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 후유증으로 자주 급피로감을 느끼게 되어 올가을엔 신정호에 매우 드물게 가게 된다.
오랜만에 집에서 주말을 맞게 된 날, 피자로 점심을 먹고난 후 신정호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루꼴라 피자와 크림 파스타, 탄산수를 주문했다.
맛은 그럭저럭. 비용은 52,000원 발생(굳이 기록하는 이유는 이때의 물가가 어땠나 궁금할 것 같아서.....ㅎㅎ).
크림 파스타에서 들깨수제비 맛이 나는 걸 보니 들깻가루를 넣었나?
그리고 화덕피자라서 오른편 창문 밖으로 장작이 잔뜩 쌓여 있는데
보기만 하여도 따뜻해지는 것은 그것이 불타오를 때를 상상하게 되기 때문일까?
억새들의 하얀 단발머리가 멋졌다.
억새의 필체
신 형 식
손 흔들고 있는 것만 보면
눈물이 난다고
한발 늦게 눈물이 난다고
편지를 씁니다
이미 마음 비워버린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작년부터 연못의 연들을 가을이면 모조리 베어버려 겨울 연의 자태를 볼 수 없게 되었다.
겨울 연들이 펼치는 기하학적인 모습도 볼 만한데......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작년엔 이렇게 매달려 계시더니
올해는 이렇게 이동해 가셨다.
얼마 전에 간판 이름을 영어로 다시 내걸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독한 영어사랑을 대변해 주는 것만 같아 씁쓸했다.
세종대왕이 지하에서 통곡하시겠다는 농담을 주거니 받거니.
나는 저 `일랑일랑'이라는 우리말 표기 간판이 참 좋았는데.
< 12월 1일 덧붙임 >
일렁일렁 - 큰 물체가 물결이나 바람에 이리저리 자꾸 크고 가볍게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나는 `일랑일랑'을 대략 이런 뜻으로 받아들여서 저런 생각을 가졌던 것인데
영어 표기가 특이하여 혹시나 하고 검색했더니
목련목 포포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교목. 학명은 Cananga odorata이다. ilang-ilang이라고도 쓰며 perfume tree라고도 함. 일랑일랑은 타갈로그어(필리핀의 공용어)로 '꽃 중의 꽃'이라는 뜻이다. 꽃의 향기는 최음성과 기분을 좋게 하는 작용을 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결혼하는 신혼부부들을 위한 이벤트로 침실에 일랑일랑 꽃잎을 뿌려 감미로운 향기가 나도록 하는 풍습이 전해 내려온다.
- 다음백과에서는 이리 알려주고
일랑-일랑 [ylang-ylang]
- 번려지과의 상록 교목. 높이는 10미터 정도이며,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형의 달걀 모양이다. 꽃은 처음에는 녹색이다가 황록색으로 변하고, 열매는 타원형의 원기둥 모양으로 검은색으로 익으며 꽃에서 고급 향료를 채취한다. 필리핀이 원산지이다.
- - 다음 어학사전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열대 상록성 교목의 일종. 일랑일랑이라는 이름은 '꽃 중의 꽃'이라는 의미이다. 산뜻하면서도 풍부한 향으로 향수의 원료로 자주 쓰이며, 다소 올드한 느낌이 있으므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신혼부부의 침실에 쓰인다.
- 나무위키에서는 이리 알려준다.
그래서 퍼뜩 드는 생각이 나 같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서 영어로 다시 간판을 내걸었나보다.
그걸 모르고 무식한 나는 이러니 저러니 떠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상당히 머쓱해지고 무안해진다.
그리고 두루두루 죄송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에효......
이렇게 호수에서 자라는 연들이 겨울 연들의 모습을 보여주어 반갑게 보았다.
등나무들은 빛바랜 듯한 연초록 낙엽을 엄청 쏟아 놓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걷노라면 발밑이 폭신폭신하다.
친 구
나 태 주
바람은 갈대의 친구
갈대들 온종일
심심하게 서 있을 때
바람이 찾아와 놀아준다
갈대는 친구가 좋아
춤추기도 하고
노래 부르기도 한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이 구도로 사진에 담아보게 되는 장소.
매일 같이 신정호를 걸을 때는 한 바퀴 걷는 것쯤 아무것도 아니었고
그다지 큰 운동이 되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오랜만에 도는 신정호 4.8km(7천 보 정도)는 꽤 길게 느껴지며
제법 힘이 드는 거리였다.
그것은 헬스도 마찬가지인데 한창 열심히 운동할 때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기구 근력운동들이 한참 쉬다가 하면
어찌나 무겁고 힘든지 다음날이면 근육들이 아우성을 치곤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동안 신정호 걷고 오면 피곤하다고 이내 짧은 낮잠 속으로 빠져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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