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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설경을 보며 호수 한 바퀴

by 눈부신햇살* 2023. 12. 18.

 

눈이 내렸다.
함박눈이 펑펑 고요하게 내린다면 집안에 들어앉은 나는 편안하고 아늑한 감성을 느꼈을 텐데
아주 오래전 유행가 가사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를 한 번씩 떠올리게끔
이따금 천둥도 쿠쿠쿠쿵 배탈 난 뱃속처럼 울려대 신경 쓰이게 했고,
세찬 바람은 눈을 이리 날리고 저리 날리며 휘몰고 다니고 있어서
창밖을 내다볼 때면 내리는 눈들이 마치 갈피를 못 잡고 떠다니는 것처럼 느껴지며 심란스럽게 했다.
 
 

바람을 동반하고 내리는 눈은 나뭇가지에 쌓이지 못했다.
쌓일라치면 바람이 톡 건들어 털어내는 꼴이었다.
 

그래도 베란다 난간엔 눈이 조금 쌓이고 신기하게도 고드름이 달렸다.
 

눈 온 다음날 설경을 보러 가자고 긴 다운 외투에 등산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어머나! 보도블록은 이렇게 예쁜 무늬를 만들어 놓았네.
 

 

 

이렇게 소복이 쌓인 눈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순 없지.
어린 날에 부지기수로 그랬던 것처럼 발자국을 돌려 찍으며 눈꽃을 만들었다. .
꽃술이 초록색으로 드러나서 그 강한 생명력에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어릴 적처럼 벌러덩 드러누워 내 몸도장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포근하고 두텁게 눈이 쌓이지는 않았다.
 

 

 

 

그렇게나 수없이 이곳을 지나쳐 가면서도 이 정자가 저런 다리 네 개로 연결된 섬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신정호 사계 사진공모전에 뽑힌 드론 띄워 공중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 멋진 설계를 알아보다니. 하지만 지금도 지나쳐 가면서 바라보노라면 딱히 실감 나지는 않는다.
그저 그런 디자인이었다고 머릿속으로 떠올릴 뿐이다.
연꽃 피는 여름이면 연꽃으로 둘러싸이는 섬.
 

하얀 눈을 찍을 때 이렇게 회색으로 찍히는 것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찍으라고 큰아주버님께서 알려주셨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해를 마주 보고 찍으면 이렇게 나오고,
 

해가 비추는 쪽으로 찍으면 이렇게 제대로 보인다.
 

 

 

 

 

 

 

 

 

 

점점이 떠있는 오리들. 춥겠다!
 

 

 

 

피라칸사 열매는 이대로 겨울을 나는 것일까?
산수유 열매는 더러 많이 떨어져 뒹굴고 있던데......
 

네모난 조명등 위에만 딱 눈이 남아있다고 하하 호호......
우리를 웃게 만들던 네모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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