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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

by 눈부신햇살* 2023. 12. 4.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중의 하루 한 끼는 외식을 하게 되는 날이 많은데 그때는 주로 점심으로 먹게 된다.
신정호 주변의 카페와 식당을 모두 가보자는 계획에 따라 이번엔 황산 앞으로
새로 지은 쌍둥이 건물 중의 하나에 들어선 중식당으로 가보자고 했다.
 

 

건물 외관을 찍으려다가 별 걸 다 찍는다는 핀잔에 움찔해서 사진이 엉망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찍으면서 멋쩍을 때가 많다. 그러면서 왜 찍는 걸까?
 

중식당 안에서 바라보는 겨울 빈 논 너머의 신정호수공원.
모내기 끝난 5월 말 초록논부터 추수하기 전 11월 초 황금논까지 논뷰가 참 멋질 것 같다고 했더니
빈논이 주는 운치도 참 좋다고 해서 겨울에 흰 눈이 하얗게 쌓일 때도 멋지겠다고 생각 들었다.
 
쌍둥이 같은 옆 건물은 이름이 `NON42'라는 카페인데 작명센스가 기발하다.
그 카페 역시 저런 논뷰일 테니 말이다.
 
이 식당도 우리의 단골집인 육전이 고명으로 올라가는 진주냉면집과
양갈비 육즙 풍미가 기가 막힌 양꼬치집과 똑같이 테이블마다 키오스크가 부착되어 있었다.
다른 점은 사람과 로봇이 함께 서빙을 하고 있었다.
 
멘보샤세트를 주문하면 짜장과 짬뽕과 볶음밥 중에 두 개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해서
남편은 짬뽕을 나는 볶음밥을 주문했다.
멘보샤 네 덩어리 옆에 야채샐러드가 조금 곁들여 나왔고, 볶음밥은 피라미드 모양으로 나와서 무척 신기했다.
요즘은 대체로 볶음밥에 짬뽕 국물이 따라 나오게 마련인데 맑은 계란국이 따라 나왔다.

웬만하면 주문한 음식을 남기지 않는 매너를 갖추고 싶지만
양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조금 남겼다.
 
이름난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라더니 여경래 씨와 이연복 씨, 이연복 씨의 제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카운터 앞뒤로 여러 장 걸리거나 놓여 있었다.
 
 

일요일 점심은 집에서 크림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냉동실에 항상 구비하여 놓는 슬라이스 해놓은 마늘을 버터에 볶다가, 잘게 썬 양파와 새송이버섯을 넣고,
베이컨도 넣고, 반액 할인할 때 기뻐하며 냉큼 사다 냉동실에 넣어 놓은 칵테일 새우도 넣어  
후추와 소금 간을 살짝 하여 볶은 후 폰타나 크림소스를 붓는다. 
병에 묻어 있는 크림소스가 아까우니 우유 부어 말끔히 헹구어 붓는 것은 기본.
 
그런 후 바글바글 끓여 삶은 파스타면과 함께 버무려 잠깐 끓여준 뒤
파스타볼에 담고 파슬리를 살짝 뿌려 먹으면 웬만한 식당에서 사먹는 파스타보다 훨씬 맛있다고 느껴진다.
음~! 맛있다~!가 절로 나온다. 고로 요즘은 비교적 진한 맛이 느껴지는 폰타나 크림소스로 고르게 된다.
 
오래전 남편이 맨처음 크림 파스타를 해주기 시작했을 때는 생크림 사다가 우유 섞어
직접 크림 파스타소스를 만들기도 했었는데, 하며 옛날(?) 얘기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요즘은 그냥 시중 판매하는 소스 사다가 간편하게 휘리릭 만들어 먹는다.
 
아이들 어릴 적 남편의 소망이 가정적인 남편이었는지, 아니면 요리 잘하는 가장이었는지
짜장을 직접 볶아 짜장면을 만든다거나 야채를 잘게 다져 달달 볶아(비록 기름이 좀 많이
들어간 게 흠이긴 했지만) 볶음밥을 만들어 주기도 했었다.
맛있게 먹었던 아들들은 그 모습이 보기에 좋았던지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남편이 만드는 파스타 먹어본 지가 까마득하다.
이유를 묻는 내게 내가 만드는 것이 더 맛있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는 남편.
 
우스운 것은 파스타 먹으면서 꼭 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배추김치는 남편용이고 파김치는 내 전용이다.
남편은 파김치가 자극적이어서 별로라는데 자극적인 것 싫다고
노래 부르는 나이지만 저 엄마표 파김치만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파김치 좋아하지만 남편이 좋아하지 않아서 담그지 않는 나를 주기 위해
일부러 맘 먹고 담가주신 김치라 먹을 때마다 엄마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엔 옆으로 뉘인 v자 모양으로 대열을 이뤄 기럭기럭인지, 꾸룩꾸룩인지, 끄륵끄륵인지
요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한 무리의 새가 날아가더니 이내 흐트러진 모양새가 되어 날아가는 이름 모를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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