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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봄은 어디만큼 왔을까

by 눈부신햇살* 2024. 2. 19.

로컬푸드 코너가 있어 농산물을 살 때 주로 이용하는 하나로마트에 다녀오는 길,
이 고개를 넘을 때쯤이면 별 것 없는 것 같은 이 풍경에 나는 살짝 매료되곤 한다.
신호에 걸렸을 때 먼산에 눈 쌓인 풍경이 아름답다고 사진 한 장 냉큼 찍고 
고개를 넘어서는 내리막길에선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거기 바로 신정호가 있기 때문이고, 계절마다 다른 풍경으로 펼쳐지는 호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늘은 어떤 풍경일까 자꾸만 그쪽으로 시선이 향하곤 한다.
매번 같은 듯 하지만 다른 풍경을 내려다보며 내려오는 내리막길의 재미다.
 
고개를 내려서는 많은 날들 중에 가장 내 시선과 마음을 잡아끄는 풍경은
맑은 햇살을 호수 가득 받아 안아 윤슬을 잔뜩 거느리고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는 수면이 펼쳐질 때이다.
1월 초 어느 날 마트에 다녀오다 바라본 풍경은 거의 무채색이었음에도
또 그 나름의 아름다움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분주했던 설을 쇠고 얼마 후 신정호에 갔더니 얼음이 다 풀려 있었다.
가장자리 얼음까지도 다 녹아 하늘과 나무를 고스란히 받아 안고 있었다.
설 쇠고 나면 늘 봄이 성큼 다가앉은 기분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정자 뒤 작은 숲의 나무들에도 연녹색 기운이 보이고,
 

저 호수 물속의 작은 숲에 연두색 새싹이 돋고 봄꽃들이 피어나는 찬란한 봄날의 사진은
그새 새로 바뀐 신정호 풍경 게시판에서 빛나고 있었다.
아래 사진은 호수 건너편에서 망원렌즈로 당겨 찍었지 않나 싶다.
 

 

정자로 향하는 데크 길로 접어들어 보았다.
 

 

정자엔 다른 때와 달리 아무도 오르지 않았길래 오랜만에 한 번 올라가 보았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겨울 연들과 메타세쿼이아.
 

정자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기 전 느티나무 쉼터에 서 있는 노거수 느티나무에게도 늘 감탄의 시선을 보내게 된다.
멋지게 담지 못해 아쉬움이 그득......
 

잎을 늦게 떨구던 버드나무는 봄물도 가장 먼저 오르네.
 

2월 중순, 아직은 바람이 차고 쌀쌀할 때가 벌써 봄 준비를 해야 되는 때인가 보다.
거의 모든 나무들이 심하다 싶을 만큼 단정하게 가지들이 잘려 나갔고,
한쪽에서 전기톱이 가동되는 윙 하는 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
그래도 아직 장미나무들 밑에 둘러져 있던 바람 가림막들은 걷어지지 않은 때.
 

 

이번엔 이렇게 늘어져 물속에 잠겨 있던 나무들도 모조리 가지를 쳐내서 
이제 이 풍경은 이렇게 사진 속에서만 존재할 듯......
근데 난 왜 아쉬운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지 모르겠다.
 

 

 

오리들은 예서제서 무리를 지어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사진 찍겠다고 가까이 다가갔더니 가장자리 풀숲에서
한 무리가 푸드덕 날아올라 절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만들었다.
 

 

게시판 속의 사진들처럼 곧이어 영산홍과 철쭉이 만개하는 봄이 올 것이고,
이어 연꽃이 피어나는 한여름이 될 것이고,
단풍이 물드는 가을에 이어 다시 눈 내리는 겨울이 되겠지.
그러면 또 일 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갈 테고......
손꼽아보니 내가 주말부부를 청산하고 남편 따라 아산에 내려온 지도 어느새 4년 차에 접어들었네......
남편은 12년 차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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