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의 벼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던 9월 말 어느 날
지난번 파스타를 먹었던 대형베이커리 카페 옆에 있는 신정호 주변 맛집,
지나다니다 보면 대기번호 호명 소리가 밖에까지 들리곤 하던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
평일 점심인데도 우리 앞에 세 팀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콩나물무침과 무생채, 자른 상추 등 함께 비벼 먹는 밑반찬은 셀프서비스인데 아직 가져오기 전.
불맛 나는 매콤한 쭈꾸미 볶음.
매운 데다 뜨겁기까지 해 먹는 내내
입안에서 계속 불이 나며 머리도 띵한 듯 정신이 없었다.
어느 곳에서는 매운 느낌을 중화시키라고 입안 진정용 쿨피스가 서비스로 나온다던데
여기는 판매가 3천 원으로 따로 팔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또 따로 사먹게 되지는 않더라는.
더군다나 단음료 좋아하지 않는 식성이다 보니.
맵고 뜨거운 메뉴이니 곁들이는 국으론 오이냉국처럼 시원한 것이 더 잘 어울릴 듯한데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는 된장찌개가 따라 나왔다.
밥 한 숟갈 뜨고 된장찌개 한 숟갈 떠먹었더니 그야말로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 불난 데 기름 부은 것처럼 입안에서 한바탕 전쟁이 벌어졌다.
자동반사적으로 입 벌리고 씩씩 거친 숨을 내쉬게 된다. 하아~~ 하아~~~!!!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은 어떤가 살펴보니 모두들 맛있게 먹고 있다.
`나만 맵찔이구나!'
심지어 옆 테이블에선 아쉽다는 듯한 어투의 이런 말도 들려왔다.
"예전보다 덜 맵다!"
신기하고 놀라운 것은 식당 안을 가득 메운 사람들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다.
아마도 우리가 가장 나이 든 축에 속하는 것 같다.
젊은이들이어서 매운 것을 좋아하는가?
나이 들수록 순한 맛을 찾게 되는 건가?
하지만 딱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일례로 시어머님은 불맛 닭발을 엄청 좋아하시고,
친정엄마 역시 뭐든지 매콤해야 맛있다며 청양고춧가루 사랑이 대단하다.
입가심용으로 시킨 새우튀김을 한 입 베어 물자
막 튀긴 후라 뜨거워서 매운맛을 가중시키네.
새우튀김도 시켰으니 당연히 밥양이 많아 남기게 되긴 했지만 맛이 없진 않았다.
조금 더 후하게 인심 쓴다면 맛있게 매운맛이었다.
그럼에도 매워서 쩔쩔매며 한 그릇 먹고 나니 다음엘랑 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나는 맵찔이어서 밥 한 그릇 먹는 것이 너~~~ 무 힘들어!!!
먹는 것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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