 열매를 보면 꼭 따서 손톱에 문질러 물을 들이곤 했다.
손 한 번 씻으면 금방 지워지는데도 한 번씩 손톱에 문지르게 되더라는.
 
 

 

 

오가며 보노라면 그 식당 앞엔 늘 차가 만차여서 의아했던지라 어느 날 궁금증을 해소하러 가보았다.
사람이 몰리는 데엔 다 이유가 있구나.
시래기가 하나도 질기지 않고 참 부드러우며, 맛집들은 일단 좋은 쌀을 쓰는지 밥이 맛있고,
코다리 살도 먹음직스럽게 토실했으며 부드러워 먹을 때마다 만족감이 들었다.
 
시래기 먹자니 일산 집 근처의 구름산 추어탕 집도 떠올랐다.
그 집도 추어탕에 들어간 시래기가 질기지 않고 부드럽게 맛있어서
남편과 둘이서 이따금 먹으러 가곤 했었다.
 
어느 날 지인 몇 명과 함께 그 집을 추천하며 식사하게 되었는데
맛있다며 포장도 해가고 그 후로도 몇 번 더 함께 가게 되었다.
얼마 전 그중 한 언니가 세상을 떠났다.
투병 소식을 알고 있었어도 부고문자는 뜬금없고 슬펐다.
 
유명 연예인과 이름이 똑같아서 오전에 날아든 낯선 전화번호의 갑작스런 부고문자가 스팸문자인 줄만 알았다.
동명의 연예인도 유방암이라고 했었기에 잘 치료되고 있다더니 무슨 일인가 싶었으며
그 사람 사망 소식을 왜 내게까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다.
삭제하려다 불현듯 그 언니의 이름이라는 것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너무나 허망했다.
 
투병을 시작하고 항암 치료 때문에 빠지는 머리카락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지
밥 먹자는 말에도 다음에 라고 미루며 응하지 않던 언니.
그렇게 흥 많던 언니가 그렇게 쉽게 가버릴 줄이야......
 

'하루 또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눈 오던 날  (32) 2023.11.20
잠시 길을 잃다  (30) 2023.11.12
밤 🌰  (30) 2023.10.11
초록색 배 그린시스  (18) 2023.10.06
하필이면······  (0) 2023.10.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